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① 마법의 민박집

2018.03.27
“사람들이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그러겠다”. JTBC ‘효리네 민박2’ 첫 방송에서 평소와 같이 차를 마시던 이효리는 문득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첫 번째 손님인 유도선수들이 왔을 때는 “집 소개는 안 해도 되죠?”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효리네 민박1’이 베일에 싸여있던 이효리 이상순의 집과 제주도 생활을 최초로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던 반면, ‘효리네 민박2’는 그때와 별로 변한 것이 없는 두 사람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효리의 걱정과는 달리, ‘효리네 민박2’는 달라졌다. 시즌 1에서 임원진과 손님들은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뿐이었지만, 시즌 2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시즌 1에서는 손님들이 일정간격을 두고 체크인을 했고, 때문에 그들 하나하나의 사연이 드러나거나 이효리와 아이유의 관계가 부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 2에서는 한꺼번에 14명의 손님들이 머무른다. 여기에 변화무쌍한 제주의 겨울날씨는 끊임없이 돌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집 앞 언덕이 얼면 임직원은 식량을 걱정하고, 손님들은 오도 가도 못한 채 발이 묶인다. 임직원에게는 그만큼 더 많은 할 일들이 생긴다. ‘잘 먹이고 잘 재우기’를 다짐했던 이효리는 민박집이 고립된 상황에서 “내가 지게를 지고 나가서 고구마를 캐더라도 너희는 배불리 먹일 거야”라며 의지를 불태운다. 얼어붙은 언덕길에서 안전한 큰길까지 유도선수들의 차를 운전해준 이상순은 의지가 되는 존재인 ‘순깨비’로 그려진다. 윤아는 손님들을 위해 요리도구는 물론 미러볼과 보드게임까지 챙겨왔다. 시즌 1에 비해, 손님들보다 임직원들의 모습이 비중 있게 그려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2’의 민박집은 시즌 1과 다른 공간이 된다. 회장으로서 늘 넘치는 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이효리는 몸이 아프자, 윤아에게 뒤를 맡기고 먼저 자리에 누웠다. 시즌 1 초반 집안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에 어색해하며 뭔가 예능적인 상황을 만들어보려던 때와는 달리, 집에 있을 때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윤아는 자연스럽게 이효리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제작진과 손님들도 한결 편안해졌다. 이효리는 민박집에 온 첫날 기상악화로 패러글라이딩 예약을 취소해야했던 외과 팀에게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평소 많이 못 잔다고 들었는데 이참에 주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퍼 팀의 재빈은 감기몸살에 걸려 민박집에 남아있어야 했고, 카메라는 나머지 친구들의 여행을 쫓는 대신 민박집에 남아 임원진의 간호를 받거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그의 모습을 담았다. 앞서 윤아만 보면 “너무 예뻐서 말문이 막힌다”고 했던 유도선수들은 결항으로 민박집으로 돌아온 뒤 윤아와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런 모습들은 스타인 민박집 임직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시즌1보다 더욱 판타지를 강화시킨다. 윤아가 손수 변기를 뚫는 모습은 지극히 일상적인 행동이지만, 이것은 동시에 ‘소녀시대의 윤아가 변기를 뚫는’ 흔치 않은 구경거리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민박집에서 임직원과 손님들이 어울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현실과 판타지가 만나는 독특한 지점도 생긴다. 유도선수들은 이효리에게 화장하는 법을, 윤아에게 하이힐 워킹을 배웠다. 날씨 때문에 파도를 탈 수 없었던 서퍼 팀과 연자매는 이효리와 이상순, 윤아와 함께 마을언덕에서 썰매를 탔고, 동네 이웃이라는 배우 송새벽, 정석용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아침에 이효리의 노래로 눈을 뜨거나 몸이 아플 때는 윤아가 직접 쌍화탕을 가져다주는 있을 수 없는 장면이 일상처럼 펼쳐진다.

박보검은 이 판타지에 정점을 찍는 존재다. 박보검은 유도선수 재란이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보고 싶다’고 말했을 만큼 먼 존재였지만, 그가 떠난 바로 다음날 거짓말처럼 ‘효리네 민박’에 합류했다. 그리고 아픈 이효리와 서울에 간 이상순을 대신해 윤아와 박보검이 손님들과 함께 보드게임과 노천탕을 즐겼다. 제작진은 그의 이런 행동을 민박집에 적응하는 모습으로 묘사하면서도, 박보검이 월남쌈을 먹는 일상적인 순간에도 그가 무엇인가 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환호한다. 첫 시즌부터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 그리고 아이유가 민박집을 운영한다는 설정 속에 일반인 출연자를 끌어들였던 ‘효리네 민박’은, 두번째 시즌에 접어들며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현실 속에서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판타지를 끌어내고 있다. 현실과 판타지가 맞닿아 있는 공간에서 이 두가지가 각각 극대화 된다. 리얼리티 쇼가 일상에 더욱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더 큰 판타지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민박집 안에서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조금은 마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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