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를 보고 멕시코가 궁금해졌다면

2018.01.15
‘코코’는 여러모로 멕시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애니메이션이다. 금잔화가 깔린 꽃길을 따라 죽은 이들이 내려온다는 믿음이나 흥겨우면서도 어딘지 서글픈 노래까지, ‘코코’ 속 대부분의 설정이 멕시코의 실제 문화에서 비롯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코코’를 통해 애니메이션만큼이나 흥미로운 멕시코의 문화를 들여다보았다.

죽은 자들의 세상의 모티브가 된 멕시코시티는 어떤 모습일까
‘코코’의 배경은 미구엘과 가족들이 살고 있는 산타 세실리아와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나뉜다. 산타 세실리아가 자그마한 집들과 자갈길로 이루어진 멕시코의 시골 마을에서 영감을 얻은 반면, 죽은 자들의 세상은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를 모티브로 삼았다. 멕시코시티는 아스테카 문명과 마야 문명이 공존하는 고대 도시이자 서울보다 세 배 큰 규모의 대도시기도 하다. 현재는 분화구의 호수에 물이 빠지면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아스테카 사람들이 살았을 때는 호수에 둘러싸인 섬이었으며 사람들은 쪽배를 타고 운하를 오갔다고 한다. ‘코코’에서 죽은 자들의 세상은 이러한 과거 멕시코시티의 모습을 바탕으로 ‘물에서 솟아나온 도시’로 묘사된다. 또한 아직까지 멕시코시티에 남아 있는 뾰족하게 솟은 성당이나 피라미드 같은 유적처럼, 죽은 자들의 세상 역시 끝없이 하늘로 치솟는 탑으로 빼곡하다. 이런 수직적인 구조는 수평적인 구조의 산타 세실리아와 대조되며 죽은 자들의 세상을 더욱 신비로워 보이게 만든다.

멕시코의 제사와 한국의 제사는 어떻게 다를까
‘코코’의 주인공 미구엘은 죽은 자의 날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저주를 받아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죽은 자들의 날은 매년 11월 2일로, 멕시코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다. 이날 멕시코 사람들은 금잔화로 꾸며진 제단에 가족들의 사진과 음식, 그들이 생전에 소중하게 여겼던 물건을 올려놓는데, 마치 한국의 제사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제사와 다른 것은 이 의식이 딱 1년에 한 번만 열린다는 점이다. 또한 죽은 자의 날에는 가족뿐 아니라 친구, 애완동물, 심지어는 잃어버리거나 망가진 물건들을 위해서 제단을 꾸미기도 한다. 앞서 11월 1일에는 ‘코코’에서 묘사된 것처럼 죽은 자들을 안내하기 위해 길가에 금잔화를 뿌리고 행진을 하며 무덤가에서 향을 피우고 노래를 부르며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죽은 자들의 날은 경건하면서도 축제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뼈다귀 모양을 붙인 달콤한 빵을 만들거나 고인의 이름이 적힌 해골 사탕을 선물하고, 무덤을 예쁘게 꾸미는 콘테스트를 열기도 한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인식하는 멕시코 사람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왜 ‘코코’의 대사에는 스페인어와 영어가 섞여 있을까
멕시코는 한국처럼 식민지의 아픔을 가진 나라다. 16세기 초 에르난 코르테스의 원정을 계기로 유럽과 접촉하기 시작했고, 이후 스페인이 무력을 동원해 아스테카 제국을 무너뜨리며 1521년부터 1821년까지 30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멕시코를 지배했다. ‘코코’에서는 가족들이 성호를 긋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는데, 가톨릭은 스페인이 멕시코에 전파한 가장 대표적인 그들의 문화다. 또한 스페인은 식민통치를 위해 혼혈정책을 주도했고, 때문에 현재 멕시코 전체 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은 원주민, 백인, 흑인 등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차지하고 있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만난 미구엘의 가족들은 가족임에도 외모가 제각각인데, 이는 한 가족 안에서도 다양한 인종적 특징을 보이는 멕시코인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처럼 멕시코는 다채로운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에서는 문화 혼합이 발생하여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 쓰는 ‘스팽글리시’가 나타나기도 한다. ‘코코’의 대사가 영어와 스페인어로 나온 것은 이러한 문화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멕시코는 모계중심의 대가족 사회일까
‘코코’에서 미구엘의 고조할머니인 마마 이멜다는 남편이 떠난 후 신발 사업으로 가족을 일으켜 세웠고, 가족들은 그의 가르침대로 음악을 금기시하며 신발 사업에만 몰두한다. 또한 미구엘의 할머니는 가족의 중심이 되어 신발 사업을 이끌어나간다. 실제로 멕시코는 페미사이드와 성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될 만큼, 여성 인권이 높은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혼전 동거가 자유로운 편이라 미혼모가 많고, 아이를 책임지며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여성들의 생활력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가족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넘치는 마마 이멜다는 이런 강인한 멕시코 여성의 특성을 반영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코코’에서는 증조할머니인 마마 코코와 할머니 그리고 미구엘의 가족까지 3대와 아버지의 형제들과 사촌들까지 함께 작업실에서 일을 하는데, 이는 멕시코 오악사카 주 제화공 작업실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대가족이 함께 가업을 이어나가는 멕시코 가정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죽어서도 예술을 하는 프리다 칼로는 어떤 인물일까
‘코코’에서 미구엘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도와주는 프리다 칼로는 그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와 함께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생전에 그는 평소에도 멕시코 원주민 옷을 입고 다니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며 멕시코의 정신을 표현하곤 했다. 이런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하나이며, ‘코코’에서 아무도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어 산 자들의 세상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헥터는 프리다 칼로로 변장하고 “어딜 가도 내 사진이 있을 텐데”라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코코’ 속 프리다 칼로가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선보이는 작품이 회화가 아닌 무대 예술이라는 점이다. 이는 아마 ‘현대에 프리다 칼로가 살아 있다면 어떤 예술을 했을까’라는 제작진의 상상력이 음악과 만난 결과물일 것이다. 이 무대에서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해골 사이로 수많은 자신이 기어 나오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이는 생전에 50점이 넘는 자화상을 그릴 만큼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던 프리다 칼로의 작품관을 반영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구엘을 이끄는 거미원숭이는 실제 프리다 칼로가 가장 사랑했던 반려동물이기도 하다.

알레브리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코코’에서 미구엘을 집요하게 추격하는 마마 이멜다의 고양이 페피타는 멕시코의 종이인형 알레브리헤를 재해석한 캐릭터다. 여러 동물을 섞어놓은 듯한 괴상한 모양으로, 색깔이 아주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 알레브리헤는 1936년 대대로 종이 인형을 만드는 집안의 후손인 페드로 리나레스가 만들었는데, 병으로 앓아누워 있는 동안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꿈을 꾼 뒤 그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전해진다. 멕시코에서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인형 중 하나로,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이를 수집하고 그들의 작품에 반영하기도 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알레브리헤가 나쁜 영혼을 멀리 쫓아내고 집 안에 놓으면 가족을 보호해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코코’에서 알레브리헤 형상을 한 페피타나 단테가 영혼의 안내자라고 불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멕시코는 1년에 5000개가 넘는 축제가 있을 정도로 흥이 많은 나라다. 때문에 멕시코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거리 악사인 마리아치다. 멕시코의 광장에는 거리 악사인 마리아치들이 항상 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코코’에서는 미구엘이 광장에서 마리아치의 구두를 닦다가 할머니에게 들켜 혼이 나기도 한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음악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빠질 수 없는 것으로, 특히 생일, 성년식 세레나데, 프러포즈 등을 할 때 꼭 마리아치를 부른다. 마리아치의 노래는 무척이나 흥겨운데, 가사는 정치 풍자부터 사랑 노래까지 다양하다. ‘코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마리아치 복장을 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미구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참고 도서

‘멕시코 시티, 아스테카 문명을 찾아서’. 정혜주. 살림지식총서
‘멕시코,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 이준명, 푸른역사
‘색의 나라 멕시코’. 유화열. 미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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