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의 로맨틱코미디

2017.11.06
tvN '식샤를 합시다2', '또 오해영' 그리고 SBS '사랑의 온도’. 서현진이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실패가 없다. 지금 서현진인 이유. 또는 서현진이 그리는 드라마의 새로운 여성 캐릭터들.

해맑은 얼굴

서현진은 한 때 사극의 얼굴이었다. 걸그룹 밀크로 데뷔할 때 우유처럼 맑고 가녀린 선을 가진 얼굴은 연기자로 데뷔 후 tvN 사극 ‘삼총사’에서 소현세자의 아내 강빈 역처럼 고전적인 미인을 연기하기에 좋았다. MBC ‘제왕의 딸, 수백향’은 그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으로, 상당한 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tvN ‘식샤를 합시다2’의 주인공 백수지를 연기하면서 그는 사근사근 웃는 얼굴로 생존을 위해 물불 안가리는 여성을 연기했다. 또한 SBS ‘사랑의 온도’에서는 드라마 감독이 자신의 대본대로 찍지 않는다며 현장에 나타나 난리를 치는 신인 작가를 연기한다. “사근사근하게 웃는 얼굴이어서” 시키는 대로 좌지우지 될 줄 알았다고 말했던 감독은 매번 “돌아버리겠네”만 반복한다. 서현진은 그렇게 자신의 얼굴을 캐릭터의 반전을 주는 요소로 활용했다. tvN ‘또 오해영’에서는 소개팅 상대방에게 “제가 그렇게 아닌 얼굴은 아니지 않나요?”따져 물을 만큼 자신의 외모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기도 한다. 그렇게 서현진은 해맑은 얼굴로 마냥 착한 것도, 아주 부유하거나 가난하지도 않은 환경에서 자신의 인생을 헤쳐나가는 평범한 여성을 표현했다.

시시한 사랑
서현진이 작품 속에서 그리는 과거의 연애는 그리 아름답지 않다. ‘식샤를 합시다’의 백수지는 초등학교 때 구대영(윤두준)에게 상처를 받았고, ‘또 오해영’의 오해영은 결혼식 전날 결혼이 깨진데다 상사에게 훈계를 들을 때 파혼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들으며 “일곱 번이에요. 셌어요. 제가 결혼 엎은 걸로 몇 번이나 구박하시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랑의 온도’의 이현수는 사랑보다 일이 먼저라며 “난 사랑이 시시해. 사람 마음 벌 거 없이. 별 거 없는 사랑에 청춘에서 중요한 걸 써버리면 안 되잖아.”라고 말한다. 사랑에 대한 경험이 아예 없거나, 악착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연애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지난 몇 년간 서현진이 두각을 나타낸 영역이다.

혼자 말하기
백수지, 오해영, 이현수 등 서현진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공통적으로 혼자 중얼중얼 거린다. 백수지는 혼자 너무 오래 살아서, 오해영은 파혼 당한 사실을 주변에 숨긴 채 살다보니 갑갑한 마음에 혼자 방에서, 그리고 이수현은 드라마 작가이기에 글을 쓰면서 혼자 대사를 말로 곱씹는다. 그만큼 서현진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사회적 교류가 드물거나, 하고 싶은 말을 사회적으로 할 수 없거나,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 외부와의 교류를 차단한 상태다. 늘 사람과 부대껴야 하지만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는 많은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잡아낸 부분.

생각이 많은 여자
“넌 언제나 생각이 너무 많아.” 이현수와 계약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 박정우(김재욱)가 이현수에 대해 한 말이다. 이현수는 5년 동안 마음속으로 그려왔던 온정선(양세종)과 처음 만났을 때, 그것이 그렇게 간절한 사랑인 줄 몰랐고, 5년 후 온정선을 본 뒤에도 일단 도망쳐 생각한 뒤에야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늘 눈앞에 만만찮은 현실과 과거의 연애를 겪었던 서현진의 캐릭터들은 그렇게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한다. 백수지는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도 못하는 이상우에게 단지 스펙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다가서기도 했고, 오해영은 결혼식날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난 옛 연인의 등장에 고민하기도 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언제나 갈팡질팡하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서현진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의 사랑이라 할 수 있다.

많이 배웠다
‘식샤를 합시다2’의 프리랜서 작가, ‘또 오해영’의 프렌차이즈 뷔페 전문점 1호 담당 대리, ‘사랑의 온도’의 명문대 출신 신인 작가 등 서현진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고, 그에 어울리는 직업을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서현진이 출연하는 드라마는 서현진의 일이 비중있게 묘사되고, 그의 사랑은 경제적인 신분상승보다 그가 원하는 현실적인 대상을 찾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 점에서 서현진은 한국 멜로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진부함을 넘어, 보다 현대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오해영은 음식에서 밥과 국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개팅에서 레스토랑보다 삼겹살집을 선호하며, 이수현은 잘사는 동생이 사주는 파인 다이닝 음식을 부담스러워하면서 떡볶이에 소주를 즐긴다. 교육을 잘 받았고, 좋은 직장에서 자신의 업무 능력을 증명하며, 신분상승을 꿈꾸지도 않은데다 까다롭지 않은 입맛. 그만큼 서현진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과거의 트렌디 드라마 여주인공과 달라졌지만, 동시에 누구나 당차고, 똑똑하고, 까다롭지 않아 좋아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한다. “기존 사회교육에서 아직 못 벗어났지만, 자유로워지려고 노력 중이거든요”라는 이현수의 말은 지금 서현진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현재이기도 할 것이다. 조금은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의 여성관에서 자유로워지고 있지만, 동시에 노력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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