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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음주의 정석

2017.12.11
셔터스톡
사람마다 평생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를 ‘주량 총량의 법칙(酒量)’이라고 부른다. 초·중년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버리면 말년엔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이 확 줄어든다는 것. 이 법칙을 알게 된 건 불과 채 몇 년이 되지 않는다. 20대 초반에 마셔버린 술들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지금은 질겁하는 희석식 소주, 소폭, 양폭 등…. 영혼을 터는 술로 날려버린 주량이 아깝기만 하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좋은 술, 맛있는 술을 마셔야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연말은 이 총량의 법칙을 거스를 수밖에 없다. 송년회, 망년회, 회식 등 원치 않는 술자리가 줄줄 이어진다. 원하는 만큼, 원하는 술을 마실 수도 없다. 억지로 마셔야 하는 술도 많고, 과음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 시절을 돌이켜보면 연말 술자리는 말 그대로 빡.쎘.다. 낮부터 소맥을 말아야 했던 적도 있고, 저녁 술자리에서 3~4차를 달린 날도 많았다. 화려했던 음주의 나날이었으나 그 결과는 물 보듯 뻔했다. 숙취의 고통을 덜고자 온갖 술 깨는 약을 상비해놓고 먹었고, 술이 깰 때쯤 다시 술자리로 출동했다.

요즘의 회식 문화는 예전 같지는 않다. 강제적인 술자리, 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은 전반적으로 지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연말은 아무래도 다른 시즌보다는 술자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내상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술자리가 시작되기 전에 가볍게 속을 채워주는 것이 좋다. 공복에 마시는 술은 만취의 지름길. 우유나 두유, 바나나와 같은 간단한 과일 등을 미리 먹어두면 과식도 피할 수 있다. 음식을 먹은 뒤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가 50% 정도로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타민을 한 알씩 챙겨 먹는 것도 좋다. 비타민C는 알코올 배설을 촉진시켜준다.

주종이 폭탄주라면? 제조상궁을 자처해 소주의 비율을 낮추자. ‘싱겁다’, ‘맛없다’는 상사의 민원이 들어올 수 있으니, 내 잔만 슬쩍 조금 따르는 게 안전할 수도 있다. 맥주를 가득 따른 잔을 옆에 두고 슬쩍 잔을 바꿔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폭탄주 분위기를 주도하는 상사가 있다면 가급적 맞은편, 대각선 자리는 피하고, 사각지대인 옆자리에 앉자. 얼굴을 마주 보는 자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테이블 중앙이나 안쪽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라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가급적 자주 일어나기 좋은 구석 자리를 사수하자. 슬쩍 화장실에 가거나 바깥바람을 쐬며 쉬어가는 타이밍을 가질 수 있다.

술을 마시는 양만큼 물을 계속 마셔주는 것도 중요하다. 고수들은 술 한 잔, 물 한 잔으로 몸이 받는 대미지를 최소화한다.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부작용도 있지만,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할 확률이 훨씬 줄어든다. 탈수 예방에도 좋다. 물로 속을 자꾸 채워주기 때문에, 음식도 적게 먹게 된다. 살찌는 연말을 피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2차, 3차를 가게 될 때는 술의 종류가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술이 다양하게 섞일수록 알코올 분해가 늦어진다. 그 말은 숙취의 강도도 더욱 높아진다는 것. 1차에 마신 술을 가급적 유지해서 마시자. 평소 자기 몸에 잘 받지 않는 주종을 피하는 것이 살 길이다.

다음 날 해장을 챙기는 건 중요한 덕목이다. 보통 자극적인 음식으로 해장을 하는 사람이 많다. 라면이 대표적이다. 맵고 칼칼한 국물이 알코올 성분을 밖으로 꺼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가뜩이나 전날 음주 활동으로 고통받은 간과 위 등의 장기가 맵고 짠 맛으로 자극을 받아 고통을 더하는 격이 된다. 속에 부담이 덜한 해장 방식이 좋다. 토마토에 꿀을 넣고 갈아서 먹거나, 밥을 물과 함께 끓여서 누룽지처럼 먹는 방법을 강추한다. 물에 식초를 희석해 마시면 술로 산성화된 몸이 중화되며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어느덧 12월도 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술 달리는 회식 자리는 센스 있게 대처하고, 몸을 잘 챙기자. ‘주량 총량의 법칙(酒量)’을 항상 염두에 두고, 좋아하는 술을 맛있게, 적당히 마시자. 여기에 좋은 사람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연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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