세포라의 40색 파운데이션

2017.10.19
프랑스의 화장품 전문 브랜드이자 유통회사인 세포라는 리한나(Robyn Rihanna Fenty)와 함께 그의 이름을 따서 펜티 뷰티(FENTY BEAUTY By Rihanna)라는 색조 브랜드를 내놓았다. 9월 8일 세포라와 하비 니콜스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 브랜드는 40가지 피부톤에 맞춘 파운데이션, 20가지의 피부톤 매치스틱(컨실러, 컨투어링, 쉐이딩 등의 기능을 함) 외에 6종 10색의 하이라이터, 파우더, 립글로즈 등을 발표했다. 일주일도 안 돼 8종의 파운데이션이 품절됐고, 한 달 뒤에는 17종이 품절됐다. 인스타그램에는 #fentybeauty로 27만이 넘는 사진이 올라왔다.

팬티뷰티의 광고 이미지는 그동안 리한나가 선보였던 짙은 화장이 아니라 자신의 피부톤에 맞는 파운데이션과 립글로즈, 그리고 마스카라를 한 정도에 그친다. 다른 이미지들 또한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이 자신의 피부톤에 맞는 화장을 하고, 자신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보여준다. 하나의 제품군이 40가지 다른 색의 버전으로 나오면서 가능한 기획이다. 단 한 종류만 나온 립글로즈는 연한 말린 장미색으로 어떤 피부색과도 어울릴 만하고, 파우더는 흰색처럼 보이지만 반투명해 피부색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리한나는 홍보 동영상에서 “나는 모든 피부톤을 메이크업한 피부가 아닌 (그자체로) 완벽한 스킨으로 커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뷰티 산업이 다양한 인종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짚은 셈이다. 처음 품절된 8종의 파운데이션은 대부분 어두운 톤(for deep skin)의 색이고, 이후 품절된 17종은 황갈색(for tan skin)과 어두운 톤의 사이의 제품들이다. 그만큼 어두운 피부색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기 어려웠고, 리한나가 내놓은 파운데이션은 보통 파운데이션 리뷰에서 강조되는 발림성, 수분도, 피부밀착도 등이 거론되기도 전에 품절됐다.

리한나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메이크업 브랜드에서 유명 연예인이나 셀러브리티를 앞세워 콜라보레이션을 하거나, 브랜드 안의 레이블을 선보이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은 대부분 스타의 스타일을 내세워, 스타와 비슷한 스타일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것에 집중한다. 리한나가 과거에 선보인 컬렉션 역시 그랬다. 2015년의 ‘페티X퓨마’ 콜레션은 주로 스포티한 동시에 섹스어필 하는 믹스매치가 주를 이룬다. 반면 펜티 뷰티가 내세운 것은 리한나의 스타일과 이미지가 아니라 그동안 리한나가 한 인종에 속한 사람으로 느꼈던 차별의 감각에 가깝다. 물론 리한나는 ‘Cheers’ 뮤직비디오에서 양 눈을 찢으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을 했고, 인스타그램에 ‘rice cakes’(주로 베트남계를 비하할 때 쓰는 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그가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는 화장품을 내놓은 것은 아이러니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인종의 다양성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이 점점 변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설령 인종차별주의자라도 시대의 흐름을 쫓을 수밖에 없을 만큼 말이다.

패션과 뷰티 산업에서는 점점 누가 다양성을 더 존중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프랑스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은 2013년 5가지 누드 컬러와 4가지 스타일로 ‘누드 컬렉션’을 내놓았다. 수많은 인종이 존재하지만, 그동안 몇 가지의 색으로 피부색을 정의했었다. 명품 브랜드 중에서 피부색을 인종에 따라 다르게 표현해 제품으로 생산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2015년에는 2가지 색을 추가해 기존보다 더 밝은 색 ‘포슬린(porcelain·도자기)’ 색과 더 짙은 ‘딥 초콜릿(deep chocolate·진한 초콜릿)’ 색까지 늘렸고, 광고 사진은 SNS에서 화제가 됐었다. 돌체 앤 가바나 2016년 S/S 캠페인에서는 흑인, 황인, 백인 여성이 등장하지만 동양인 여성은 손으로 스파게티를 먹는 행동을 취하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고, 도브는 최근 페이스북 광고에서 흑인 여성이 티셔츠를 벗으면 백인 여성으로 바뀌는 장면을 공개해 사과를 해야 했다. (도브 광고의 경우 SNS에서는 두 장의 사진이 배치되면서 논란이 됐지만, 실제로 이어지는 영상에서는 백인 여성이 티셔츠를 벗으면 갈색 피부의 다른 여성이 등장한다.) 시대의 흐름은 변하고 있고, 그 고지를 먼저 차지하는 자가 돈과 화제성을 얻는다. 이제 ‘살색’이란 말의 의미를 재정의 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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