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에게 보내는 감사

2017.12.26
SM엔터테인먼트
한때 일간지 사회부에서 평생 일하고 싶다는 치기 어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고 다녔다. 처음 입사했던 회사는 정치적으로 보수층이 두터운 지역에 위치해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여자 선배가 말했다. “국장한테 들었어. 너 사회생활 하는 법 모르냐? 이래서 군대 갔다 온 남자애들이 편해.” 이 회사 사회부에 여자 기자가 한 명도 없는 이유를 물어본 것뿐이었다. “내가 여자가 싫어서.”라는 답변을 내놓는 남자 국장과 군대 이야기를 꺼내는 여자 선배 밑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동안 이를 갈며 새벽 퇴근길만 기다렸고, 맥주를 병째로 들고 씩씩하게 걸으며 매일 이적의 ‘왼손잡이’를 들었다. 난 왼손잡이야! 왼손잡이 할 거야. 내가 캡까지 하고 만다.

그 치기 어린 시절에 종현의 ‘왼손잡이’를 좋아하게 됐었다. KBS ‘불후의 명곡’에서 그는 ‘내 인생의 노래’로 이적의 ‘왼손잡이’를 불렀고, 꽤 오랫동안 “촌스럽다”, “오글거린다”는 비아냥스러운 말들을 들었다. 사운드 보정이 어려울 정도로 소리를 지른 그의 노래는 다른 가수들의 무대와 비교했을 때 말 그대로 그냥 날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좋았다. “저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종현이 저 이유를 댄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중학교 때 같이 어설프게 밴드 음악 하던 친구들을 경연 프로그램에 세워놓는 아이돌이 어디 있겠나.

화려한 세계였던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왼손잡이 같은 사람이었다. 아주 드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주류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가 속한 샤이니가 앨범 ‘로미오’에서 당시 보이그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비로운 이미지를 표현할 때도, 아프리카 리듬을 활용한 ‘링딩동’에서 씩 웃으면서 곡을 시작할 때도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리고 솔로 앨범 ‘BASE’는 아이돌로서의 캐릭터와 흑인음악의 장르적 특질을 너무나 현명하게 결합했었다. 아이돌로서 독특했던 샤이니와 장르 음악을 활용하되 자신의 캐릭터를 풀어놓은 종현의 길은 정말 왼손잡이, 딱 그것이었다. 너무나 거대한 회사가 그의 뒤를 받치고 있었기 때문에 비주류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주류는 아니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독특하면서도 다가설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BASE’로 주목을 받은 뒤 ‘소품집’에서는 주변 스태프들이 “사실 이게 진짜 종현이가 하고 싶어 했던 음악”이라고 전할 만큼 자신이 원하는 음악들을 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좋아하는 것들을 뒤져가며 살았던 사람이었다. 아이돌로서 돔 투어를 돌며 ‘소품집’을 내던 왼손잡이.

안면도 없는데 모두가 슬프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수많은 또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주변에는 퇴사하고 서울을 떠나거나 창작 활동을 때려치우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사회부를 떠나 엔터테인먼트를 다루는 일을 선택했다. 바꾸는 것을 포기했냐고 물으면, 타협했다고 하겠다. 확신은 안 서지만, 더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니까. 그리고 계속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을지 생각날 때, 종현이 ‘불후의 명곡’에서 보여준 그 모습을 떠올린다. “고백할 게 있어요. 난 양손잡이야!” 당황한 표정으로 무대를 응시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종현을 응원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의 얼굴을 생각하며 힘을 얻는다. 다시 그 무대를 봐야겠다. 엉망이었지만, 가장 행복한 얼굴이 담겼던 그 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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