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고현정, 주인공의 권리

2018.01.31
“고만 찍어.” SBS ‘리턴’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고현정은 “손 한번 흔들어달라”고 주문한 사회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날 등장해서 포토타임을 기다릴 때까지, 그는 쭉 가벼운 미소나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자신이 주연인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사진 촬영까지 불편해한다는 사실이 대중의 눈에는 유난스럽고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현정의 이런 모습은 ‘리턴’ 속 최자혜와 꼭 닮았다. 극 중 최자혜는 단독으로 법정쇼를 진행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변호사다. 동시에 그는 “죽어서도 악 소리를 내면 귀 기울여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TV에서 다룰 사안을 선택하며, 경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흡했던 초동 수사를 가차 없이 비판하는 강단을 가졌다. 최자혜로 인해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한 데에 화가 난 형사 독고영(이진욱)은 그를 찾아와 따지지만, 조목조목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그를 보고 “재수 없다”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 또한 재벌 2세인 강인호(박기웅)의 변호를 맡았다가 그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자 “변호 못 맡겠다고 얘기하러 왔다”며 도리어 여유롭게 자리를 뜰 만큼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고현정이 그러했던 것처럼, 최자혜 또한 자신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듯 당당하게 자신의 의도대로 말을 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과거 MBC ‘선덕여왕’ 속 미실과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속 박완도 자기의 의도를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인물들이었다. 현실 속 고현정도 마찬가지다. 피부가 좋아서 생긴 루머에 “나는 비행기에서 크림 한 통과 마스크 팩을 다 붙일 정도로 그렇게 유난스러운 애는 아니(‘동아닷컴’)”라고 말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는 뒤에 “피부가 굉장히 좋다는 게 알려진 상태에서 갑자기 마스크 팩과 크림을 바른다는 것은 내 살 깎아먹기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이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리턴’ 제작발표회에서도 그는 주연이면서도 가운데가 아닌 주변에 섰다. “가장 예쁘셔서 (가운데에 세운다)”고 말하는 사회자에게 “왜 예쁜 애들 사이에 나를 세우냐”고 말하고, “(다른 배우들이) 너무 말랐다”며 마음대로 남성 배우들 틈에 서버린다. 정말로 외모 때문이든, 혹은 다른 이유로든 간에 고현정은 좋고 싫은 것,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분명하게 결정해버리는 사람이다. 제작발표회부터 드라마 방영 기간 내내 여성 배우에 대한 외모 평가가 계속되고, 보다 예뻐질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고현정은 주인공으로서 자신이 원치 않는 것을 거부한다.

‘리턴’의 제작진은 “고현정 씨가 캐스팅됐다는 사실에 ‘아, 이 드라마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 중 최자혜는 강인호의 부인인 금나라(정은채)에게 자신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기를 권한다. 결혼을 선택하면서 변호사를 그만뒀던 유능한 여성을 흔들어 좋은 파트너를 만들려고 하는 영리한 사람이다. 여성의 머리를 유리로 내리치거나 돈다발을 던지고, 불륜과 살인, 마약 등 온갖 자극적인 요소를 끌어온, 그래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정상적이라고 해도 좋을 사람. 그런 최자혜를 고현정이 연기한다. 이 드라마 제작진에게는, 그들 말대로 고현정이 주연이어서 정말 다행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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