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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에서도 지워진 성소수자

2018.01.22
약 2주 전 ‘아이즈’로 부터 ‘까칠남녀’ 방송에 대한 원고청탁을 받았다. 공영방송에서 성소수자를 나름 제대로 다루었다는 긍정적인 원고를 쓸 생각으로 기분 좋은 수락을 했다. 기존에 미디어에서 성소수자를 다루는 방식은 동성애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로 나누어서 중립적인 입장을 표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까칠남녀’는 공영방송인 EBS에서 최초로 젠더 토크쇼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고정적인 성역할, 피임, 졸혼, 맘충 등의 방송에서 이야기 되지 못했던 주제들과 더불어 성소수자를 무려 특집방송 2회 분량으로 방영했으며 LGBT (Lesbian, Gay, Bisexul, Transgender) 라는 단어를 예능이라는 유쾌한 방식으로 이렇게 빨리 방송에서 보게 되는 날이 올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들도 주변 성소수자 친구들 뿐만이 아니라 이성애자들에게도 이야기 되었다.

그러나 원고청탁을 받고 나서 며칠이 지난 13일, 공개적으로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은하선씨가 방송에서 일방적인 강제 하차 통보를 받았다. 그 뒤로 매일 빠르게 새로운 소식들이 알려졌고, 본래의 성평등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프로그램은 지금 최악의 평가로 남을 기로에 있게 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미디어에서 성소수자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너무 자주 일어났던 일이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대학성소수자모임 활동가의 강연에 비난이 쏟아지자 영상을 급히 내리는 일이나, 몇 년전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단편 ‘드라마 스페셜- 빌리티스의 딸들’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항의에 의해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 ‘까칠남녀’ 는 단순하게 방송의 중단의 수준이 아니라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고 첫 방송 부터 고정패널로 함께 한 은하선씨의 일방적인 퇴출통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떤 항의나 힘에 의해 방송이 너무도 쉽게 내려지거나 중단되었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에서 성소수자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마다 어김없이 보수 기독교의 항의들과 반대 시위들이 있었다. EBS는 지난 17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은하선씨의 하차는 성소수자 방송에 대한 반대 시위와 무관하며, 정치적 탄압도 아니다. EBS 출연자로 적절하지 않다는 CP(류재호 부장)의 최종 결정"이라고 밝힌바 있지만, 이런 공식입장은 의심스럽다. 하필 성소수자특집 방영 이후 반동성애 단체들의 공격이 거세지자 곧바로 결정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EBS가 공영방송과 교육방송이라는 가치를 버리고 청소년 보호라는 허울의 가치를 앞세워 그 뒤에 숨어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논리에 굴복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종교가 공영방송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할 수 있다는 심각한 역사의 전례로 남을 사건이 되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가장 큰 차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숨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소수자라고 밝히는 순간 모든 것을 잃기 때문이며 너무 쉽게 차별받는 위치에 놓여지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나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없어 차별하지 않아’ 라는 말을 쉽게 한다. 누구나 차별하는 사람의 위치에 놓이기는 싫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별의 개념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게 아니라 성경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질의 문제로 쉽게 환원시킨다.

EBS의 공식적인 입장도 분명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아닌 은하선씨의 개인적자질을 운운하며 하차통보를 하였다. 이것은 분명 성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역사 안에서 존재가 지워지고 기술되지 않으며, 혹은 존재자체가 음란하거나 문란함이 덧씌워져 낙인이 찍혔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는 그것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보수기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나는 레즈비언이다. 그리고 커밍아웃하자면 크리스챤이다. 내가 크리스챤이라고 말하는 것이 레즈비언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보다 더 부끄럽다.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부끄러울 거 같다.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계속 이런 차별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 EBS가 있는 방송국에 항의를 하러 갈 예정이다.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진행이 될 지 계속 지켜 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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