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초등학교│① 아이들은 혐오를 배운다

2017.11.14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가 ‘닷페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에서도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유튜버 신태일이 여성 유튜버 갓건배를 살해협박한 사건 이후의 일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내에서 ‘급식체’(학생들이 쓰는 언어)로 불리는 표현 중 아프리카 BJ, 유튜버들이 쓰는 여성혐오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말 ‘응, 니애미’, ‘김치녀’, ‘맘충’ 등 온갖 표현이 초등학교 교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 교사들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A 교사는 “수업이 일찍 끝나면 아이들이 신태일이나 BJ철구 영상을 틀어 달라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5~6학년이어도 차마 그런 영상물은 틀어달라고 말을 못했었는데, 거의 ‘선생님 야한 동영상 틀어주세요'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혐오표현이나 급식체를 쓰지 않으면 어울리기 어려우니 여전히 쓰고 있다.”고도 했다. 혐오표현을 쓰는 아이들에게 뜻을 물어보면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주소를 차단하면 나타나는 이른바 ‘워닝(www.warning.or.kr)’을 어떻게 피해가는지도 알고 있을 정도다. 신태일의 유튜브 계정이 영구정지 당한 뒤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는 아이들이 혐오표현을 쓰지 않게 해달라는 가정통신문까지 보냈다.

그러나 지금 초등학생들에게 생기는 문제는 단지 혐오 표현을 쓴다는 것이 아니다. 서한솔 교사(초등성평등연구회 대표)는 “이런 언어를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학생들이 은어와 비속어를 쓰고, 사회가 문제를 지적하는 일이 한 두 해 있었던 일인가.”라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표현을 하게 되는 이유다. B 교사는 “신태일의 영상을 보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아이들은 사실 아이들 무리 안에서 남학생에게서도 여학생에게서도 발언권을 얻지 못한 아이들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혐오표현은 아이들이 자주 쓰는 용어이긴 하지만, 모두가 적극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될 만큼 강하게 표현하는 아이는 반에서 극히 소수고, 이것은 학생들 사이에서 나눠지는 권력관계와 뿌리깊은 여성 혐오로부터 비롯된 결과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이미 ‘잘 나가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눠지고, 이 기준은 여자의 경우 ‘외모’, 남자는 ‘키와 육체적 우위’다. B 교사는 “키가 매우 커서 힘이 세거나, 축구와 같은 운동능력이 뛰어나면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된다. 하지만 축구를 못하는 아이는 소외된다.”고 말한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남자 애들은 우두머리만 내 편으로 만들면 일 년이 편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군대에 대한 반응만 해도 2~3학년은 “무섭다, 아플 것 같다”와 같은 반응이 나오지만, 고학년 남학생은 “당연히 가야죠”라고 말하는 남성성을 내보이는 것에 익숙해진다. 성별에 따라 문화가 분리되고, 특히 남학생들은 서열구도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서열의 아랫쪽에 위치하는 남학생들은 여성 혐오를 보다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신애 교사(초등성평등연구회)는 “초등학생은 상대적으로 여학생이 발육이 빠르다. 거기에 남학생들에게도 외면 받으면 강한 소외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소외감에 유튜브와 사회 통념 등을 통해 접한 혐오문화가 결합한다. 평범한 여학생의 외모를 아이돌의 외모 기준을 들이대며 욕하거나, 여학생에게 ‘걸레’ 같은 표현을 쓰며 공격성을 표출한다.

또한 여학생들은 스스로의 여성성을 강조하고, 동시에 수동적으로 행동하도록 교육 받는다. 어린 나이부터 또래 학생은 물론 어른들에게 외모를 평가 받는 분위기 속에서 초등학교 2학년부터 이미 파우더 팩트처럼 생긴 선크림을 바르고, 입술에 틴트를 바른다. 또한 자신의 외모를 어필하거나 무엇인가 얻어내기 위해 애교를 부리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서한솔 교사는 “교사조차 여자 아이들이 운동이나 과학 활동에서 힘들거나 어려워할 때, 애교를 부리는 듯한 행동을 보이면 수준을 낮춰준다. 남자 학생은 애초에 이런 행동조차 하지 않는다. 이것은 더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익명의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학교에서도 여학생이 애교를 부리며 어떤 것을 해달라고 ‘김치녀’짓을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학교부터 여학생들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적인 언행을 가르치면서 그들을 여성혐오적인 표현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이 부모와 함께 초등학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꼽은 아이돌에 대한 태도는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보여준다.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댄스 학원 C 강사는 “소위 잘 나가는 아이들을 ‘걸팀’, ‘보이팀’이라고 부르는 학교도 있더라. 얼마 전에 트와이스의 ‘라이키’를 가르쳤는데 그 중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은 ‘두근두근두근’ 부분은 너무 애기들 같다고 설렁설렁하고, 보이 그룹 춤이 춤추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신애 교사는 “트와이스와 같은 걸 그룹은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좋아한다. 그런데 보이 그룹을 좋아한다고 하면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김치녀, 걸레’ 등과 같은 표현을 쓴다. 여자 학생은 운동을 잘 해서도 안 되고, 강하게 발언을 해서도 안 되고,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보이그룹도 좋아해서는 안 된다. 보이 그룹을 좋아하는 여학생은‘잘 나가는 아이’에 속하거나, 그럼에도 그것을 표현하면 곤혹을 치룰 것”이라고 말한다. D교사는 “부모들이 남학생이 다른 아이를 때리거나 성추행을 해도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며 당당해 한다, 그런데 여학생이 활달한 성격이면 학부모 상담에서 죄송할 일이 없는데도 죄송하다고 말한다.” 그 결과 여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고 돌려 말하는 ‘수동형 공격’, 이른바 ‘뒷담화’를 통해 관계를 갈라놓는 식의 문화가 형성된다.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편견은 초등학교부터 마치 잘 만들어진 시스템처럼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는, 정말로 막막하다. 서한솔 교사는 “성교육 자료에 남자는 자위하는 법까지 나와 있지만 여자는 자위하는 법은커녕 음핵(클리토리스)의 존재 자체도 지워져있다.”고 말한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기본적으로 설명하는 부분부터, 여학생에 대한 교육은 멈춰져 있다. 단지 사회의 문제가 해결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과연 초등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교육만으로 안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이라도 해야할 때다. 정말 올바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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