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일

2018.04.13
tvN ‘라이브’에서 치열하고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 홍일 지구대에 입성한 시보 순경 한정오(정유미)와 염상수(이광수), 송혜리(이주영)에게 처음 주어진 임무는 주취자들의 토사물을 닦거나 주차단속을 하는 일이다. 세 사람은 “좀 더 경찰다운 일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경찰다운 일’은 강력사건이지만, 실제 경찰들이 처리하는 일들은 이보다 다양하다. 길 잃은 노인을 집까지 데려다줘야 하고, 노숙인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담배를 구입하는 고등학생들을 선도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어쩌다 마주치는 굵직한 강력사건 사이에는 그리 대단치 않은 사건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라이브’가 그리는 경찰들의 현실이다.

홍일 지구대에 들어오기 전 경찰 교육생이었던 한정오와 염상수는 처음으로 나간 시위 현장에서 ‘아무 짓도 하지 마라’는 명령을 받았다. 염상수가 시위에 대해 “경찰이 열라 맞는 거야”라고 표현한 것처럼, ‘라이브’에서 경찰은 다소 초라하고 무력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경찰이라는 조직의 말단인 교육생은 물론, 지구대장 기한솔(성동일)조차 음주운전을 한 국회의원에게 적반하장으로 폭행을 당하면서도 별다른 저항조차 할 수 없다. 시보 삼인방이 꿈꾸던 경찰생활에 이런 그림은 없었을 것이다. ‘라이브’는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도 때로는 약자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 즉 어느 직업에나 존재하는 이면을 보여준다.

부당한 대우를 참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대립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학생들의 시위 현장에 나갔던 한정오는 “오늘 일은 꺼내고 싶지도 않아. 왜 우리가 학생들 머리채를 잡아야 하냐”고 한탄했고, 염상수는 “이건 아니라고 말하면 뭐가 달라지냐. 힘들게 된 경찰 관둘 것도 아니고 안 그래?”라고 말했다. 어떤 직업을 갖는 일은 자신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일이기도 하다. 임산부를 테이저건으로 쏜 한정오는 그 순간 자신이 매뉴얼을 떠올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괴로워하지만, 선배들은 그를 지키기 위해 ‘매뉴얼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하도록 시킨다. 사명감을 최우선으로 삼는 오양촌(배성우)은 그런 그에게 “좋은 경찰이 뭔데. 나는 솔직히 아직도 좋은 경찰이 뭔지 모르겠다. 다만 심오하게도 좋은 경찰이 될 자격을 질문하는 네가 이 지구대에서 좀 더 크길 바라”라고 말한다. 한정오가 좋은 경찰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을 계속 하는 한, 그에게는 적어도 달라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취업이 좌절됐던 한정오와 불법 다단계 회사에 취업 사기를 당했던 염상수는 어떤 사명감보다는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경찰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 그래서 이들은 열혈형사 오양촌과 부딪힌다. 오양촌의 부사수가 된 염상수는 그와의 갈등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사명감을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오양촌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에 몰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양촌이 범인을 쫓아다니는 동안 홀로 부모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아내 안장미(배종옥)는 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다른 한편에는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기 싫어 범칙금 납부고지서를 발부하는 데만 몰두하는 강남일(이시언)과 정년퇴직을 앞두고 민폐 경찰이 되지 않으려 애쓰는 이삼보(이얼)도 있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은 부족하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아껴서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강남일보다, 자부심은 넘치지만 실질적으로 전력이 되지 못하는 이삼보가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미숙하든 노련하든, 평범한 직업이든 아니든 누구나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고 결정한다.

‘라이브’는 얼핏 특별해 보이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통해, 결국 일과 삶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거의 예외 없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일을 계속한다. 이것은 무척이나 지루하고 때로는 괴로운 일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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