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일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다

2018.04.02
지난 3월 28일에 찍은 야스쿠니 신사 앞의 모습. 미세먼지 때문에 도로 표지판 뒤로 언제나 보이는 도쿄타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봄마다 찾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골치를 겪고 있는 반면, 일본은 꽃가루 외에는 큰 이슈가 없다. 물론 일본 역시 황사와 미세먼지, 즉 PM2.5를 겪고 있긴 하지만, 한국만큼 심각한 적이 별로 없었고 그보다는 전국을 뒤덮는 꽃가루 때문에 꽃가루 예보를 2월부터 지속해서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의 친구들이 SNS에 희뿌연 하늘 사진을 올리며 못살겠다고 울고 있을 때 나는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파란 하늘의 사진을 올려 친구들로부터 높은 삶의 질(?)에 대해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런데 3월 마지막 주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일본의 대기 질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집 안에 있는 화분들을 밖으로 꺼내 분무를 하는 것인데, 베란다에 서서 밖을 보니 흐린 날과 다른 뿌연 하늘을 볼 수 있었고, 가끔 다녀오는 서울에서 흔하게 보던 바로 그 하늘이었다.

일본은 24일부터 관서 지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의 농도가 치솟기 시작했고 도쿄 기준으로 전역이 평균 50μg/m3(130AQI)를 넘는 날이 4일째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는 120μg/m3(182 AQI)까지 치솟은 날도 있었다. 나는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이번 주 계속해서 자전거를 타고 도쿄 도심을 달리고 있다. 엊그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일들 때문에 신주쿠와 시부야, 오늘도 미나미 아오야마와 긴자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내가 사는 키요스미시라카와 쪽에서 평균 10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전철로 가면 걸어서 역까지 가는 시간 등을 포함해 약 40여 분이 걸리는 거리인데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출발, 목적지까지 도착하면 거의 비슷한 시간에 갈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아주 궂은 날씨가 아니라면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이번 주 역시 그런 생각으로 자전거를 탔다가 공기의 심각함을 깨달았다. 미세먼지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 주행 중 먼지가 느껴져 눈이 뻑뻑했고, 눈 주변 피부가 너무 따가워 장갑을 벗고 손으로 눈 주변을 쓸어보니 그동안 본 적 없는 까만 먼지들이 보일 정도였다.

도쿄에서는 지난 3월 23일부터 고시엔(甲子園)으로 알려진 선발고교야구대회(選抜高等学校野球大会)가 시작되었고, 도심의 벚꽃들이 일제히 만개, 절경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24일과 25일 도쿄 도심의 유명한 벚꽃 스팟인 메구로천 주변에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때만 해도 대기 질이 괜찮았지만 24일부터 관서 지역이 나빠졌고 25일부터는 수도권, 심지어 북해도 일부 지역까지 대기 질이 나빠져 ‘야외활동 삼가’ 지수가 보일 정도였다. 뉴스에서는 이런 대기 상태의 원인은 중국의 심각한 대기 상태와 이동성 고기압 때문이라는 전형적인 보도와 함께 장시간의 야외운동이나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라는 일상적인 지침 등을 알려줄 뿐이었고 별다른 뉴스는 없었다. 하지만 뉴스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을 뿐이지 대기 질이나 PM2.5에 대해 무심한 것이 아니었다. 일본은 2001년부터 PM2.5의 추이를 꾸준히 조사해오고 있었고 2013년부터는 공식적인 대응책을 내놓기 시작, 환경청 홈페이지에서 PM2.5 정보를 바로 알 수 있게 기재를 하고, 각 자치단체와 연구단체와의 협력으로 ‘소라마메군(そらまめ君)’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24시간 실시간으로 전국 각지의 대기 질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의 각 자치구에서는 해당 지역의 PM2.5정보를 언제나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들을 운영하고 있고, 전국의 PM2.5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PM2.5모음(PM2.5まとめ)’이라는 민간 연구단체의 사이트도 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한국의 웹사이트와 비교하면 속된 말로 ‘구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쁜 디자인과는 먼 모양새를 가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피처폰에서도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이트이며, 모양새와 기능에 치중해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접속조차 할 수 없는 공공 사이트들이 많은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PM2.5, 즉 미세먼지를 대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가장 큰 차이는 마스크의 착용 유 무. 지난 2013년 3월 도쿄 도심에 엄청난 모래를 동반한 먼지 폭풍이 불어닥친 적이 있었는데, 공원에서 도시락과 맥주를 마시다 마주쳐서 꼼짝없이 모래와 먼지를 뒤집어쓰는 최악의 경험을 했었고 그것을 계기로 매일 마스크를 쓰고 있다. 처음에는 아주 갑갑하고 매일 챙겨야 하는 것이 귀찮았지만,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럽게 매일 착용을 하게 되었고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자외선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쓸 정도가 되었다. 나의 경우는 매일 타는 자전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은 2014년 기준 약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거의 매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실제로 도쿄 도심이나 전철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판매되는 마스크의 종류나 모양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들의 절반 이상은 PM2.5에 대응을 하고 있다.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일본을 다녀가는 한국 사람들이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한다고 하는데, 여전히 마스크 없이 이런 공기를 견디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 갤럽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 나쁨 예보 시 ‘마스크 착용하는 편’이라고 답한 사람은 29%라고 한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니 더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리고 보건 당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마스크 착용에 대해 지침을 마련해 시민들의 의식을 바꿔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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