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박서준, 환상 속의 그대

2018.01.24
tvN ‘윤식당 2’ 속 박서준은 완벽하지 않다. 영어를 잘하냐고 대뜸 묻는 윤여정의 말에 “듣기는 거의 다 가능하고, 말이 조금”이라며 당황해 더듬대는 박서준은 마치 갓 면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 취업준비생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게는 어설픈 스페인어로 응대하고, 영 손님이 오지 않자 전전긍긍하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모습은 현지에서 허둥거리는 배낭여행객이 연상된다. 어떤 모습이든, ‘윤식당 2’ 속에 등장하는 박서준은 현실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청년이다.

박서준은 2017년에 출연했던 KBS ‘화랑’, KBS ‘쌈, 마이웨이’ 등에서도 제대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년이었다. ‘화랑’ 속 천둥벌거숭이는 제대로 된 이름조차 얻지 못해 김무명이라고 불리지만, 신라 말의 각종 병폐에 맞서 “싸워보겠다. 버텨보겠다”고 외치는 패기와 성실함으로 끝까지 살아남는다. ‘쌈, 마이웨이’ 속 고동민은 트라우마를 지닌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였지만 오랫동안 친구였던 최애라(김지원)에게 위로를 받으며 성장하고, 억울한 상황을 참아가며 치열하게 노력한 끝에 격투기 선수로 재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박서준이 연기했던 가상의 무대는 ‘윤식당 2’에서 실제 손님을 만나야 하는 현실이 된다. 꼼꼼하게 일을 챙기는 윤여정과의 만남에서 연신 당혹스러워하던 박서준은 개인적으로 스페인어 과외를 받고,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까지 종이에 빼곡하게 단어와 숙어를 써가며 외우는 데 열중한다. 아르바이트 경력과 체력을 내세워 “설거지는 진짜 자신 있다”고 말하던 그는 어느새 “소금을 더 쳤다”며 요리의 상태까지 점검하기에 이른다. 왜 나영석 PD가 박서준을 “체력 하나 믿고 뽑았”는지, 윤여정이 “쟤 너무 열심히 일한다. 일당백을 한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박서준은 “오늘 하늘이 너무 예뻐요”라고 말하며, 식당으로 가는 내내 가방을 세 개씩 들고서 중간중간 다른 사람들의 뒷모습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힘들 것 같은 상황에서도 “날씨가 너무 좋다”며 연신 새로운 환경에 설레며 즐거워하는 그의 모습은 리얼리티 쇼에서 드라마에서나 등장할 법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음식을 서빙하고 호객하는 일부터,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주어진 일은 자신의 몫을 넘어서서 성실하게 해내는 남자. 그런데 멋진 외모와 다정하게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남자가 여기 있다.

물론 그의 이런 모습은 현실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판타지에 가깝다. 사회 초년생 같은 수줍은 모습을 보여주던 그는 어느새 빨간 자동차를 운전해 스페인 해안가를 여행하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홀로 동네를 뛰면서 운동에 매진한다. 그가 현실을 배경으로 이런 모습을 보여줄수록, 오히려 그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박서준과 ‘윤식당’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스페인의 풍경과 함께, 조금은 믿고 싶은 환상을 보고 싶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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