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말들

2018.01.22
2017년 연말 시상식에서 아이유가 남긴 몇 개의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 JTBC ‘뉴스룸’에서 앵커 손석희는 아이유와 인터뷰를 하며 “명확한 심지가 있으신 것 같아서 답변을 들으며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아이유는 지난 한 해 자신의 심리 상태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염려, 그리고 앞으로 그들이 나아갈 길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담긴 이야기를 해왔다. 노래에서나, 시상식에서나, 방송국의 메인 뉴스에서나.


ⓒFAVE ENTERTAINMENT
# “지은아 뛰어야 돼 시간이 안 기다려준대 치열하게 일하되 틈틈이 행복도 해야 돼“

2017년 4월, KBS ‘뮤직뱅크’에서 ‘팔레트’ 개사

지난 2017년 4월, 아이유는 새 앨범 타이틀곡 ‘팔레트’로 활동했다. 처음에는 랩을 피처링한 지드래곤의 파트를 AR로 내보내고 해당 부분을 연기와 춤으로 대체했던 그는 28일 ‘뮤직뱅크’에서 자신이 해당 부분을 직접 소화했다. 그가 조금 바꾼 가사는 지드래곤이 자신에게 하는 조언과 달리 사람들이 자신에게, 또는 그 스스로에게 주문하는 것들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간은 없고, 일은 많은데, 그럼에도 행복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은 좋은 말이기는 하지만 당사자에게 부담과 강박을 줄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유는 개사한 노래와 함께 살짝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지는 ‘언제라고 좋기만 한 적이 있었나’라는 가사까지, 그는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 중 한 명으로서의 삶을 노래와 무대를 통해 전달했다.

# “제가 밖에서 어떤 평가를 받건 어떤 일을 하고 있건 저와 상관없이 유쾌한 우리 가족들 너무 고맙고요. 그리고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 저의 1호 팬이고, 저의 연예인이고, 저의 뮤즈인 유인나 씨께도 정말 감사드리고요.”
2017년 12월, 멜론 뮤직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 수상 소감 중

지난 12월 2일에 열린 ‘2017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아이유는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유의 수상 소식보다 더 화제가 되었던 것은 그의 수상 소감이었다. 이날 아이유는 자신의 ‘뮤즈’라고 지칭한 유인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 아이유는 가족에게 감사를 표하며 “내가 밖에서 어떤 평가를 받든 어떤 일을 하고 있든 나와 상관없이 유쾌한 우리 가족들”이라고 말했다. 수상 소감에서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일은 흔하지만, 자신과 상관없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에 감사하는 모습은 흔치 않다. 또한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에게 그가 얼마나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말하는 것도 흔치 않다. 얼마 뒤에 유인나는 한 인터뷰에서 “(아이유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어떻게 친하냐고 많이들 궁금해하시는데, 대화만 통하고 대하는 것에 어느 한쪽도 불편함이 없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좋은 벗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OSEN’)고 말했다. 가족과 친구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정의라 할 만하다.

# “오늘 공연을 보신 관객분들이 오늘 공연을 위해서 허무하고 따뜻한 진땀을 흘린 그분들의 그 온기만 기억을 해주신다면, 전혀 슬프지 않을 허무함일 것 같아요.”
2017년 12월, 서울 콘서트 마지막 날 앵콜 멘트 중

연말 콘서트의 마지막 날, 아이유는 앵콜 무대에 올라 편지 한 장을 읽었다.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준 한 연극배우가 자신에게 준 편지였다. 그러고는 “공연이라는 건 참 허무하다. 뭔가 증거가 남는 것도 아니고, 그 많은 사람들이 열과 성과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비해서 신기루처럼 훅 사라진다”며 “나조차도 그걸 믿는다. 작년에 했던 콘서트, 그 전년에 했던 콘서트 잘 기억 안 난다. 나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 공연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허무한 순간을 위해서 따뜻한 진땀을 빼는 일이라고 쓰여 있”던 편지를 읽고, “맞아, 허무해지지, 그게 뭐가 슬픈가? 나는 그냥 따뜻한 진땀을 빼면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엄청 많이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던 글”이었다고 말했다. “자고 일어나서 내일 잊어버려도 좋다. 공연의 내용을 기억해달라는 게 아니고, 오늘 받은 이 감정, 인상, 그런 인상들은 다 기억에 남으니, 그런 이미지를 기억해주시고 오래오래 간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면서.

# “우리 다 너무 내일 일이 바쁘고, 한 달 후를 또 걱정해야 하고, 일 년의 계획도 세워야 되는 사람들이라서 그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보내주지 못하는 상황이 또 많이 안타깝고 더 슬픕니다.”
2018년 1월, 골든디스크 시상식 음원 부문 대상 수상소감 중

“사실, 사실 아직 좀 많이 슬픕니다.” 올 1월에 열린 ‘2017 골든디스크 시상식 음원 부문’ 대상을 받은 아이유는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었다. 누구나 알고 있었듯이, 보이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에 대한 말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사람으로서도, 친구로서도, 뮤지션으로서도 너무 소중했던” 그에 대해 이야기하며 “왜 그분이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는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고, 나도 전혀 모르는 감정은 아닌 것 같아서 아직까지도 많이 슬프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며 연예인이 겪는 힘든 점들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그 자리의 많은 사람들을 위로했다. “아티스트분들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인 만큼, 프로 의식도 좋지만 사람으로서 먼저 스스로 돌보고 다독”여야 하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병들고 아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다 너무 내일 일이 바쁘고, 한 달 후를 또 걱정해야 하고, 일 년의 계획도 세워야 되는 사람들”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한 위로.

# “‘사람’은 이제 빼놓을 수가 없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2018년 1월, JTBC ‘뉴스룸’에서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 겸 JTBC 사장은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아이유에게 대본에 없던 질문을 여러 개 던졌다. 그가 “사실은 지금 준비된 질문을 하나도 안 던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자, 아이유가 웃으며 “하나도 안 하고 계셔서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답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날 아이유는 앨범에 관한 질문에 자신만의 명확한 키워드 하나만으로도 대답을 이끌어나갔다. 지난해에 발표한 ‘팔레트’에 대해 “처음 맡은 앨범에서는 나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팔레트’라는 정규 앨범에서는 나뿐만 아니고 내 주변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개인이 아니고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이후의 앨범 작업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이제 빼놓을 수가 없는 주제인 것 같다.” 그리고 손석희 앵커의 “아이유가 생각하는 주제로서의 ‘사람’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나 자신이) 여러 가지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나. 20대이기도 하고, 여성이기도 하고, 연예인이기도 하고. 그 초점을 어느 한 가지로 맞추는 게 아니고 사람으로서, 내가 직업인으로서가 아니고, 성별로서가 아니고, 그냥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겪는 것들에 대해서 담으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건넬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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