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솔로 가수들│② 청하 현아 수지

2018.02.06
근래들어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솔로 가수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지금, 여섯명의 여성 솔로 가수에 대해 박희아 ‘ize’기자, 김윤하 음악평론가, 황효진 칼럼니스트 등 세 명의 여성이 글을 썼다.

청하, 춤추는 고래의 등장

청하는 I.O.I의 ‘드림걸스’ 뮤직비디오에서 발목과 손목을 감싸고 있던 붕대를 내던지고 춤을 췄다. 이것은 청하가 Mnet ‘프로듀스 101’ 첫 시즌에서 쌓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는 처음부터 춤을 잘 추는 것으로 주목받았고, 아이돌인 동시에 댄서로서 주목받았다. I.O.I 활동이 끝난 뒤 솔로로서의 그의 모습은 이 연장선상에 있다. 신곡 ‘롤러코스터’에서 그는 I.O.I 때와 달리 과감한 형광 색상의 매니큐어와 스타일링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내면서, 춤에 특화된 자신의 캐릭터를 마음껏 보여준다. ‘Why Don't You Know’에서 팔다리를 쓰고 바닥을 활용해 몸을 움직이는 모습은 요즘 데뷔하는 아이돌들이 보여주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일반적인 음악 프로그램 무대뿐만 아니라 안무 영상과 세로 댄스 영상 등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춤을 강조하고, 카메라도 움직임을 다 쫓아가지 못할 만큼 디테일하고 빠른 동작들을 보여준다. 그만큼 그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출 때면 카메라 역시 클로즈업보다는 그의 몸 전체와 동선을 쫓곤 한다.

청하가 구축한 캐릭터는 그래서 남다르다. 그는 대중에게 알려지는 순간부터 춤으로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그 특징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했다. 자신이 잘하는 한 영역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하고, 최근 보기 드물게 신인 솔로 가수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그가 ‘롤러코스터’에서 가벼운 제스추어를 취하며 ‘LOOK’이라고 말할 때,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20대 여성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춤 하나면 충분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신인 솔로가 나왔다.

글. 박희아

현아, 무대의 나르시시스트

‘Lip&Hip’은 제목부터 명확하다. 입술과 엉덩이, 즉 누군가를 유혹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신체 부위 두 군데를 정확히 보라고 가리킨다. 이는 그동안 현아가 보여왔던 무대의 핵심을 요약한 것이기도 하다. 뮤직비디오 역시 도발적인 이미지를 담아낸다. 현아는 아무렇지 않게 가슴골을 내보이고, 카메라는 종종 아주 짧은 반바지에 가려진 그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한다. 이 뮤직비디오는 비교적 얌전한 의상을 입고 백팩을 맨 현아가 엉덩이 부분을 찢어놓은 청바지를 입고 방을 나서는 장면에서 끝난다. 그러나 곡의 메시지를 가장 과감하게 전달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대 위의 퍼포먼스다. 현아는 눈에 핫핑크 컬러의 섀도를 칠한 채,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혀로 손바닥을 핥고 양쪽 가슴을 손으로 받치고 끊임없이 엉덩이를 흔든다. 말하자면 현아의 섹시 퍼포먼스는 대중적으로 적정하게 받아들여지는 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훌쩍 넘어버린다.

현아는 언제나 그래왔다. 자신이 예쁘고 섹시하다는 걸 모르는 척하며 보는 이의 시선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나는 바로 여기가 섹시하다고, 그러니까 잘 보라는 듯 위협적일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해왔다. 원더걸스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무대 위에서 얌전빼지 않고 스스로 ‘빨개요’라고 선언하듯 입술과 엉덩이를 들이대고 가슴을 내민다. 동시에 그의 노래들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거나 사랑받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점점 더 아이가 되는 것 같다던 ‘베베’가 디스코그라피에서 오히려 예외적일 정도다. “조금 더 쌔끈하게 마인드는 더 대담해 / 난 나 오늘 좀 되는 것 같아”라는 ‘Lip&Hip’의 가사처럼, 나는 나 자체로 섹시하고 예쁘며 스스로도 그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한 나르시시즘적인 태도. 이런 현아를 두고 자극적이다, 혹은 민망하다고 평가하는 건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가? 어떤 뮤지션은 직접 쓴 곡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면 현아는 같은 콘셉트를 고수하는 방식으로 본인이 어떤 여성인지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또 아직도 ‘이런’ 아티스트는 현아뿐이다.

글. 황효진(칼럼니스트)

수지 – I, Me & Myself, SUZY

수지의 두 번째 미니앨범 ‘Faces of Love’가 남기는 인상은 독특하다. 최대 미디엄 템포 이하,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톤 다운된 수록곡들이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동안 순간순간이 이상스레 빛난다. 앨범 제목을 충실히 따라 사랑에 대한 변주를 다양하게 펼쳐놓은 노랫말 때문인가 싶다가, 이내 그 빛의 근원에 눈이 가 닿는다. 빛나는 것은 다름 아닌 수지, 그 자체다.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 싶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한 장의 앨범을 장악하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영혼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지 않은가. 다만 이번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다소 밋밋한 인상의 앨범은 그 앨범의 커버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수지이기에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받는다.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만 열여섯의 나이에 걸 그룹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 이후 스크린, 브라운관, 음악 방송을 전천후로 오가는 연예계 블루칩. 남들이 부르는 대로 국민 첫사랑도 되었다가 ‘난 남자 없이 잘 살아’라며 도발적인 표정으로 카메라를 정면 응시하기도 하는 젊고 눈부신 청춘스타 배수지. 타이틀곡 ‘Holiday’를 통해 선보인 미국 LA 롱비치를 배경으로 실제 휴가처럼 느긋하게 찍은 뮤직비디오도, 소파 하나로 더없이 편안하게 연출한 무대도 그런 흐름에서 보자면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 노래 속에서, 무대 위에서 수지는 굳이 애써 가상의 무언가를 연기할 필요가 없다. 대중이 가장 원하는 건, 그리고 수지 자신이 가장 빛나는 건 다름 아닌 지금을 살고 있는 스물넷 배수지를 그대로 드러낼 때다.

지난해 모 패션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수지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자연스럽다’였다고 한다. 일도, 일상도 자신을 거스르는 일 없이 모두 자연스럽기를 원한다는 그에게 가수인지 연기자인지 정확한 소속을 밝히라는 질문만큼 무용한 것도 없을 것이다. 한 시절을 대표하는 노래도, 주말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는 영화도, 길을 지나는 행인의 시선을 문득 멈추게 하는 광고도 모두 수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신의 청춘과 인기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자연스러움. 수지가 걷는 걸음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가장 강렬한 에너지다.

글. 김윤하(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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