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새로운 캐롤 열 곡

2017.12.08

Christmas Card From A Hooker In Minneapolis - Tom Waits
1978년, 찰리라는 남자가 받은 크리스마스카드 한 장. “Charley, I’m pregnant.”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한 줄 한 줄 해석하면 캐롤이라고 추천하기도 민망할 만큼 처절하게 살아온 한 여성의 삶을 담고 있다. 마지막에 이르면 잔혹한 진실이 밝혀지는 잔인한 크리스마스카드지만, 피아노 소리와 톰 웨이츠의 목소리가 너무 따스하고 아름다워서 매해 이맘때면 찾을 수밖에 없는 곡이다. 현실은 아름답지 않아도, 크리스마스는 아름답길 바라는 만인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글. 박희아

Every Nigger Is A Star – Boris Gardiner 
베리 젠킨스 감독의 영화 ‘문라이트’의 오프닝으로 등장하는 곡. 자메이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보리스 가디너가 부른 곡으로, 아름다운 가사와 레게풍의 멜로디는 이 영화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문라이트’를 나는 한 줄의 대사로 기억한다. “모두가 각자의 색을 갖고 있지만, 달빛 아래에 서면 누구나 푸르게 보인단다.” 이 말은 주인공인 흑인 소년 샤이론에게, 세상의 모든 편견과 맞서는 힘이 되어 주었다. 나 또한 바랬다. 그가 평생에 다가올 시련과 불행에서 잘 버텨주기를, 무너지지 않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 소년의 성장을 지켜봤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나 스스로를 지켜보는 마음이기도 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시기,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는 길을 걸어야 했던 나에게는 매 순간 용기가 필요했다. 무너지지 말아야했다. 그때 다가온 이 영화는 누구보다도 커다란 힘이 되어주었다. 올해의 캐롤을 이 곡으로 고른 이유다. 노래 가사처럼 ‘모든 흑인이 별’이듯이, 우리 각자는 아름다운 별이다.
글. 김민지(EBS ‘까칠남녀’ PD)

A Christmas Song For You – Kem
크리스마스의 연인들을 위한 노래다. 성탄절이 딱히 연인들을 위한 날은 아니지만, 다년간의 자영업 경험상 이날은 세상의 모든 커플이 쏟아져 나오는 특수다. 그들을 위한 사운드트랙으로는 순록들의 노동요나 구세주의 반가움을 알리는 노래보다 더 적당하지 않을까. 다소 촌스러운 제목의 ‘A Christmas Song For You’는 겨울과 크리스마스에 아주 잘 어울리는 뮤지션 켐(Kem)의 홀리데이 앨범 ‘What Christmas Means’에 실린 오리지널로, 우연히 성탄절에 만난 상대에게 감사하다고 속삭이는 노래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흔들리는 촛불처럼 따뜻하게 살랑이고, 보컬은 다크 초콜릿이 녹듯 달콤하고 진하다. 이 노래를 잘 기억해두었다가 요긴하게 써보자. 아차, 싱글이라면… 낭패다.
글. 황순욱(피망과 토마토 망가바 사장)

Christmas At Hogwarts - John Williams 
1990년대 초년생들에게 ‘해리포터’는 단순한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시대를 공유하는 친구였다. 성인이 된 뒤에도 현실이 힘들 때마다 ‘해리포터’라는 가상 세계를 찾았다. 현실과 비현실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장면을 보며 나도 비현실적인 세계에 몰입했다. 호그와트의 아름다운 겨울과 크리스마스를 담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그 배경에 흐르는 ‘Christmas At Hogwarts’는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크리스마스라는 날의 명랑함부터, 신비로움,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한데 절묘하게 담아낸 마법 같은 곡이다. 이젠 ‘또 다른 하루’가 되어버린 크리스마스가 1년 내내 고대했던 특별한 날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하는 장면과 음악.
글. 류희성(월간 ‘재즈피플’ 기자)

I Am Sitting In A Room - Alvin Lucier
연초에만 선명한 언어들이 있다. 이를테면 결의에 찬 다짐들이 그랬다. 그것이 연말인 지금까지도 변함없었더라면 난 오늘 훨씬 더 건강한 사람일 수 있었다. 반면 내 태만과 상관없이 뒤엎은 것들도 있었다. 한결같지 않았기에 다행인 게 얼마나 많았는가. 미국의 작곡가 앨빈 루시에(Alvin Lucier)가 그의 집 거실에서 녹음한 연설 ‘I am sitting in a room’은 원본을 같은 공간 내에서 재생해 다시 테이프 레코더로 녹음하길 총 32차례 반복한 것이다. 이 과정으로 언어는 복사될수록 실내의 고유한 진동과 특정 주파수가 강조되면서, 결국 해체되고 공간의 음악으로 변화한다. 올 한 해, 나 역시도 정말 성실히 멀어졌기에 노래가 된 것들이 있다. ‘이제부터’로 시작될 내년치의 작심들을 약 한 주 정도 유예한 성탄절 시즌이라면, 이를 감상하고 송별하기에 꽤 적합한 시기가 아닐까.
글. 김정연(작가)

St. Brick Intro - Gucci Mane
2014년부터 작년까지, 매해 구찌 메인(Gucci Mane)은 ‘East Atlanta Santa’라는 시리즈를 발매해왔다. 내가 매년 챙겨 듣는 캐롤은 오직 이 시리즈뿐이다. 사실 캐롤이라 부를 부분도 얼마 없다. ‘St. Brick Intro’는 ‘Jingle Bell’의 멜로디를 마이너 코드로 바꾸고, 구찌 메인은 마약 판매상의 이야기를 크리스마스에 빗댄다. 그렇지만, 이 곡의 백미는 뮤직비디오다. 뮤직비디오에서 약 2분 즈음 등장하는, 집주인이 무단 침입한 산타클로스를 만나는 장면은 크리스마스의 환희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곡에서 크리스마스는 곧 파티고, 그래서 나는 올해 광주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이 곡을 첫 곡으로 틀며 크리스마스를 2개월 정도 일찍 축하했다. 원래 캐롤은 크리스마스 당일보다는 조금 일찍 들어야 제맛인 법이다. 참고로 이 앨범은 이 곡을 제외하곤 크리스마스랑 전혀 관련이 없다. 그래서 더 좋다.
글. 심은보(‘비슬라 매거진’ 에디터)

Body and Soul - Billie Holiday
빌리 할리데이의 목소리를, 그 떨림과 느낌을 좋아한다. 그래선지 수많은 이들이 수없이 변주한 곡일지라도 꼭 빌리 할리데이가 부른 버전을 찾아 듣는 때가 많다. 떠난 연인에게 호소하는 가사가 딱히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이 곡만 들으면 12월의 정경, 즉 창밖으로 눈이 쌓인 실내, 돌아가는 레코드, 따듯한 음료를 쥔 손이 연상된다. 바디 앤 소울, 즉 몸과 영혼의 노래이기 때문일까. 빌리 할리데이의 목소리가 깊이 스며든 추위를 조금은 위로해주는 듯하다.
글. 이은빈(티 브랜드 알디프 운영)

Carol of The Old Ones - H.P. Lovecraft Historical Society 
예수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Silent Night, Holy Night’)에 태어났지만, 지구인들은 그의 생일을 소란스럽고 북적거리며 밝은 빛 속에서 보낸다. 어둠 속의 고요한 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추운 겨울날 식당에서 웨이팅을 기다리기보다는 아마도 따뜻한 음식과 술과 함께 조용히 보내거나, 조그마한 집에 모여 보드게임이나 즐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둠 속에서 느끼는 안락한 기쁨은 성탄절에 모두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묘미다. 호러 작가인 러브크래프트는 외계 종족, 초월적 종족들에 대한 공포를 묘사하며 과거 지구를 공포와 광기로 지배했던 고대 악신들에 대한 신화를 창조한 인물이다. 그의 세계관을 묘사하며 만든 H.P. Lovecraft Historical Society의 ‘Carol of The Old Ones’를 들으며 지구인이 신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신비와 거대함에 압도당하는,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닫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한 해 동안 얼마나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웠으며, 곤란한 일들을 겪었는지 떠올려보자. 신은 언제나 바쁘고,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글. 이지혜

Little drum machine boy - Beck 
록, 힙합 양 쪽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마구 쏟아지던 시절, 그 중 좀 새롭다 싶은 록에는 얼터너티브라는 단어가 앞에 붙던 시절, 그러니까 스매싱 펌킨스가 그 화려한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를 낸 1995년에서 1년 뒤 벡, 소닉유스, 엘라스티카 같은 뮤지션들이 모여 캐롤을 그들이 하던 음악 스타일로 바꿔서 발표했다. 여기에는 힙합 그룹이면서 밴드 형식을 취했던 루트도 참여했다. 지금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특히 벡이 ‘북치는 소년’(‘Little drummer boy’)을 당시 그의 ‘천재 스타일’로 바꾼 ‘Little drum machine boy’같은 경우는 캐롤을 이렇게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할 듯 하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되던 때가 1996년이었고, 새롭고 신기해서 마냥 좋았던 이 캐롤들도 지금은 얼터너티브의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지났지만 참 좋았고, 열심히 좋아했지. 그럴려고 캐롤 듣고 그러는 거지 뭐. 
글. 강명석(‘ize’ 편집장)

‘Jingle Bells’ - Brian Culbertson
신인작가 시절에는 차분한 곡들을 주로 걸어두었지만, 크리스마스때 놀지 못하는 일상이 길어지면서 이러한 만화가의 삶이 억울하여 요즘은 주로 파티용 음악을 즐긴다. 최근에는 늘 브라이언 쿨버슨의 ‘Soulful Christmas’앨범으로 시작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엄숙함과 경건함, 차분함 대신 브라스섹션의 소울풀한 리듬이 가득한 앨범. 연말에도 숨돌리지 못하는 마감 생활자들과 야근하는 이들에게 잠깐의 에너지를 충전해주기에는 충분한 그루브다. 특히 그 중에서도 ‘Jingle Bells’가 나올 땐 잠시 일을 멈추고 맥주를 딴다. 후반부의 짧은 드럼솔로가 지나며 다같이 카운트다운을 하는 지점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글. 이종범(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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