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김태리, 나로 사는 법

2018.03.07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 조용히 계절이 지나가고, 그 시간에 따라 나무가, 밭이, 열매가, 또 사람이 천천히 바뀌어간다. 혜원(김태리)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시험에 떨어지고 어느 날 문득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해 “배가 고파서” 집으로 돌아왔다는 그는 스스로 요리를 하며 비로소 원래의 표정을 되찾는다. 두 볼 가득 음식을 욱여넣고 허겁지겁 씹어 삼키거나, 땀을 흘리고 살을 그을리며 일을 하고,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다 크게 입을 벌리고 와하하 웃는 혜원은 ‘리틀 포레스트’의 풍경에 생기를 더한다. 3일만 머물다 가려던 그의 계획은 몇 개의 계절로 늘어나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다시 또 겨울로 계절이 흐르는 동안 혜원은 자신의 속도를 찾아낸다. ‘리틀 포레스트’는 누구의 강요나 권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되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그동안 김태리는 자신만의 자장이 뚜렷한, 다르게 말하면 고집이 센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다. ‘문영’의 고등학생 문영은 집을 나간 엄마와 매일 술주정을 일삼는 아빠 때문에 불행하게 살아가고, 그 불행을 감당하기 위해 입을 아예 열지 않는 것으로 혼자만의 세계를 쌓아올린다. ‘아가씨’의 숙희는 사기꾼이자 하녀이지만 누구 앞에서도 좀처럼 기죽지 않고, 히데코를 향한 사랑을 숨기지도 않으며, 결국 그의 손을 잡고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 김태리와 함께 작업했던 감독들이 ‘고집스럽다’ 혹은 ‘자기 중심이 잘 서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이 인물들은 실제의 김태리와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뉴스룸’에 출연한 그는 “‘아가씨’ 때 인터뷰에서 ‘인기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은 갑자기 높아진 관심 속에서 저를 지키는 나름의 대처법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리고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용기를 지지하는 동시에 그들의 고통을 위로하는 일 또한 잊지 않았으며, 이 운동이 한때의 가십거리가 아니라 사회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차분한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하기도 했다.

배우, 특히 데뷔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여성 배우가 스크린 바깥에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며 살아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몰려들다가도 어느 순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그라들고,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에도 수많은 이들이 수많은 평가를 쏟아낸다. 김태리는 그 속에서 어떻게든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할 말이 있을 때는 제대로 표현하려 하고, 댓글로 달린 다른 사람의 의견 때문에 마음의 파장이 커져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리고 영화 ‘1987’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정답은 이거 하나뿐이다’라는 생각이 환기되지 않으면 삶이 너무 힘들잖아요. 저도 연기를 언제 때려치울지 몰라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오래 못 할 것 같아요.” 스크린 속에서도 밖에서도, 김태리는 자신을 잘 지켜내며 살아나가고 있다.




목록

SPECIAL

image 윤미래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