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화이트 데이

2018.03.12
ⓒShutterstock
나이가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화이트 데이’라는 날이 지닌 개인적 의미성은 점차 옅어지고 있지만 마케팅적, 경제적 영향을 유발하는 ‘DAY’ 마케팅은 여전히 연인 또는 연인으로 향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감성적인 요소가 더해져 산업적 측면에서는 놓칠 수 없는 콘텐츠다. 엄청난 크기의 곰인형이나 품에 가득 채워지는 꽃다발을 나눠 들고 거리를 걷는 수줍은 연인에서부터 실리적인 소모품이나 가지고 싶었던 위시 리스트의 한 줄을 지워나가는 실속파 연인들까지, 그들이 선택하는 ‘화이트 데이’를 기념할 만한 선물들의 리스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며 함께 진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본래 발렌타인 데이가 가진 오랜 유래(3세기경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군인들의 입대를 위해 결혼을 금지시키던 시기에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성 발렌타인이 황제의 법을 피해 몰래 연인들을 결혼시키다 발각되어 처형당한 날)에 대한 진정한 의미보다는 2월 14일, 3월 14일을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로 지정하여 연인들이 초콜릿과 사탕을 선물하는 상업적인 프로모션으로 정착되었다. 이의 시초는 1980년에 시작된 일본의 전국사탕과자공업협동조합(全國飴菓子工業協同組合)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화이트 데이가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발렌타인 데이와 반대로 남성이 애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사탕과 선물을 전하는 날로 인식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화이트 데이(ホワイト・デー)’라는 단어의 의미에 중점을 두어 사탕보다 ‘흰색’이라는 컬러를 테마로 화이트 초콜릿과 마시멜로우 등 흰색 아이템으로 영역을 확장해 소비를 유도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시즌 특수를 기다리는 산업이 사탕과 초콜릿을 품고 있는 제과, 외식업, 화훼, 쥬얼리 군에 국한되어 있었던 과거에 비해 점차 그 영역이 꽤나 넓어지고 전문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반짝이고 아름다운 비주얼과 달콤한 향기는 받는 사람을 자극하는 클래식한 아이템임에 틀림없지만, 뉴 페이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느 제과점이나 호텔 델리샵 등에서 구매하던 사탕과 초콜릿은 예약조차 어려운 전문 파티시에나 쇼콜라티에 등의 화이트 데이 한정판 패키지 상품(‘한정’이라는 단어는 승부욕과 성취욕, 소유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 아닐까)으로 확장되고, 특별한 하루를 위한 다이닝 레스토랑 프로그램이나 완벽한 호텔 패키지 또는 가까운 국내외로의 여행 패키지 등 커플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 투자의 상품도 많아졌다. 스마트폰 세대에 어울리는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 포토 프린터, E-book 리더기 등 IT 관련 제품들도 생겨났다.

실리적인 선택 패턴에 감성을 공략하는 업체들의 ‘순위 마케팅’ 또한 그러한 세태에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잡지와 웹사이트 등에서 자체적으로 순위를 매기고 제안을 하거나 실제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심리를 분석한 ‘소비 촉진’ 효과를 노리는 방법이 소비 행태에 꽤 쏠쏠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주기도 한다.

다수를 만족시키는 대량생산 제품군들보다는, 소량 생산이지만 개인의 취향을 잘 반영하고 감성을 공략한, 경험과 가치 중심의 아이템들이 현실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에 깊이 집중하는 요즘 세대의 여성들에게 보다 매력적이고 만족스러운 셀링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전하는 말과 마음, 그리고 그것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센스. 2018년의 화이트 데이에 가장 필요한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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