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되고 싶은 10대들

2017.10.30
중학교 1학년 조이선(가명) 양의 꿈은 걸그룹 멤버가 되는 것이다. “애들하고 같이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저 혼자 SBS ‘K팝스타’도 나갔는데 떨어졌어요. 그런데 재미있더라고요. 솔직히 엄청나게 되고 싶은 건 아니에요.” 10월 현재 시내 대형 서점에는 화려한 소녀가 표지에 그려진 메이크업, 무대 의상과 관련한 유소년용 스티커북, 컬러링북 등이 상당수 진열돼 있다. 이 중 적지 않은 숫자의 책 표지에 마이크를 든 소녀들이 등장하고, 개중에는 “뮤직비디오 속 의상을 뷰티 색연필과 스티커로 꾸며”서 ‘매직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홍보 문구가 적힌 도서도 있다. 아이돌은 그렇게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자신이 도전할 수도 있는 ‘장래희망’이 됐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2016년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에서 ‘가수’가 7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7년에 ‘연예인’이 3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순위가 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신 ‘가수’로 꿈이 한층 구체화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4개월 만에 스타가 된 아이오아이나 워너원 등을 보는 아이들에게 가수, 특히 아이돌은 손에 잡힐 만한 직업이다. 한창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할 나이에 실제로 꿈을 이룬 또래를 본 10대들은 오디션장으로 달려간다. 15년 가까이 캐스팅 디렉터로 일한 A씨는 오디션을 보러 오는 연령대가 “확 내려갔다.”며 “초등학생 지원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10년 전에도 태민, 윤아, 서현 등 초등학생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던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매우 드문 사례였다. 한편 유명 프로듀서 B씨는 “현장에서 보면 요즘은 오디션이 10대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된 것 같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회사 오디션을 보러오는 아이들 중 태반이 그 회사 아티스트의 팬”이라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에는 아예 타깃을 초등학생으로 잡은 팀들도 생겨났다. 아역 배우 에이전시 대표이자 기획사 대표 C씨는 “이전에는 기획사 요청을 받아 연습생을 연결해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린 연습생 풀이 많은 우리가 직접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C씨가 제작한 그룹은 중학교 1학년 멤버가 포함돼 있고, 초등학생들을 타깃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예정이다. 프로듀서 B씨는 “지금 아이들 눈에 가장 많이 보이고, 가장 멋있고 그럴싸해 보이고, 가장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 아이돌”이라고 말한다. 아이돌이 10대들에게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10대 중에 아이돌 스타가 계속 탄생하면서 산업의 모습 자체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10대에게 아이돌이 손에 잡힐 것 같은 직업이 될수록, 부모들은 자녀를 어떻게 인도해야 할지 고민한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돌 지망생 딸을 둔 F씨처럼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두고 다시 공부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등학교 6학년 연습생의 어머니 D씨처럼 “주변의 다른 부모님 말씀을 들어보니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 “한 친구는 벌써 고등학교 1학년이라 어느 정도 성형수술도 다 했지만, 데뷔조에서 떨어질까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아이돌 산업의 특성상 초등학교 6학년만 되도 자녀가 아이돌에 도전하는 것은 진지한 문제가 되고, 다시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불안은 점점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Mnet ‘프로듀스 101’, 곧 방영을 앞둔 JTBC ‘믹스나인’과 KBS ‘더 유닛’ 등은 이렇게 아이돌에 도전한 이들의 불안을 에너지 삼아 달려간다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오디션 현장에서는 20대는 아예 오디션을 보게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프로듀스 101’의 담당 PD가 많은 비판에 대해 “꿈을 이뤄주는데 뭐가 나쁘냐”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KBS ‘더 유닛’ 측 역시 “값진 도전에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며 땀과 눈물, 그리고 가슴 따뜻한 성장 스토리를 통해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10대에게 아이돌이 꿈이 되면서 연습생들의 연령대는 이제 10대 초반으로까지 낮아졌다. 기회가 많지 않은 20세 이상의 지망생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마지막 도전을 한다. 그만큼 아이돌 산업의 규모는 연습생 차원부터 커지는 반면, 연습생들의 성공 확률은 그만큼 낮아진다. 그리고 한 제작자는 이렇게 말한다. “연습생 하다가 잘 안 되면? 정말 안타깝지만, 솔직히 그것까지 우리가 책임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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