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푸드트럭│① ‘백종원의 푸드트럭’, 장사는 어렵다

2017.10.24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의 첫 에피소드인 ‘강남역 푸드트럭’ 편에 출연한 푸드트럭 도전자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그들은 유동인구 많기로 소문난 강남역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외진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고, 손님의 외면에 익숙해지다 보니 무기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상가상 제작진이 몰래 구입해 온 이들의 음식은 대부분 엉망이었다. 그러나 ‘장사의 신’으로 소개된 백종원은 이 모든 문제를 한눈에 파악하고,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했다. 그러자 도전자들의 푸드트럭에는 예전과는 달리 길게 줄이 늘어섰고, 그들은 난생처음 매진을 경험하며 눈물을 흘렸다.

도전자들은 장사가 안되는 것을 걱정하지만 정확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다. 반면 백종원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큰데, ‘장사의 신’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는 백종원이 온갖 노하우를 가르쳐준다. 여기에 달라지겠다는 도전자의 치열함이 더해져 극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그 점에서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마치 식당을 배경으로 한 일본 만화를 실사로 옮겨온 것처럼 보인다.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내공을 지닌 엄격한 스승 또는 멘토가 전국을 순회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진짜 장사’를 할 수 있을지 알아봐야 한다며 갑자기 많은 손님을 한꺼번에 상대하게 하는 미션은 만화의 한 에피소드를 그대로 옮겨왔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만큼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백종원이라는 뚜렷한 캐릭터에 그만큼이나 다양한 사연과 캐릭터를 가진 도전자들, 여기에 극적인 연출을 통해 갈등, 감동, 카타르시스가 모두 있는 재미를 끌어낸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도전자들은 실제로 푸드트럭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청자들 중에도 자영업을 하고 있거나, 고민 중이거나, 주변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최소한 거리를 지나가며 노점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라도 있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지금 한국인들의 피부에 가장 와 닿을 소재에 엔터테인먼트라는 조미료를 맛깔나게 조합했다.

공감을 바탕으로 재미를 이끌어내니 시청자들의 몰입은 예정된 수순이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이 방영될 때마다, 인터넷에는 도전자들에 대한 온갖 반응들이 떠돌아다닌다. 특히 몇몇 도전자들에게는 방송이 끝난 후에도 캡처된 영상과 함께 계속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백종원의 조언을 받고도 변화의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다. 일반적인 자영업자가 백종원에게 직접 장사 노하우를 배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기회다. 그럼에도 도전자들이 노력하지 않거나, 백종원의 조언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시청자들은 ‘정신 못 차린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대부분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도전자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연예인들에게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백종원의 푸드트럭’ 최근 에피소드에는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았다. 대신 푸드트럭을 창업하는 이들만 출연했다. 도전자들의 시행착오는 과거보다 더욱 많아졌고, 백종원이 지적을 하는 일도 더욱 많아졌다.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대신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지 보여주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에게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기회, 노력, 성공.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많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성공신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 도전자와 백종원 양쪽의 위치에 함께 설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시청자들은 도전자의 입장에서 백종원의 가르침이라는 기회가 얼마나 큰지 느끼는 동시에, 백종원의 입장에서 ‘정신 못 차리는’ 출연자들을 지적한다.

그러나 백종원 스스로 말했듯, 그는 ‘빚더미에 시달리며 한숨도 자지 못할 정도’로 노력하며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 백종원처럼 성공하는 이들은 극소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노하우까지 갖춘 경우는 더욱 적다. 자영업에 도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매일 생기는 자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어렵고, 자신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살필 전문성은 더욱 없다. ‘백종원의 푸드트럭’ 도전자 중에는 손님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면서 이벤트성이 강한 솜사탕을 팔겠다거나, 새 메뉴로 폭찹을 준비하면서도 정작 맛있는 폭찹을 먹어본 기억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도전자들 중 상당수는 의외로 ‘음식을 만들지만 음식을 모른다’, ‘장사를 하지만 장사를 모른다’는 문제를 가졌다. 그래서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대국민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지금 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 소규모 창업인 푸드트럭은 상대적으로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또한 출연자들 중 상당수는 ‘재료가 좋으니까, 내가 하는 요리가 맛있으니까’라는 이유 등으로 막연히 장사가 잘될 것이라 믿기도 한다. 하지만 단지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닌 장사는 훨씬 더 복잡한 요소들을 생각해야 하고, 자신이 아닌 타인의 취향과 편의를 맞춰야 한다. 현실에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법한 분야에서,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할 때 얼마나 치열한 고민을 해야만 겨우 성공에 이를 수 있는 것인지 보여준다. 거리에서 보는 그 수많은 가게 중 쉽게 장사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문제를 알지 못한다.

백종원이 이 쇼를 끌고 가는 것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tvN ‘집밥 백선생’에서 사람들이 요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던 그는, ‘백종원의 푸드트럭’에서는 엄한 멘토가 되어 장사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요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는 사람들이 흔히 먹는 메뉴들의 전국 맛집을 소개한 뒤, 이제는 요식업 장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요식업에 대해 사람들이 더 넓고, 동시에 더 자세한 부분까지 관심 갖게 한다. 그사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그는 경영자로서 냉정한 자신을 드러내고, 도전자들에게 화를 내면서도 오히려 ‘장사의 신’으로서 도전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환호를 받는 존재가 된다. 이것이야말로 ‘백종원의 푸드트럭’에서 백종원이 말하는 장사 비법을 신뢰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는 몇 년에 걸쳐 자신이 사업을 하는 영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었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백종원 그 자신이 장사를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도전자들, 또는 다른 많은 자영업자들은 이런 사람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들과 경쟁해야 한다. 정말, 장사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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