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여성의 인맥 쌓기

2018.01.29
2018년 현재, 1월 24일 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물간 언니’ 송은이에게 대중은 폭발적 관심과 찬사를, 예능을 장기 집권하고 있는 남자 동료들은 질투와 견제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2015년 김숙이 기존 방송사 내에서 섭외나 고정 출연이 잘 이루어졌다면 애초에 ‘송은이&김숙 비밀보장’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 밖에서 순전히 자신의 기획력으로 일궈낸 송은이의 성공 신화. 이것은 여성의 조직 내 네트워킹 실패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여성의 네트워킹, 인맥 쌓기는 가능한 것인가? 이렇게 인지도와 능력 모두 갖춘 여자들조차 배제되는 현실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여성이 있다. 공기관이든 사기업이든 규모가 크든 작든 그 여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을 움직이는 ‘보이즈클럽’의 존재를 알게 된다. 여직원 비율이 높은 조직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는 물론 간부급은 대부분 남자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제조 분야에 편중돼 있긴 해도 사원급에선 53.1%이던 여성 인력이 임원급으로 가면 4.5%로 떨어진다. 엘지전자는 임원 250명 중 여자는 단 한 명이다(2017년 한국 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PD님들에게 물어봐 달라.” 지난해 ‘영수증’ 제작 발표회에서 방송은 왜 안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송은이는 이렇게 답했다. 직장생활에 있어 일을 잘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기회는 사람이 주는 것이다. 나를 인정하고 도와주고 끌어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남자인 상황. ‘보이즈클럽’의 문을 어떤 식으로 두드릴 것인지 젊고 야심 있는 여성은 자기 성향에 맞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가부장적 스테레오 타입 몇 가지를 예로 들면, 퇴근 후 술자리, 각종 사내 모임, 근무 중 흡연 타임에 빠짐없이 동참하며 남자들과 전면적으로 어울리는 털털한 ‘남동생’ 전략, 별일 없어도 팀장이나 본부장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면담을 신청하거나 어려움을 토로하고 도움을 청하는 ‘여동생’ 전략, 항시 부드러운 미소로 사내 대소사나 남자들이 하기 귀찮아하는 일 등을 나서서 챙겨주는 ‘엄마’ 전략 등이 있다. (하지만 여성이 실제 출산을 하고 오면 그냥 ‘애엄마’가 된다.) 이것 외에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내 성격, 페이스대로 오직 일에 올인하는 것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소위 ‘미친년’ 전략도 종종 구사된다.

경험상 이 중 어떤 전략이든 효과를 볼 수 있다. 실력과 운이 좋고, 사생활도 없이 회사에 전념한다는 전제하에, 팀장급 정도까지는. 그사이 결혼, 출산을 거치거나 부조리, 부당함 등을 보아 넘기는 비위가 약한 여성들은 알아서 조직에서 퇴장해준다. 10년 넘게 미친 듯이 일하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여자 입사 동기 중 혼자만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느낌은 한두 문장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주로 동문회, 산악회, 골프모임 등으로 활동하던 ‘보이즈클럽’은 중요한 승진, 자리 기용처럼 그들의 이익과 직결된 순간에 실체를 드러낸다. 일 외적으로 어떻게든 비슷한 점을 찾아 공유하고 친목을 다지는 남성 연대의 특성을 헤르미니아 이바라 INSEAD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자기도취적이고 게으르다(“narcissistic and lazy”)’라고 설명한다. 여성의 승진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에도 결정권자는 그 여성의 자질과 능력을 주위 남자들의 말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유능하지만 곁에 두기 불편한 여성보다 좀 부족한 듯해도 ‘아는 동생’에게 기회가 가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론은 여성이 아무리 전략적으로 인맥을 쌓으려 해도 ‘보이즈클럽’의 공고한 자기애와 게으름의 벽을 깨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더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탁월한 능력으로 1인 미디어를 기획, 실행한 예외적 여성의 ‘성공 비법’이 아니다. 이것이 ‘보이즈클럽’에서 살아남는 대안이 되어선 안 되며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환영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안정된 조직 안에서 팀원들과 함께 협업하며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일반적 여성 리더들의 수를 늘릴 것인가?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여성이 투표권을 웃으며 얻지 않았듯 이 과정 역시 자율과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 차별금지법과 더불어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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