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백종원의 답

2018.01.17
tvN ‘신서유기’ 출연자들이 식당을 운영한 ‘강식당’은 마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프리퀄처럼 보인다. 백종원이 ‘강식당’ 출연진들에게 식당에서 팔 메뉴의 레시피를 가르쳐줘서만은 아니다. ‘강식당’은 식당 경영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실제 손님을 접하게 만들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식당 경영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손님이 혹할 메뉴를 만드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영업 전후로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연습해야 하고, 영업 중에는 온갖 손님들의 다양한 요구를 문제없이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이드 메뉴나 음료, 앞접시 수까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사장인 강호동은 결국 지쳐 브레이크 타임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강식당’은 실제 식당 경영에 필요한 요소들이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여기에 원가, 임대료, 인건비, 순이익 등까지 고려해야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자들처럼 식당을 경영할 수 있다.

‘강식당’에서는 2,800원짜리 ‘이수근가스’나 라면에 탕수육을 푸짐하게 넣은 ‘제주많은 돼지라면’을 6,000원에 팔았다. 1인분마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봐야 하는 일반 식당에서는 불가능한 메뉴다. 반대로 일반 돈가스의 두 배 반쯤 되는 크기로 21,800원에 파는 ‘강호동가스 코스’처럼 비싼 메뉴를 내놓을 수도 없다. 연예인이 직접 서빙하는 것도 아닌 식당에서 돈가스를 비싸게 먹을 손님은 거의 없다. 누군가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싸고 맛있고 양 많은 메뉴를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 부근처럼 상권이 죽는 것은 식당 경영자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식당 중에는 백종원이 극찬할 만큼 뛰어난 음식을 만드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을 결정할 만큼, 상권이 죽은 곳에서 장사하기란 어렵다.

당연하게도, 백종원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가 말한 것처럼 특정 식당이 인기를 얻는 것과 상권이 살아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연남동의 유동 인구가 늘어난 것은 맛집 몇 개가 생겨서가 아니다. 연남동 입구에 공항철도 환승이 가능한 홍대입구역 입구가 신설되고, 그 결과 관광객 수가 늘어났으며, 역 앞부터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공원이 들어서면서 유동 인구가 더욱 늘었다. 백종원이 도시 계획까지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유동 인구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다만 성공의 기준을 다르게 설정할 수는 있다. 백종원은 이대 상권이 죽은 근거로 권리금이 없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권리금이 없는 상권이라는 건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상권이 죽었다는 거”라고 말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가게들이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매출이 늘어나면, 그 가게들의 권리금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백종원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대 유동 인구가 늘어나는 쪽보다는 현실적인 결과일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한 출연자는 이 프로그램을 “기회”라고 말했다.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음식의 맛이 좋아지고 홍보 효과까지 얻는 것은 단지 손님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한 골목에 몰려 있는 가게 몇 개가 장사가 잘되면, 권리금이 없던 가게에 권리금이 생긴다. 그 점에서 백종원의 출연 프로그램은 컨설팅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과 같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든 매상이 떨어지는 식당이든, 그는 문제를 가진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답을 낸다.

이 컨설팅의 핵심에는 효율성이 있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에게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tvN ‘집밥 백선생’처럼 쉽고, 싸고, 맛있고 보기 좋게 요리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싸고 맛있는 맛집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SBS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비교적 저렴한 음식들을 만드는 식당을 소개했다.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푸드트럭 주인들에게 가성비 좋은 메뉴를 만들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이르러서는 식당 경영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몇 개의 식당이 작은 상권을 만들어 권리금을 상승시킬 계기를 만든다. 당연히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유동 인구가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가게들의 권리금과 임대료가 오르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권리금을 확보할 수도 있는 해당 식당 주인들에게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일 수 있다. 정말 싸고 쉽고 맛있고 ‘고급진’ 요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돈, 시간,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백종원은 가장 직관적이며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가성비에 대한 고민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해결해준다. 그리고 답을 내는 사람은 성공한 프랜차이즈의 경영자다. 이것을 현재의 한국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백종원은 단지 많은 사람들에게 요리부터 식당 운영에 이르는 요식업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컨설팅 능력을 보여주면서 경영하는 프랜차이즈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의도가 무엇이든,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백종원 자신과 그를 둘러싼 현상의 끝이자 근본으로 간 것처럼 보인다. 많은 퇴직자들이 요식업을 비롯한 자영업을 선택하고, 그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혜자스럽다’고 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음식을 찾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파는 입장에서는 원가, 매출, 순이익의 상관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백종원은 이 모든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답을 낸다. 그러나 그 답은 질문의 시작이다. 모두가 단번에 만족할 수 있는 답이 반드시 근본적인 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대한 가성비를 높인 ‘고급진’ 음식이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또는 한국의 음식 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만약 상권이 쇠락한 지역에서 한 골목의 식당들만 잘돼서 권리금을 확보한다면 그것은 상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인가, 아니면 한 사람이라도 구한 것인가. 공익적인 명분과 사적인 이익, 프랜차이즈 대표의 홍보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영웅적인 행보가 뒤섞인다. 그사이 TV는 리얼리티 쇼를 넘어 프랜차이즈 대표가 식당 컨설팅을 하는 현실을 방송한다. 2018년의 시작이다.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변하고 있는.



목록

SPECIAL

image 여성 솔로 가수들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