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연예인으로 살기│① 정말 ‘노력’하면 스타 되나요?

2017.11.21
최근 윤성현 감독이 제작하는 ‘사냥의 시간’에 배우 이제훈과 박정민, 안재홍, 최우식이 캐스팅됐다. 이 기사에는 “충무로 대세 청춘스타들(스포츠조선)”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최우식은 28세, 나머지 세 명의 배우는 30대 초중반에 접어들었다. 반대로 JTBC ‘믹스나인’에서는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28세 지원자에게 “아이돌을 은퇴할 나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배우냐 아이돌이냐에 따라 20대에 활동하는 연예인의 나이에 대해 전혀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 아이돌 기획사 대표 A는 “솔직히 20세가 넘어가면 오디션도 안 본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돌 오디션 지원자들은 대부분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다. 캐스팅 디렉터 B씨는 “Mnet ‘프로듀스 101’이나 Mnet ‘아이돌학교’를 보면서 연습생 경력이 거의 없거나 전무한 10대들이 데뷔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어린 아이들이 빠른 데뷔를 꿈꾸기 때문에 20대까지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돌이 데뷔를 하고 인기를 얻는 연령은 점점 낮아진다. 20대 초반이 아이돌로서 승부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나이대라는 의미다. 과거 아이돌 연습생이었던 24세 C씨는 “옛날에 데뷔조에서 떨어졌을 때는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빨리 데뷔해야 자리 잡는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회사를 옮겼다.”며, 더는 무대에 설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이돌 또는 가수가 되려는 이들은 이제 막 대학을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에 이미 성패가 결정된다. 실패한 가수, 특히 아이돌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방영 중인 KBS ‘더 유닛’의 출연진도 20대 초반이나 중반이 많다. 그들은 10대 때부터 아이돌을 준비하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데뷔한다. 하지만 데뷔가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 금세 팀이 해체되고 활동할 거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더 유닛’에 출연한 걸그룹 디아크는 데뷔 앨범이 부진하자 곧바로 해체됐다.

배우를 꿈꾸는 20대들의 상황은 정확하게 반대다. 배우를 주로 매니지먼트하는 기획사 관계자 D씨는 “충무로나 브라운관에서 경력 없는 20대 배우를 안 쓰려고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캐스팅 디렉터가 거절하는 멘트는 ‘경력이 없네요.’다. 그런데 신인 배우에게 경력이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는 것에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꾼’, ‘범죄도시’, ‘부라더’ 등 다수의 한국영화들은 최소 30대 이상, 그중에서도 남자들이 대부분 주연이다. 드라마에서도 1990년대에는 이병헌, 차인표 등이 데뷔한 지 얼마 안 돼 드라마 주연이 되고, 곧바로 스타가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 인기를 몰아 영화의 주연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SBS ‘사랑의 온도’에 25세 양세종이 주연을 한 것 자체가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다루는 작품의 범위와 배우층이 탄탄해진 것도 한 가지 이유다. 멜로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젊음과 외모 이상으로 작품에 무게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해지면서 20대 배우들이 과거만큼 빠르게 성공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20대 배우 중 상당수는 30대가 되도 주연을 맡을 수 있는 ‘경력’ 자체를 쌓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과거에는 KBS ‘학교’, ‘반올림’처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배우가 출연할 드라마들이 주기적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기회가 거의 사라졌다. 중년 남자들 중심의 범죄 영화가 산업의 주류가 된 상황에서 20대 여배우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줄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현재 지상파 드라마 주연들 역시 장나라, 정려원, 한예슬, 서현진 등 30대들이 주축이다. 이들 중 서현진을 제외하면 모두 20대부터 시트콤과 미니시리즈 등으로 인기를 얻은 뒤 꾸준히 주연을 하고 있다.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장나라 주연의 KBS ‘고백부부’, 한예슬 주연의 MBC ‘20세기 소년소녀’는 기본적으로 그들의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을 바탕으로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몇 년간 20대 스타를 가장 많이 발굴한 드라마는 지금의 30~40대의 청춘을 다룬 tvN ‘응답하라’ 시리즈였다. 현재의 청춘을 다루는 시트콤이나 학원 드라마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복고가 들어왔다. 아니면 30~40대를 중심에 놓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드라마 작가 E씨는 “경제난으로 사회 분위기가 안 좋다 보니 TV 드라마도 이제 청년들의 풋풋한 사랑이 아니라 지칠 대로 지친 30대나 40대의 로맨스로 넘어갔다. 그러니 20대 배우들은 그들의 동생 역할 정도가 고작”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중위연령(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해당 연령)은 41.8세다. 또한 작년 40대 남성 인구는 425만 명으로, 한국의 인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구와 소득도 20대보다 많은 이들의 힘은 대중문화 산업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MBC ‘무한도전’, JTBC ‘아는형님’, tvN ‘삼시세끼’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모두 40대 남성 위주다. 이휘재, 신동엽의 데뷔 시절처럼 20대 초반에 스타가 되는 예능인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무한도전’의 최연소 고정 멤버는 32세 양세형이다. ‘무한도전’은 파업 전까지 중년 남자들이 게임을 배우거나, ‘욜로’를 앞세우거나 하는 등의 아이템을 방영했다. 드라마에서는 30대 후반~40대 남배우가 20대 여배우와 커플이 되는 경우가 갑작스럽게 늘어났다. 이미 30대 후반의 공유가 tvN ‘도깨비’에서 26세의 김고은과 커플이었고, 제작 예정인 tvN ‘미스터 선샤인’은 40대 후반의 이병헌이 27세의 김태리와 멜로 연기를 할 예정이다. 역시 제작 예정인 tvN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은 10년 전 MBC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당시 32세로, 23세였던 윤은혜에게 ‘아저씨’ 취급을 받는 부유한 남자를 연기했다. 그런데 10년 후에도 그는 여전히 20대 중반 여성에게 ‘아저씨’로 불리며 사랑받는 캐릭터가 될 예정이다.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30~40대가 멜로의 주인공이 된다. 반면 20대 배우들이 서로 사랑하는 작품은 미니시리즈나 tvN 드라마에서 쉽게 보기 어렵다.

물론, 20대에 배우로 빠르게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다.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여주인공 수지는 23세, 최근 개봉한 영화 ‘7호실’의 주연 도경수, 또는 디오는 24세다. 그들은 이미 여러 편의 작품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주연급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그들은 인기 아이돌이기도 하다. 아이돌로 인기를 얻으면 드라마와 예능 어느 분야로든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연예인을 꿈꾸는 10~20대가 대부분 아이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아이돌은 10대 중반의 나이에도 스타가 될 수도 있고, 무대에서 노래와 춤을 함께 소화해야 하는 특성상 지금의 30~40대가 직접 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러나 그만큼 경쟁은 치열해진다. 요즘의 아이돌 그룹은 방탄소년단이나 트와이스 같은 동세대 팀들뿐만 아니라 슈퍼주니어, 더 나아가서는 신화와 젝스키스 등 20여 년 전에도 있었던 팀들과 경쟁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자신이 속한 팀을 알리기는 어렵다. 인기를 얻는 것은 마치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다. ‘믹스나인’은 이런 시장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기 아이돌 그룹을 여럿 데뷔시킨 대형 기획사 대표 앞에서 여러 기획사가 소속 가수들을 내놓고, 가수들은 다른 회사의 대표가 어떻게든 자신을 뽑아주기를 바란다. 양현석 대표가 ‘믹스나인’에서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논란이 될 만큼 무례한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원하는 사람은 많고, 데뷔의 기회는 적다. 그들을 뽑는 사람의 권력은 그만큼 커지고, 참가자는 그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20대는 한두 번의 기회를 더 놓치면 아예 데뷔할 가능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 20대가 연예인이 되려면, 지극히 좁은 선택 폭 안에서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한다. 합격한다 해도 성공은 보장할 수 없고, 그럼에도 ‘노력’이나 ‘절실함’이 부족해서 데뷔를 못한다는 말도 듣는다.

양현석 대표는 20대 초반에 서태지와 아이들로 슈퍼스타가 됐고, 그때 번 돈으로 20대 후반에 기획사를 경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20대는 오디션 프로그램부터 나가서 실력과 인성과 과거 인터넷에 남긴 글까지 모두 검증을 받은 뒤에야 데뷔의 가능성이 열린다. 그리고 그 데뷔를 심사하는 것은 바로 20대 시절 빠르게 스타가 되고, 30대에 이미 대형 기획사를 이끈 40대, 그중에서도 남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앞에 선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독설을 날리고, 성공을 위해 감수해야 할 것들에 대해 역설한다. 지금 20대가 연예계에서 겪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을 데뷔시킬 40대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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