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음악 시상식은 왜 실패하는가

2017.12.06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MAMA(아시안 뮤직 어워드)라는 시상식은 투표,심사에 대한 공정성이 없습니다. 심사위원도 모두 공평하게 뽑지 않았구요. 작년에도 이런일이 있었는데 이번기회에 폐지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2일 열린 MMA(멜론 뮤직 어워드)는 국민청원은 없었지만 몇몇 부문의 수상 결과에 대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한국 대중음악 관련 시상식은 종종 논란이 일어난다. 근본적인 이유는 심사 기준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MAMA과 MMA는 명칭만 다를 뿐 올해의 가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등 주요 부문에 온라인 투표, 심사 위원 점수, 음원 또는 음반 판매량을 합산해 반영한다. 누가 타든 투표 성적이 나빠서, 판매량이 적어서, 또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그러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개최하는 MMA는 음원 성적대로 시상하면 된다. Mnet이 “한국의 그래미”를 표방하며 개최하는 MAMA는 그래미 어워드처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투표로만 결정하면 된다. 아니면 멜론처럼 음원사이트를 운영하는 Mnet도 차트 성적대로 상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은 아이돌 그룹 팬덤의 참여로 성패가 결정된다. MMA는 서울 고척돔에서, MAMA는 베트남, 일본, 홍콩에서 열렸다. 이 공연장들을 모두 채우려면 K-POP으로 불리는 아이돌의 팬들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온라인 투표가 필요한 이유다. 팬덤이 큰 인기 아이돌 그룹의 음원 성적이 부족하다 해도 팬덤이 온라인 투표를 많이 하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여러 팬덤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면서 시상식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팬덤의 투표로 흥행을 보장하면서, 다른 요소들로 시상에 대한 명분을 함께 가져가는 셈이다.

이것은 기만적이다. 팬덤은 좋아하는 뮤지션을 위해 투표에 참여하고, 그들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다. 공연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팬덤이 많은 팀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하지만 수상 결과로든 시상식의 명분으로든, 그들을 핵심으로 인정하는 시상식은 보이지 않는다. MAMA는 아시아 제일의 시상식이라는 지역적 특징을, MMA는 멜론 차트를 강조한다. 올해 음악 시상식에 대한 논란이 연이어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다. 한국 대중음악 산업에서 역사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올해는 엄청난 팬덤을 가진 보이그룹들이 동시에 활동했다. EXO, 방탄소년단, 워너원이 올해 얼마나 큰 반응을 얻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두 보이그룹인 세븐틴과 뉴이스트W 또한 초동판매량(첫주 앨범 판매량)만 모두 20만장이 넘는다. 시상식은 이런 팬덤의 열기를 투표와 공연 참여에 활용했다. 하지만 투표, 판매량, 심사위원 점수를 섞은 시상 기준은 어느 팬덤도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렇다고 대중에게 신뢰성을 인정 받은 것도 아니다. 현재 한국에서 팬덤 바깥에서도 결과를 주목받는 음악 시상식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방탄소년단을 초청한 아메리칸 뮤직어워드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그들의 팬덤 아미(ARMY)를 또다른 게스트처럼 다뤘다. 해시태그로 아메리칸 뮤직어워드는 ‘#ARMYxAMAs!’같은 해시태그로 아미에게 접근하면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방탄소년단이 레드카펫에 설 때 아미가 환호를 보내는 모습을 조명하기도 했다. 그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게스트를 초대하고, 게스트를 초대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강조한다. 팬덤의 열기 때문에 시상식에 불렀다면, 팬덤의 힘에 주목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음악 시상식들은 팬덤을 최대한 이용하되 그들을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심지어 MAMA는 올해 베트남, 일본, 홍콩에서 공연을 여는 등 수익성은 최대한 높이면서 정작 공연의 질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일본 공연의 경우 방송태가 고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몇몇 팀은 후렴구에서 조차 안무 대신 환호하는 관객이나 천장 쪽에서 찍은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공연 장소가 늘어나면서 준비가 미비했던 것이든, MAMA에 대한 해외 팬들의 호응을 과시하기 위해서든 MAMA는 시상식에 가장 기여한 소비자들을 무시한 셈이다. 지금 한국의 대형 음악 시상식들은 시장의 흐름도, 품위있는 명분도, 멋진 공연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상식은 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가. 어렵더라도 정말 심사의 권위를 세워 나가든가, 시상식에 기여하는 이들을 인정하든가, 최소한 둘 중 하나는 해야한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가져가려면, 그만큼의 성의가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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