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② ‘나 혼자 산다’를 빛낸 7인의 독거인들

2018.01.02
지난 4년 동안 MBC ‘나 혼자 산다’에는 수많은 독거인들이 출연했다. 그중에는 의외의 평범함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독특한 생활방식으로 화제가 되고, 실현 가능성이 없을지라도 화려한 싱글라이프에 대한 환상을 품게 만든 이들이 있었다. 그중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싱글라이프를 선보인 7명의 독거인을 소개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삶 속에서 어쩌면 자신과 닮은 모습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소유, 베스트 초보 자취인

‘무지개 라이브’ 55회에 출연 당시 소유는 23살, 혼자 산 지 2주 된 초보 자취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초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야무지게 혼자만의 생활을 꾸려나갔다. ‘아침에는 되도록 요리를 해 먹겠다’는 다짐에 따라 냉장고에서 척척 필요한 재료를 꺼내 든든한 아침상을 차려냈으며, 설거지를 마친 후에는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가스레인지까지 말끔하게 닦아냈다. 이후 집을 나선 그는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발품을 팔아 집에 어울리는 소품을 찾아냈으며, 좋아하는 와인까지 구입해 양손 무겁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좁은 주방 탓에 거실에 밥상을 놓고 요리를 하던 소유는 저녁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홈바를 혼자 힘으로 설치했고 고장 난 건조대에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가며 빨래를 널었다. “이렇게 맞추며 살아가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라는 그의 말처럼,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스스로에게 맞는 균형을 찾아가는 될성부른 자취인의 모습이었다.

심형탁, 베스트 덕후

‘심형탁의 4차원 주머니’. 64회 ‘무지개 라이브’에 출연한 심형탁은 자신의 영상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그의 말대로 결코 넓다고는 할 수 없는 심형탁의 집에서는 끊임없이 도라에몽과 각종 캐릭터 프라모델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무지개 회원들은 “문방구 같다”며 그를 타박했지만, 심형탁은 내내 도라에몽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좋아하는 장난감을 마음껏 사고 싶다’는 어릴 적 소원을 잊지 않았으며 독립을 하자마자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비록 본가에서 2분 거리의 원룸이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도라에몽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는 것과 이어폰을 끼지 않고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무지개 회원들은 끝끝내 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도라에몽의 신장부터 생년월일까지 신나게 이야기하는 심형탁의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던 아버지는 비록 그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할지라도 존중하는 듯했다. 컬렉팅에 최적화된 공간, 그리고 이를 존중해주는 가족들까지. 모든 것을 갖춘 ‘덕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우선, 베스트 집사

“안녕~ 안녕~ 우리 아가들 안녕.” 10마리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는 선우선의 아침 인사다. 잠에서 깨자마자 침대 위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 그는 고양이들이 머무는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 한 마리 한 마리와 눈을 맞췄다. 이후 이어지는 일과 역시 고양이들이 우선이었다. 10마리를 모두 세수시킨 뒤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먹이를 챙긴 후 이빨까지 닦아준 후에야 선우선은 자신의 몸에 붙은 고양이털을 능숙하게 떼어내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바쁜 일과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고양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작은 동물들이 중심이 되는 삶.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할지 모르나 “저 자신이 걱정될 때마다 고양이에게 위로를 받았다”는 선우선의 말처럼 고양이를 돌보는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을 돌보는 일이었을 것이다. 같은 회에 출연한 ‘개 아빠’ 지상렬과 89회에 출연한 ‘고양이 집사’ 효린의 일상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의 삶답게 따뜻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김반장, 베스트 자연인

‘무지개 라이브’ 156회는 김반장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인디 씬에서 ‘레게 대부’라고 불리는 그는 홍대에서 공연이 끝난 후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 북한산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김반장은 이 집에 오게 된 이유에 대해 “일단 공기가 짱 좋고 마당이 있다는 거. 조금 다른 점이라면 다른 집보다 불편하죠”라고 말했다. 겨울에는 온수가 나오지 않는 오래된 집. 그래서 친구조차 잘 오지 않는 이 집을 그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좋다’고 표현했다. 그 속에서 김반장은 도시와는 다른 자신만의 방식을 찾은 듯 보였다. 그는 마당에 쌓아놓은 낙엽에 불을 지펴 물을 데웠으며 신발을 벗고 산에 오르거나 지붕 위에서 이불을 말리며 낮잠을 잤다. 이를 본 무지개 회원들은 김반장을 ‘자연인’이라고 불렀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부러워했다. 그가 산속의 집에서 만드는 것은 음악뿐만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자유로운 행복이었다.

다니엘 헤니, 베스트 싱글라이프

‘일상이 화보’.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다니엘 헤니의 무지개 라이브를 이 한 단어로 표현했다. LA의 중심 할리우드에 위치한 그의 집은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이었고, 그 안을 거니는 조각 같은 외모의 다니엘 헤니는 그야말로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스스로를 ‘혼자 산 지 19년째’라고 소개만큼 그의 생활에는 군더더기라곤 없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그가 아침부터 밤까지 운동과 연기 연습, 촬영과 오디션 등으로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좀처럼 여유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니엘 헤니는 짬짬이 틈을 내 매니저에게 운동을 가르쳐주거나 애완견 망고와 다정하게 놀아주고, 친구들을 불러 홈 파티까지 즐겼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니엘 헤니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완벽한 싱글라이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권혁수, 베스트 푸드파이터

권혁수는 ‘무지개 라이브’를 통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출연자 중 하나일 것이다. 눈 뜨자마자 현관문 밖에 놓여 있던 다이어트 도시락을 챙기는 그의 모습은 흔한 다이어터처럼 보였지만, 다음 순간 이어진 행동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다이어트 도시락을 연달아 두 개 먹은 것도 모자라 바나나와 감자, 컵라면 등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집을 나서면서까지 간식을 꼼꼼하게 챙긴 그는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가 주장하는 ‘저염 다이어트’, ‘생활 버닝’ 등은 모두 터무니없는 핑계이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먹을 때 그의 모습이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잠들기 직전까지도 먹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족발 뼈 사이에 붙은 살을 야무지게 발라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결국 이시언은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안 쪘다’며 그의 방식을 인정했다. 한 손에는 와인 잔, 한 손에는 족발 뼈를 들고 춤까지 추는 그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애초에 자신이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권혁수는 진정한 승리자다.

전현무, 베스트 비포애프터

전현무는 ‘나 혼자 산다’ 25회부터 출연했다. 현재의 무지개 회원 중 가장 오랫동안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그는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전현무는 자신의 집을 ‘공유가 살던 집’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지만 덩그러니 크기만 한 집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고, 그는 썩어가는 음식을 먹거나 소파에 드러누워 괴상한 안경을 쓰고 TV를 보다가 기절하듯 잠들었다. 초창기 ‘살림바보’로 불리던 그였지만 다른 사람처럼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도 컸다. 전현무는 이사를 계기로 그저 잠만 자는 곳이던 집을 자신의 개성이 반영된 공간으로 꾸몄으며, 집으로 박나래를 초대해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가장 달라진 점은 수많은 스케줄에 찌들어 일상생활을 방치하다시피 했던 그가 다른 회원들의 생활에 자극을 받아 자신과 주변을 돌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수시로 쓰지 않는 물건들을 주위의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집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한혜진의 등산, 헨리의 테니스처럼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취미생활에 도전하기도 했다. 아직 더 변해야 할 부분도 많겠지만, 다른 이들의 삶을 가장 많이 지켜본 출연자가 변화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나 혼자 산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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