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히스 레저', 청춘과 예술과 죽음이 얽힌 삶

2017.10.25
“여기 신께서 그의 거친 영혼에 안식을 내린다. 이제 게걸스러운 대중은 그가 남긴 유물을 공유할 것이다. 그는 시인이자 예언가, 무법자, 가짜, 인기 스타였다. 이제 염탐꾼에 의해 그의 실체가 밝혀진다. 그의 유령은 한 명이 아니었다.”(영화 ‘아임 낫 데어’ 중)

‘아임 낫 데어’는 포크락 가수 밥 딜런의 시적인 가사에 영감을 받아 밥 딜런의 일곱 가지 자아를 서로 다른 인물로 병치시키며 그의 다양한 모습을 묘사한다. 그 중 히스 레저는 무명 배우에서 인기스타가 되어가면서 변해가는 로비를 연기한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는 아이콘이 된 스타가 죽은 뒤, 그를 회고하는 영상이 들어간다. 그리고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아임 낫 데어’ 속 로비의 인생은, 히스 레저를 연상시킨다. 그는 세상을 떠났고,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엠 히스 레저’가 개봉됐다. 이 영화는 히스 레저가 매일 같이 들고 다녔던 카메라로 찍은 영상과 사진, 그리고 지인들의 인터뷰로 채워졌다. 좋은 친구, 재능 넘치는 배우, 슈퍼스타, 사진작가, 뮤직비디오 감독, 예술가 그리고 좋은 아들의 모습. 영화는 ‘나는 히스 레저’를 외치지만, 히스레저가 말하는 그의 모습은 아니다. ‘아임 낫 데어’처럼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히스 레저의 여러 조각들을 모아 그를 그려낸다.

“몇 년 동안 연기를 했죠?”, “20년 동안이요.”, “지금 몇 살인데요?” “20살.” 에이전트와의 만남에서 허세를 마음껏 보여줬던 그는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현대판 버전인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로 순식간에 하이틴 스타에 오른다. 학교 스탠드에서 경비들에게 도망 다니며 ‘Can’t take my eyes off you’에 맞춰 노래를 하며 춤을 보이는 장면은 그의 스타성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나오미 왓츠는 “남자 배우가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갖췄어요. 목소리, 육체미, 남성성 모든 걸 갖췄다.”라고 회상했다. 스타가 된 뒤 그는 당시의 조니 뎁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했고, 집에서 매일 파티를 열었다. 심지어 그가 집에 없을 때도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그러나 그는 명성과 파티를 즐기면서도 동시에 그 명성을 싫어했다. ‘스파이더맨’의 피터파커 역할을 거절하는 한편,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인기 배우가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게이이자 카우보이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슈퍼스타보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어했고, 그래서 ‘캔디’에서 마약에 중독된 남자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그의 매력과 인기와 욕망이 완벽하게 겹친 결과물이었다. 그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있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를 연기했고, 그는 블록버스터에 필요한 오락성을 광기의 예술성으로 충족시켰다.

그러나 히스레저는 ‘다크나이트’ 촬영 이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제 게걸스러운 대중은 그가 남긴 유물을 공유할 것이다.”라는 말처럼 그의 죽음은 끊임없이 미디어의 관심 대상이 됐다. 그의 가족들은 “가작 사적인 부분마저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해야만 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당혹감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이 엠 히스 레저’는 그의 죽음 대신 그가 얼마나 삶에 대한 에너지로 충만했던 사람인지 보여준다. 그는 쉴 새 없이 연기에 관한 아이디어를 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했으며, 카메라를 들고 다닌 것도 자신의 얼굴을 찍으며 연기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 사이 디제잉을 하고, 매일 사진을 찍고, 친구의 뮤직비디오를 찍어주기도 했으며, 작은 영상 회사와 음악 레이블을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자기 수명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그는 그걸 아는 사람 같았다. 할 일이 많은데, 시간이 없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커트 코베인처럼 27살에 죽은 예술가들처럼 되고 싶다고 했죠.”라고 말했다. 히스레저는 28살에 죽었고, 그 죽음에는 온갖 해석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아이 엠 히스레저’는 그의 죽음으로부터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정열적으로, 그리고 사랑스러운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절대 자살이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전달하며. 청춘과 죽음과 예술이 얽힌 복잡한 인생에 대해, 이제는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는 때가 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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