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무한도전’ 가즈아! 어디로?

2018.02.07
“지금 선배가 말하는 건 요즘 SNS에도 안 올려요!” 지난해 말, MBC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와 정준하가 tvN ‘코미디 빅리그’ 출연을 위해 내놓은 공개 코미디 아이디어 중 하나에 대한 반응이다. 그리고 지난 3일, 유재석은 정준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콘텐츠야 그러면 조회수가 안 오른다고.” 이날 ‘무한도전’ 멤버들은 3:3으로 나뉜 출연자들이 각자 찍은 영상을 SNS에 올려 더 많은 ‘좋아요’를 받는 미션을 수행했다. SNS에 영상을 올리는 데 능숙한 멤버는 하하 정도였고, SNS에서 통하는 영상에 대해 설명하던 유재석은 정작 공식적인 SNS 채널을 개설한 바 없다. 그들에게 SNS는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하지는 않고, 어떤 반응을 얻을지 걱정스러운 곳이다. 박명수는 SNS는 아니지만 과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인터넷 실시간 방송을 했다 ‘웃음 사망꾼’이라는 야유를 받았고, 정준하는 SNS에서 악플을 달던 사람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정확히 10년 전, ‘무한도전’은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를 방영했다. ‘추격전’으로 불리는 예능 장르의 탄생이었다. 에피소드 하나가 장르를 탄생시키는 예능 프로그램. 그때 ‘무한도전’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 그 자체였다.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자신감이 철철 넘치면 노력 없이도 가능하다”고 한 말은 단지 농담일 수도 있지만, 그때의 경험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10년 전 그가 만들어낸 무수한 웃음은 노력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해도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정도로 자신의 감각과 세상의 흐름이 일치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무한도전’의 멤버들에게 노력 없이 가능한 것은 많지 않다. SNS에 영상을 올리고, 20여 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공개 코미디의 감각을 따라가는 것 모두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2017년에 화제가 됐던 인물들을 찾아가 질문을 던진 에피소드는 상징적이다. ‘무한도전’이 질문을 받는 대신 무언가 물어본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 대상은 JTBC ‘썰전’과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유시민, 팟캐스트를 통해 화제를 일으킨 송은이 등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유재석이 SNS 영상에 대해 설명한 날, 그들이 선택한 아이템은 추운 날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아이스크림 먹기 등이었다. 영상을 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무한도전’의 전신인 ‘무모한 도전’ 시절보다 무엇이 나아졌는지 알 수 없다. 출발하는 열차보다 더 빨리 달리겠다며 죽을힘을 다해 뛰기라도 했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처럼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지도 않고, 멤버들이 서로에 대한 감과 기억만으로 위치를 찾았던 ‘텔레파시’ 편과 같은 놀라운 아이디어도 없다. ‘무한도전’의 자막은 ‘무한도전’의 현재다. 10년 전 ‘무한도전’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가에 대한 상징이나 다름없던 자막은 이제 인터넷에서 ‘무한도전’의 감각이 떨어졌다는 비판의 근거로 쓰인다. 변화하지 않으면 그렇게 “SNS에도 안 올려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비전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대신 예전 아이템에 SNS 같은 이 시대의 흐름을 끼얹는다. 그러나 그렇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한다는 것을 보여줄수록, ‘무한도전’은 그들이 옛날 사람이 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최근의 ‘무한도전’은 마치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중년처럼 느껴진다. 젊은 시절 노력해서 지금의 위치를 얻었다. 쓸 수 있는 돈도, 사회적인 영향력도 커졌다. 하지만 달라진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과거를 복기하는 것뿐이다.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재입대를 하며, 까마득한 후배들을 선배라고 부른다. 그리고 다시 인기 프로그램의 멤버로서 집에서 편안하게 놀거나, 예전처럼 힘든 상황에서 즐겁게 놀면서 요즘 유행어인 ‘가즈아!’를 외친다. 그러나 즐거운 놀이 뒤에는 불안이 돌아온다. 더 이상 노력 없이 자신감만으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을 거라는 불안, 해보지 않은 것을 해야 적응할 수 있다는 불안, 그래서 점점 밀려날 것이라는 불안. 몸은 편안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대로는 점점 쇠퇴할 것이라는 그 불안.

조세호가 정식 멤버가 된 뒤,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반등세를 보이는 중이다. 오랫동안 ‘무한도전’ 주변을 맴돌던 그가 정식 멤버가 되는 과정은 ‘무한도전’에서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성장서사다. 그가 추운 날 아침, 거리에서 기상캐스터 역할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지금의 ‘무한도전’에서도 할 법한 고생이다. 같은 에피소드에서 유재석은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관광지 청소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재석에게 그 일이 하나의 에피소드인 반면, 조세호에게는 ‘무한도전’으로의 안착이 걸린 중요한 시점이었다. 과거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이 ‘평균 이하’라는 캐릭터를 내걸고 어떻게든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올리려고 했던 것처럼, 조세호는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무한도전’에서 버티려면 멤버들의 몰래카메라도, 강추위에 장군 복장을 하고 서는 것도, 재입대를 하는 것도 잘 받아들여야 한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위해 누군가를 고생시켜야 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나이 든 사람들이 저지르곤 하는 초심 찾기 타령이다. 오히려 조세호에게 고생을 시켜야만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지금 ‘무한도전’의 문제다. 그러나 지금의 ‘무한도전’은 조세호처럼 노력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오래했고, 충분히 성공했고, 그사이 나이 들었고, 그런데 감은 떨어졌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최근 ‘무한도전’의 연출자 김태호 PD의 거취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라면 김태호 PD의 하차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도, MBC에서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그와 ‘무한도전’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년 동안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누구도 얻지 못한 명예까지 얻은 연출자다. 그가 ‘무한도전’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한다고 해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무한도전’ 바깥에서 세상의 흐름을 느끼거나, 자신이 만든 ‘무한도전’의 제작 시스템을 스스로 개혁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아니면 지금처럼 만들어가면서 변화의 포인트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가 왔다는 사실이다. 충분히 잘 살아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집에 편안히 있을 것인가, 아니면 집 밖으로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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