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이 바꾼 헐리웃

2018.02.05

ⓒJTBC
페이스북의 ‘좋아요’ 하나가 아프리카에 사는 빈민을 실제로 돕지 못하는 것처럼, 트위터의 해시태그는 실질적인 사회 변화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는 다트머스 대학의 졸업식 축사에서 “해시태그는 운동이 아닙니다. 해시태그는 당신을 마틴 루터 킹으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해시태그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서의 해시태그 운동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숀다 라임스 하나만이 아니었다. ‘페미니스트 커런트’의 필자인 메간 머피 또한 트위터가 활동가들과 운동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와인스타인 사건 이후, 트위터에서 시작된 [#MeToo]운동을 보면, 해시태그가 사회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고는 앞으로 말할 수 없지 않을까. 그만큼 #MeToo의 영향력은 컸다.


미국의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친구의 말을 빌려 이런 제안을 했다. “만약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한 모든 여성들이 ‘Me Too’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다. #MeToo의 목표는 단순했다. ‘애틀랜틱’에서 지적한 대로 #MeToo의 목표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트위터 속 태풍으로 끝나지 않았다. 제안이 있고 난 뒤 24시간 만에 트위터에서는 약 50만 번이나 해시태그가 트윗됐고, 페이스북에서도 해시태그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중국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미투’라고 말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투’는 이제 세계적인 운동이 됐다.


‘미투’ 운동이 특히 빛을 발하는 부분은 해시태그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와 규범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 중 하나는 할리우드다. #Metoo가 만들어진 계기가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이라는 점은 할리우드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영화 ‘원더우먼’의 속편이 반-성폭력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작된다는 뉴스는 이러한 움직임 중 하나다. 하비 와인스타인이 속해 있던 미국 프로듀서 조합은 최근 8,200명의 회원에게 “반-성폭력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미국 프로듀서 조합의 회장인 개리 루체시와 로리 맥크리어리는 “하비가 최근까지도 프로듀서 조합의 조합원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은 기본적으론 연방법과 주법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부터,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반-성폭력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신고하기 수월하게 하려고, 피해자나 목격자가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성별의 프로듀서를 지정하도록 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어떤 태도로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도 정해두었다. ’원더우먼’ 속편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만들어지는 최초의 영화다.


‘타임즈 업’ 또한 #MeToo에서 촉발된 운동이다. 2018년 1월 1일, 할리우드의 유명 인사들이 ‘뉴욕 타임스’에 낸 전면 광고를 통해 시작된 이 운동은 성폭력에 대해 말하고자 하지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 이 운동은 모금된 금액으로 저소득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법정 비용을 지원하고, 성폭력을 용인하는 기업들을 처벌하는 법안을 지지한다.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레드 카펫에 오르는 이들에게 성폭력에 반대하는 의미의 검은 옷을 입자고 제안한 것도 ‘타임즈 업’이다.‘애틀랜틱’은 #MeToo가 현재까지 개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이었다면, #TimesUp은 행동을 제안하고 정치적인 부분을 끌어안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검은 옷 입기” 같은 행동을 보면, 뜻은 좋지만, 정치적인 부분이 만족스럽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앞서 해시태그 운동이 별것 아니라고 말한 숀다 라임스는 이제 ‘타임즈 업’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충분한 힘과 특권을 가지지 못한 여성들에게 필요한 규범을 위해 이 여성들이 싸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싸우겠습니까?” 이번엔 라임스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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