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② H.O.T.가 2018년에 알게 될 것들

2018.02.27
H.O.T.가 가요계를 떠나 있는 동안, 그들이 나이를 먹은 만큼 한국 사회도 변했고 팬들의 모습도 변했다. 17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달라져 온 아이돌 산업과 팬 문화의 변화에 대해 짚었다. 2018년에 돌아온 H.O.T.가 알아둬야 할 아이돌과 팬의 현재.


ⓒ무한도전
사서함 대신 V앱

H.O.T.가 해체했던 2001년 이후 가장 놀랄 만한 변화는 스타와 팬 사이의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네이버 V앱은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이른바 ‘필수템’이다. H.O.T.가 활동하던 때와 달리 이제 팬들은 공중전화나 집전화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듣는 대신 실시간으로 아이돌 멤버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감상을 전달한다. 그리고 차분히 팬들에게 말할 수 있었던 사서함과 달리, 생방송인 V앱에서는 구체적인 대본이나 연습 상황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든 앱을 깔기만 하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해야 한다. 댓글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 때도 있으니 놀라지 말 것. 실제로 아이돌들이 악성 댓글을 보고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는 사례도 종종 있을 정도다.

풍선 대신 응원봉
풍선을 흔들며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던 시대는 지났다.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 3’에서 이미 나왔듯, 원격 조정까지 가능해진 응원봉은 필수다. 먼저 컴백했던 젝스키스도 처음에는 노란 풍선을 쓰다가 풍선처럼 부풀리는 모양의 응원봉을 택하기도 했다. 또한 요즘 아이돌 팬들은 다양한 종류의 ‘굿즈’를 구매하길 원한다. 이전에는 공식 팬클럽 물품과 문구점에서 파는 사진, 팬들끼리 콘서트 현장에서 나누는 다소 어설픈 디자인 상품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공식은 물론 비공식 굿즈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거래된다. 종류도 핀뱃지, 포토카드, 담요, 가방, 모자, 티셔츠 등 무척 다양하다. 참고로 비공식 굿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이돌 봉제 인형이다. 이미 ‘꼬마 젝키’ 인형도 있으니, ‘꼬마 H.O.T.’ 인형도 머지않아 등장할 듯.

하이틴 잡지 대신 공항패션
H.O.T.가 처음 데뷔했을 때만 해도 무대 위에서 빛나는 그들의 모습이 전부였다. 간혹 미용실 앞에서, 숙소 앞에서 기다리던 팬들에 의해 찍힌 필름 정도가 사적인 모습의 전부였고, 그 외에는 각종 잡지를 통해 전달되는 사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의 보이그룹들은 어디에든 존재하는 팬들이 찍는 사진을 통해 다양한 모습들이 인터넷에 퍼져나간다. 기자들과 팬들이 함께 모인 공항에서 찍히는 이른바 ‘공항패션’ 사진은 그 대표적인 예. 이 때문에 아이돌의 소속사에서는 출입국 시 어떤 옷을 입힐지 고심하기도 하고, 인기 아이돌의 경우 협찬이 붙기도 한다. SNS나 V앱을 통해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해진 시대에 이른바 ‘풀세팅’ 된 모습만을 보여주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미 개인 활동 중에도 이런 경험들이 빈번했을 H.O.T. 멤버들 역시 더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공항패션이 노메이크업이나 평소 입는 옷차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잠실 주경기장 대신 멜론 차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드림콘서트’와 같이 여러 가수가 함께 모이는 콘서트장에서 팬들끼리 종종 싸움이 붙었다. 그러나 요즘은 잠실 주경기장이나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고척 스카이돔 등에서 열리는 단체 콘서트 현장에서는 다른 팬덤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모모 님”이라고 부르며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는 팬들이 늘어났다. 대신 경쟁의 무대가 멜론과 같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넘어왔다. 팬들은 새벽 시간까지 스트리밍을 돌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음원이 차트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달린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도 개인 SNS나 쇼케이스를 통해 ‘음원 차트 1위 공약’을 내걸기도 한다. 차트 싸움은 일반 대중에게 자신의 아이돌이 이만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과거보다 어떤 면에서는 보다 치열한 경쟁이라 할 만하다. 만약 H.O.T. 멤버들이 신곡을 내게 된다면, 멤버들은 팬덤 경쟁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될 것이다.

모든 팬들이 ‘엄마’가 된 것은 아니다
“팬들이 이제는 아기 엄마가 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에 활동했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TV에 나와서 종종 하는 말이다. H.O.T. 멤버들도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에 나와 결혼한 팬들과 전화 연결이 되자 신기하고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으레 치러야 할 성인들의 의식처럼 여겨지고, 1세대 아이돌들이 시간의 흐름을 체감할 때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것 역시 ‘소녀 팬’에서 ‘아기 엄마’가 된 팬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10~2015년 결혼한 집단의 초혼 연령은 29.4세(‘파이낸셜뉴스’)로, 당시 10대 중후반이었던 팬들 대부분이 다수 결혼할 만한 시기의 연령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H.O.T.가 해체한 2001년에 비해 3세가량 높아진 결과물로, 한국인의 초혼 연령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H.O.T.의 팬들 중에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도 많다는 의미다. 또한 비혼이나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 평균 연령 39.4세의 H.O.T. 멤버들 중에서도 문희준만 결혼한 상태다. 20년 동안 물리적인 나이뿐만 아니라 가치관도 크게 변했다. H.O.T.가 팬들과 소통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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