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웹툰산업│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다

2017.12.19
2016년, KT경제경영연구소는 웹툰 산업의 규모가 2020년에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현재 웹툰 플랫폼은 40개가 넘었고, 해외 진출까지 성공한 몇몇 플랫폼은 100억에서 1,0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하기도 한다. 웹툰이 새롭게 떠오르는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성장 중인 이 산업에는 그만큼의 그림자도 따르고 있다. 최근 웹툰 플랫폼 레진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이 그 예다. ‘ize’에서 이미 다룬바와 같이 지각비를 비롯한 웹툰 작가의 처우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올 한 해 내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웹툰 산업이 커지는 규모와 함께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현재 웹툰 산업은 플랫폼마다 최대한 많은 작가를 섭외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웹툰 정보 사이트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레진은 262명(연재 중 252개), 네이버웹툰 175명(연재 중 163개), 다음웹툰 127명(연재 중 110개), 케이툰 98명(연재 중 88개) 등 플랫폼마다 많은 작가들을 확보, 최대한 많은 작품들을 서비스 중이다. 이는 위험부담이 큰 대신 성공시 이익도 큰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웹툰은 작품 한 편당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플랫폼은 작품 수를 늘려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최근 중국 웹툰 시장의 성장은 웹툰 플랫폼들이 양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원인이 됐다. 중국의 웹툰 이용자 수는 2016년에 전년 대비 76.2% 증가한 7,075만 명이다. (중국 리서치 기업 아이리서치) 일례로 중국의 ‘텐센트 만화’는 2017년 7월 기준 20,000개 이상의 중국과 해외 만화와 600명 이상의 독점 작가, 9,000만 명 이상의 월간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 만화’의 대표작은 ‘시형(尸兄)’으로 누적 조회수 40억, 약 5,000만 위안(90억 원)의 IP 판매 수익을 올렸다. 또한 중국의 웹툰 플랫폼은 한국의 포털 웹툰 서비스와 유사한 수익 모델로 성장하고 있어 한국 웹툰 업체들이 진출하는데 용이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은 웹툰뿐만 아니라 모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중국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고 말할 만큼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 중국 독자들이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여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일수록 최대한 많은 작가들을 확보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 과거보다 더욱 많은 작가의 확보가 중요해졌다.

그러나 많은 작가를 확보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관리와 비용이 필요하다. 좋은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작가를 관리하는 편집자, 또는 PD의 지원이 중요하다. 많은 작가들을 확보할수록 작가에게 지급되는 원고료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2016 웹툰산업 백서’에 따르면 주 4회 연재하는 웹툰의 월 원고료는 400만원 선(신인작가는 200만원선)으로 1년에 1편 운용하는데 4,800만 원, 100편이면 48억 원이 든다. 통상 3년 정도의 운영자금을 설정한다면 재료비 성격의 원고료만 144억 원이 필요하다. 또한 인건비와 판매관리비를 50% 선으로 맞춘다고 하더라도 사업운영을 위해 288억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현재 많은 웹툰 플랫폼 중 이 정도 고료를 지급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2013년 이후 신설됐다가 중단한 웹툰 플랫폼만 10여개가 넘는다. 조디악코믹스는 단 2개월 만에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연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플랫폼도 여럿 등장했지만, 많은 이익을 내는 곳은 매우 한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은 실패와 함께 작품의 연재 중단으로 이어진다. 또한 원고료를 줄이려는 과정에서 작가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작품을 일반적인 제품 다루듯 하거나 불공정 계약 문제가 불거진다. 웹툰 산업은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이것을 지탱할 수 있는 수익구조나 작가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고민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의 웹툰산업은 오직 작가를 많이, 그리고 가능하면 적은 원고료로 섭외하는 것이 수익구조이자 경쟁력으로 포장돼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작가를 위한 에이전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플랫폼과 작가가 직접 대면할 경우 작가가 부담해야할 사업/운영 측면이 늘면서, 이미 원고만으로 부담이 되는 작가에게 전문 에이전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업계 현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에이전시와의 계약은 또 다른 불공정 계약을 반복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외주/프리랜서 노조나 협회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웹툰 관련 협회조차 실질적으로 사업주들에게 강제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작가들의 주장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가들의 재능과 노력이 모여 산업화가 된 분야가, 정작 그 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작가들을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신인 작가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린다. 지금 웹툰 산업은 정말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혹시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없애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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