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새끼’ 속 실패한 플러팅

2018.01.04
SBS ‘미운 우리 새끼’ 속 남성들은 끊임없이 여성을 만난다. 빚에 시달리는 이상민을 제외하고는 하차한 허지웅조차도 소개팅을 통해 새로운 여성을 만나 다음 번 만남을 기약했던 바 있다. 출연자들의 어머니들이 스튜디오에 앉아 계속 결혼에 대한 바람을 내비친다면, 아마도 이런 만남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결혼이고 연애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김건모부터 토니까지, 여성들을 유혹하고자 하는 그들이 호감 있는 여성에게 보여주는 태도, 또는 플러팅은 모조리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하나씩 안고 있다.


토니, 호감을 강요하지 말 것

토니가 ‘이상형 월드컵’에서 고준희를 뽑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뜬금없이 제3자인 친구가 나서면서부터 시작됐다. 토니의 이상형을 알게 된 붐은 고준희가 출연 중인 드라마 촬영장에서 대뜸 편의점 차량 이벤트를 열었다. 토니와 고준희 모두 깜짝 놀랄 만큼 황당한 시도였다. 하지만 당황한 것도 잠시, 토니는 고준희에게 ‘편의점 코스 요리’를 직접 대접하며 호감을 표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차량으로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한 남자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덕분에 감사하다.”, “토니는 좋은 사람”이라며 고준희에게 부담을 준다. 심지어 토니가 고준희와 자연스럽게 번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주변인들끼리 번호를 교환하는 억지스런 친목을 조성하기까지 했다. 물론 고준희는 자신을 칭찬하는 남성들 앞에서 시종일관 웃음기를 잃지 않는다. H.O.T. 멤버 중에 가장 좋아했던 멤버가 토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아이돌 가수의 팬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이성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좋아하는 여성과 그의 동료들이 지치고 지루할 수 있는 일터에 다양한 요깃거리를 준비한 것은 센스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정성을 무시하자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대화에 끼어드는 친구, 주변에서 일방적으로 호감을 강요하는 남성들과 함께 하는 식사 자리란 도리어 피하고 싶은 한 끼다. 예능 프로그램이었기 망정이지, 나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남성의 호감 표시만큼 불편한 자리도 없다.

박수홍, 혼자만의 흥에 취하다

EDM 페스티벌을 찾은 박수홍과 그의 친구들의 평균 연령은 45세다. 물론 모두가 웃고 즐기기 위해 마련된 페스티벌에서 그들의 나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박수홍은 입구부터 “단추 하나를 더 풀까”라며 과감해 보이려 노력하고, 사진을 찍으며 행복하게 축제를 즐긴다. 하지만 그가 우연히 배우 한고은을 만났을 때 그는 한고은이 친언니와 친구들 사이에 끼어 놀러 왔다는 이야기에 “좀 있다 들러도 되냐”고 대뜸 묻는다. 그 순간 한고은이 짓는 당황한 표정은 조금만 상대의 기분을 신경 쓴다면 금세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결국 한고은이 있는 자리까지 따라가 그의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덧붙인다. “이따 또 올게요.” 자리를 떠나 친구들 무리로 돌아온 박수홍은 한고은의 얼굴 생김새를 의미하는 제스추어를 취하며 “어떻게 하나도 안 변했냐. 결혼했냐.”고 말했다가 기혼자라는 소리에 급격히 실망한다. 어느 장소에서든 상대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무작정 합석을 제안하거나 그들 무리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것은 상대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으니, 제발 삼가자. 혼자만의 흥에 취해 있다가는 무례를 범하기 십상이다.

김건모, 농담에도 격이 있다

황보는 김건모, 지상렬, 김종민에게 3:3 미팅을 시켜준다.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백팩 차림으로 미팅 장소에 나가려는 김건모를 붙잡은 스타일리스트는 황당해하며 분홍색 캐주얼 수트에 금박이 입혀진 스니커즈를 신긴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된다. 미팅에 참여한 여성 중 김건모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여성은 1988년생으로, 그와 20살 정도 차이가 난다. 이 점을 알고 있는 그는 과거에 만났던 이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는 연상을 만났었다. 올해 4월에 돌아가셨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오늘이 기일이라서, 50세가 되니까 눈물이 나.”라고 눈물 닦는 시늉까지 서슴지 않는다. 자신과 상대 여성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을 이용한 김건모의 말과 행동은 상대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다가가려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재미있는 농담일 수 있을까. 이어진 장면에서 김건모는 “웬만하면 연애할 때 잘해주는 남자들 다 가식”이라거나 “나는 여자한테 한 번도 백을 사준 적이 없다. 지가 들고 다닐 걸 왜 내가 사.”라며 불특정 다수의 다른 남자들을 깎아내리고,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고려하지 않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하기도 한다. 이 모습을 본 신동엽은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김건모가 마음에 들어 했던 여성은 김종민을 선택했다.

지웅, 일방적으로 맞춰줄 수는 없다

소개팅을 해본 적 없다고 밝힌 허지웅은 상대 여성의 나이를 묻더니 한 살 차이밖에 안 난다며 안도한다. 그러고는 만난 지 10분 만에 말을 놓자고 제안한다. 상대 여성이 당황스러워하다가 거절의 의사를 표하자 “같이 반말하면 안 되냐. 한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라며 강요하듯 분위기를 이끈다. 결국 “알겠다”고 대답한 여성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는 허지웅이지만, 정작 카메라는 떨리는 여성의 손을 클로즈업한다. 이 장면을 본 허지웅의 어머니조차 “예의를 좀 갖춰서 해야지.”라고 아들을 질타한다. 소개팅 자리가 불편해 분위기를 순화하고자 노력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몇 차례나 상대 여성이 내키지 않는다는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반말을 권하는 그의 태도는 상대에 대한 배려 부족이다. 친밀한 연인 사이라도 모든 결정은 서로 간의 충분한 합의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다. 심지어 이날 허지웅은 자신이 결혼했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이렇게 이론적으로는 완벽했는데 왜 헤어졌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모든 말과 행동이 과유불급이다. 그들의 소개팅 장면을 본 한혜진은 “여자분이 매우 잘 맞춰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잘 맞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한쪽의 이해만으로 성립하는 관계는 대체로 오래가지 못한다. 소개팅을 마무리하며 두 사람은 이후에 함께 영화를 보기로 약속했다. 그 후 만남을 계속했다면, 좀 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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