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① H.O.T.가 ‘무한도전’에서 만난 현재

2018.02.27
지난 1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3-H.O.T.’에서 제작진은 H.O.T.에게 “재결합 의지가 있으면 첫 데뷔 장소로 모이라”는 미션을 줬다. 2016년 방송된 ‘무한도전’‘토토가2-젝스키스’ 편에서의 미션이 게릴라 콘서트였던 것과 달리, H.O.T.는 멤버들이 모이는 것부터가 관건이었다. 모두 모인 뒤 강타가 “저희도 마음이 아프고 죄송하다.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을 만큼, 멤버들이 재결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무겁고 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H.O.T.의 재결합은 미디어를 통해 여러차례 보도 됐고, 결국 무산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팬들의 아쉬움도 더해갔다. 재결합 발표 이후에는 비판적인 반응도 있었다.

H.O.T.의 재결합 과정은 그래서 ‘토토가’의 다른 시즌들과 달랐다. ‘토토가’ 시즌 1은 20여년 전 화려하게 활동했던 가수들의 추억을 되살린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들은 앞으로의 활동 여부에 상관 없이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토토가’ 시즌 2의 젝스키스 역시 시작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없었던 멤버들이 모인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고지용의 합류 및 등장 여부가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젝스키스가 ‘토토가’를 기점으로 십수년 뒤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과 각종 차트에서 경쟁하게 되면서, 1990년대 아이돌 그룹의 파급력은 2010년대 음악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H.O.T.의 재결합은 결정되는 순간부터 거대한 이벤트가 됐다. H.O.T.가 앞으로 활동을 이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미디어는 이미 그들의 파급력에 대해 주목한다. 앞의 두 시즌과 다르게, H.O.T.는 추억을 기분 좋게 회상하는 것에 머물 수 없었다. 엄청난 숫자의 팬들이 그들의 공연을 보려 했고, 미디어는 그들이 음악 산업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궁금해 했다. 강타가 말한대로 큰 책임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24일 방송된 ‘토토가3-H.O.T.’에서 공개된 H.O.T.의 무대는 그들이 어떤 자세로 공연에 임했는지 보여준다. 과거 단독 콘서트를 떠올리게 할 만큼 멤버들은 ‘200% 풀 파워 리허설’을 할 정도로 전력을 다해 무대에 임했다. 첫 만남에서 “옛날이랑 많이 달라서 실망할까봐” 열심히 꾸미고 왔다거나 “(해체 이후)장난으로라도 H.O.T.의 무대를 해본 적 없다”는 강타의 말은, H.O.T.가 재결합 했을 때 그 기대감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엿보게 한다. 팬들 역시 일사분란하게 하얀 풍선을 흔들면서 H.O.T.에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가수와 팬 모두 그 시절이 좋았다는 회고를 보여주는 대신, 아예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열정을 보여줬다. 1세대 최고 인기 아이돌의 재결합이 가진 무게감을, H.O.T. 멤버들은 그대로 받아 내면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것은 지금 H.O.T.가 그들의 팬, 더 나아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단지 그 때가 좋았다는 회고를 넘어, 지금도 빛나게 하겠다는 의지, 스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갖는 책임감. 

‘토토가3-H.O.T.’는 이 지점에서 H.O.T.가 보여주는 태도와 조금씩 어긋났다. H.O.T.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열심히 달려온 자신들을 보여주려 했다. 불과 한 달 남짓한 시간이지만 연습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그들을 ‘토토가’ 시즌 1처럼 소화했다. 공연을 보여준 부분 외의 장면들은 히트곡들을 부르면서 과거와 다른 그들의 모습을 강조하고, H.O.T.의 과거와 팬과의 전화 통화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물론 이런 부분들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역 아이돌 이상의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 H.O.T. 멤버들의 의지를 담아내기는 어려웠다. ‘토토가’ 시즌 1이 이제는 지난 시절이 된 전성기를 회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시즌 2는 젝스키스 멤버들이 화려했던 시절 이후 어떻게 각자의 삶을 살면서 변했는지 보여줬다. 반면 ‘토토가3-H.O.T.’는 앞의 두 시즌처럼 출연자의 과거와 현재를 포착하는 서사를 만들지 못했다. H.O.T.는 한없이 진지한 반면, ‘무한도전’은 이전의 ‘토토가’와 다를바 없는 연출로 그들을 소화했다.

15일에 공연을 한 뒤, 17일에 ‘토토가3-H.O.T.’ 첫 방송을 해야 했을 만큼 시간이 촉박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 초반 제작진이 밝혔듯, H.O.T. 재결합은 2014년 ‘토토가1’이 시작했을 때부터 준비해왔던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800석 규모의 공연장을 팬들의 요청으로 2500석 규모로 확장하는 등 나름 노력을 하기는 했지만, ‘무한도전’은 2018년에 돌아온 H.O.T.를 어떻게 돌아볼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관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H.O.T.는 추억을 뛰어넘어 현재로 왔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그들을 단지 추억의 대상으로만 바라본 것일까. 그래서 H.O.T.가 ‘무한도전’을 통해 2018년에 돌아왔다는 것은 아이러니처럼 보인다. 지난 시대의 전설이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 현재에 돌아왔다. 그러나 정작 현재의 전설은 이미 과거를 흐뭇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 과거의 전설은 현재로 왔는데, 현재의 전설은 이미 과거로 가고 있다. H.O.T.와 ‘무한도전’이 만나며 생긴 미묘한 질문이다. 정말, 과거를 빛나게 하는 현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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