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 따라 삼시세끼

2018.04.06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매회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이영자가 소개하는 음식들이다. 매니저를 위한 지역별 맛집 리스트를 손수 작성할 만큼, 음식에 관한 그의 열정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특유의 맛깔 나는 설명을 듣고 있자면 입에 절로 침이 고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나 맛있을까’라는 호기심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이영자가 언급한 수많은 음식들 중 몇 가지를 골라 세끼 식사를 해봤다. 이름 하여, ‘영자세끼’다.


아침

서울 만남의 광장 ‘말죽거리 소고기 국밥’
맛 ★★★ 가격 ★★★★★ 서비스 ★★★★★

대전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영자가 자신 있게 추천했던 메뉴다. 말죽거리 소고기 국밥은 ‘전지적 참견 시점’에 소개되기 전에도 2015년부터 3년 연속 ‘휴게소 대표 음식’으로 선정됐을 만큼 유명한 서울 만남의 광장 식당의 대표 메뉴다. 중앙 계산대로 가서 말죽거리 소고기 국밥을 주문하면 해당 코너에서 거의 3분 안에 받아볼 수 있다. 일단 놋그릇을 떠올리게 하는 그릇에 담긴 모양새가 제법 정갈하다. 이영자의 아바타가 된 기분으로 그의 설명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국물을 두 번 맛보고, 우거지에 소고기를 싸서 한입, 마지막으로 밥 반 공기를 말아 먹었다. 특별하진 않지만, 계속 당기는 맛이다. ‘가마솥에 24시간 끓인’ 고소한 사골 맛 덕분에 크게 맵지 않고, 얇게 썬 소고기는 몇 번 씹지 않아도 입속에서 부드럽게 풀어진다. 고기가 세 점쯤 들었을 거라는 이영자의 설명과는 달리, 대여섯 점 정도 들어 있었던 것도 만족스러웠다. 무와 콩나물은 시원하고, 넉넉하게 썰어 넣은 우거지는 개운한 뒷맛을 더한다. 아쉬운 것은 반찬으로, 국밥과 원래 잘 어울리는 배추김치를 제외하면 겨우 구색만 갖춘 정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서울 시내에서 이 정도 국밥을 6500원에 먹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음식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곳의 서비스다. 칸막이가 쳐져 있는 ‘혼밥존’에는 자리마다 콘센트가 붙어 있고, 중앙 계산대에서는 흰 옷을 입은 고객들을 위해 앞치마를 빌려주기도 한다. 현미밥, 흑미밥, 기장밥, 누룽지와 추가 반찬을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으며 각 반찬들에는 제조자와 제조일자, 유통기한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또한 유아식탁과 침대, 일회용 젖병과 기저귀까지 제공되는 수유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물론, 요청 시 아이에게 먹일 수 있도록 맵지 않은 곰국을 함께 내주기까지 한다. 게다가 화장실은 냄새가 나기는커녕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뜻밖에도 잠깐 들렀다 가는 휴게소에서, 수많은 식당들이 놓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발견했다. 바로 손님들에 대한 배려다.

점심
돈까스잔치 동빙고점 ‘돈잔국수’
맛 ★★★ 가격 ★★★ 서비스 ★★

‘전지적 참견 시점’ 출연자들마저 식당을 찾아가도록 만들었던 돈잔국수. 이곳의 메뉴는 각종 국수와 돈까스로, 그 두 가지를 합친 돈잔국수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튀김우동을 떠올려보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매니저는 이영자가 정해준 대로 선택의 여지 없이 돈잔국수를 먹어야 했지만, 잔치국와 비빔국수 중 하나만을 선택하기란 정말 어렵다. 포인트는 먹는 속도, 그리고 첫맛과 끝 맛이다. 진한 멸치 육수의 잔치국수에 돈까스 한 덩어리가 올라가 있는 돈잔국수는 훅 치고 들어오는 첫맛이 일품이다. 한 젓가락 크게 국수를 맛본 후 국물을 잔뜩 머금은 돈까스를 한입 베어 물면, 변덕스러운 날씨에 간질간질했던 목구멍이 활짝 열리는 기분이 들 것이다. 하지만 돈잔국수를 먹을 때는 최대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돈까스의 튀김옷이 풀어지며 형태를 잃고, 국물은 탁해진다. 적당히 퍼진 돈까스의 기름과 멸치 육수의 시원한 맛이 적당히 어우러지는 첫맛에 비해 끝 맛이 개운치 못한 것이 단점. 실제로 식당에서 돈잔국수를 시킨 고객들은 대부분 5분 안에 그릇을 깔끔하게 비우고 떠나는 모습이었다. 반면 차게 나오는 비빔국수는 조금 더 천천히 먹어도 끝까지 맛을 유지한다. 비교적 바삭한 상태의 돈까스즐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자작한 국물이 달짝지근하면서도 다 먹고 나면 입술이 얼얼하도록 매콤하다. 여기에 정점을 찍는 것은 참기름으로, 돈까스의 고소함을 끌어올려주고 비빔양념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신의 한 수다. 일반 국수에 비해 돈까스가 올라간 국수는 2000-3000원 정도 비싸지만, 돈잔국수나 돈비국수를 시킬 경우 돈까스를 따로 담아 주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돈잔국수의 돈까스를 비빔국수에 올린다고 해서, 돈비국수가 되지는 않는다. 따로 하나씩 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는 소리. 매장에서 직접 굽는 단팥빵은 특히 매콤한 비빔국수를 먹은 후 입가심으로 제격이다.

저녁
한남동한방통닭 ‘한방통닭’
맛 ★★★★ 가격 ★★ 서비스 ★

식당 오픈 전부터 이영자가 넋을 놓고 바라보던 ‘닭 윈도우’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오기 전부터 이미 수많은 유명인들의 맛집이었던 이곳의 한방통닭은 평일에도 최소 1시간 이상 기다려야만 맛볼 수 있다. 은박지를 싼 철판에 한 마리씩 올라가 있는 한방통닭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소금간이 가장 강한 껍질은 바삭하고 기름진 맛, 껍질 아래의 속살은 기름기가 쫙 빠져 담백한 맛, 그리고 마지막은 감춰져 있던 영양밥이다. 통마늘과 약재를 넣은 눅진한 찰밥에는 닭의 육수가 제대로 배어 있어 오히려 살코기를 먹을 때보다 더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소화제’라는 이영자의 표현처럼, 뜨끈한 밥이 들어가면 속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도 같다. 여기에 톡 쏘는 겨자 소스와 양념치킨 소스, 후추를 섞은 소금이 곁들여지는데, 의외로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김치다. 마늘이 잔뜩 들어간 겉절이 스타일로 살코기와도, 영양밥과도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의외로 다채로운 맛. 하지만 닭이 작은 편이라 ‘1인 1닭’은 필수지만,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또한 매장 안은 좁고, 매장 밖에는 많은 손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느긋하게 즐기기보다는 얼른 먹고 일어나야 하는 분위기다. “포장은 나가기 10분 전에 말해달라”는 직원들의 말이 은근한 재촉으로 들릴 정도. 하지만 포장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투박한 은박지로 싼 통닭의 모습이 정감 있기는 하지만, 특유의 바삭한 껍질이 완전히 눅눅해진다. 게다가 포장할 경우에는 김치를 주지 않는다.

야식(번외)
김치 컵라면+훈제란(faet. 멸치김밥)

컵라면과 김밥은 급하게 끼니를 때울 때 요긴하지만, 야식으로도 제격이다. 이 특별할 것 없는 메뉴에서도 이영자의 음식에 대한 확고한 취향은 드러난다. 그는 김치 사발면을 사달라고 부탁했고, 매니저는 김치 큰사발을 사왔다. 그의 말처럼 김치 사발면과 김치 큰사발을 비교해보니 국물 맛은 비슷하지만 면은 완전히 달랐다. 아예 다른 종류의 컵라면이었던 것이다. 매니저는 몰랐지만, 이영자는 아는 디테일. 면만큼 중요한 것은 훈제란을 반으로 갈라 넣는 치밀함이다. 그래야 노른자에 국물이 적당히 스며들어 촉촉해 진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계란의 단백질과 멸치의 칼슘은 그저 거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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