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엑스맨을 데려와도 기쁘기만 할 수 없는 이유

2017.12.28

thewaltdisneycompany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엑스맨과 판타스틱 포, 데드풀이 어벤져스와 함께 닥터 둠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의 사정은 팬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상상만으로 남겨놓게 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드는 회사가 디즈니인 반면, ‘엑스맨’, ‘판타스틱 포’, ‘데드풀’, 닥터 둠의 지적 재산권은 모두 21세기 폭스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 상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열렸다. 디즈니가 520억 달러에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폭스의 많은 부분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11월 초, ‘CNBC’에서 디즈니가 폭스의 자산 상당수를 인수할 거라는 루머를 이미 한차례 보도했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가 난 것은 12월 14일이었다. 이번 인수로 디즈니는 21세기 폭스의 영화와 텔레비전 스튜디오를 소유하게 됐고, 덕분에 ‘엑스맨’, ‘아바타’, ‘심슨’,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지적 재산권을 갖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의 지분율을 기존 30%에서 60%까지 늘리게 됐다. 가히 미디어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만한 거래라 할 만하다.


한화로 거의 57조 원에 달하는 이 커다란 거래로 디즈니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분명, 단순히 마블 팬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의 가장 큰 목적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다고 본다. 지난 10월, 디즈니는 이미 독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ESPN’을 위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내년 초에 공개될 예정이고, 2019년에는 마블, 스타워즈, 픽사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폭스의 콘텐츠를 추가해, 현재 스트리밍 시장의 선두 주자인 넷플릭스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것이 디즈니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다.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이미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인수 이후 스트리밍 업계의 지형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사를 냈다. 아마 넷플릭스는 디즈니에서 콘텐츠 제공을 꺼릴 테니 앞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디즈니가 이번 인수를 통해 계획한 대로 소비자에게 직접 도달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다면, 2년 후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 사이에서 무엇을 구독할지 고민하게 된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한 디즈니의 장밋빛 계획을 차치하더라도, 당장 디즈니가 폭스에서 가져가는 영화와 티비 쇼만 봐도 현재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각 변동이라 할만하다. 디즈니에서 갖게 되는 지적 재산권에 무엇이 있는지, ‘폴리곤’이 정리한 내용을 보면 이렇다. 디즈니는 앞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스타워즈 에피소드 4의 판권을 폭스에서 가지고 오게 되고, ‘타이타닉’, ‘혹성 탈출’, ‘에일리언: 커버넌트’, ‘킹스맨’, ‘다이 하드’, ‘나 홀로 집에’ 등도 갖게 된다. 이쯤 되면 미국 상원의 반독점 위원회에서 이번 인수에 관심을 두는 것도 당연하다. ‘리코드’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로 인해 디즈니가 너무 많은 박스오피스 프랜차이즈 소유권을 갖게 되고, 지역 스포츠 방송국과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의회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포브스’는 이번 인수로 소비자가 당장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경쟁은 좋은 것이지만, 디즈니와 폭스가 합쳐지면서 소비자는 더 적은 선택권을 두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몇 년 후, 넷플릭스에게 디즈니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면 두 기업의 경쟁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분명한 이득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확장 정도랄까. 물론 팬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몇 년 후 엑스맨과 어벤져스가 함께 나오는 영화가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만 독점 공개될 때면, 괜히 볼멘소리를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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