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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주는 미식 일상, 봄나물

2018.04.16
ⓒShutterstock
누군가는 겨울이 시작될 즘 맛있는 방어회를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취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입춘이 지나면 도다리쑥국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침이 고일 수도 있다.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계절에 불만이 많기도 하지만, 계절이 주는 미식 일상은 큰 행복 중 하나다.

얼마 전 한국에서 리메이크해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계절마다 바뀌는 식재료와 그 맛으로 채워지는 일상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메인 소재는 우리가 평소에도 자주 접하는 말, 제철 음식이다. 제철 음식이 주는 효능과 맛에 대한 칭찬은 각종 미디어와 콘텐츠를 통해 곳곳에 널려 있지만, 생각보다 제철 음식을 열심히 먹진 않게 된다. 특히 나물 같은 경우는 엄마가 해주던 밥을 먹던 시절이 끝나면 더 멀어지는 존재였다.

나 역시 결혼 후 일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나물 음식을 특별히 준비한 적이 없다. 채소는 샐러드나 볶는 조리 방식으로만 소비하였고, 나물은 귀찮은 음식이라 생각하고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나물을 꼭 다듬고 데친 뒤, 무쳐야만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물을 먹는 방법은 다양했고, 지금은 이 계절이 가는 게 아쉽지 않을 정도로 나름 부지런히 봄나물을 먹고 있다.

봄나물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달래와 냉이. 특히 달래는 간장 양념장으로 만들어 잘 구운 김과 함께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의 밥도둑이다. 밥과도 잘 어울리지만, 스테이크 같은 양식 요리에도 바삭하게 구워 올리면 훌륭한 사이드 메뉴가 된다. 참나물은 무쳐서 밥 위에 소복이 올려 먹어도 맛있지만, 의외로 파스타 같은 서양식 볶음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기존의 알리오 올리오를 만드는 방법으로 조리할 때, 마지막에 참나물을 살짝 넣고 마무리하면 그 풍미가 꽤나 괜찮다. 참나물과 달래 같은 봄나물을 듬뿍 넣은 오일 파스타와 화이트 와인의 조합을 추천한다.

연포탕이나 매운탕 같은, 뭔가 난이도 높아 보이는 음식에 들어갈 것 같은 미나리를 먹는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삼겹살을 구울 때, 자주 같이 굽던 버섯 대신 미나리를 구워보자. 미나리의 독특한 향과 삼겹살의 기름이 만나 참으로 맛있다. 물론 평소보다 고기를 더 먹게 될 수 있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다. 두릅은 그냥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되는, 봄나물 음식 중 가장 간단한 음식이기도 하다. 물론 여력이 된다면 바삭하게 튀겼을 때 맥주가 절로 들어가는 훌륭한 안주가 되기도 하는. 맛도 좋지만, 단백질 함량도 높은 나물이라 다이어트식으로도 훌륭하다. 돌나물 역시 깨끗하게 씻어 밥 위에 올려 달래 양념장이나 고추장 양념이랑 비벼 먹어도 쉽게 봄나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 계절이 가기 전, 통영에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통영 음식 전문점에 가서 도다리쑥국과 멍게 비빔밥을 같이 먹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봄의 향과 시원함에 해장하러 갔다가 다시 술을 마시게 할 맛이다.

“두릅은 5월보다는 4월에 많이 먹어, 5월 되면 맛없어.”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신, 음식 솜씨 좋은 여수 어머님의 말씀처럼 같은 봄나물이라도 최적의 맛의 시기가 있다. 그리고 그 말이 귀에 쏙 박히는 시점은 그동안 맛은 소박하고 손질하기는 귀찮다고 멀리했던 나물들이 귀하게 보이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갈한 테이블 위의 봄나물 요리를 보고 있으면 스스로 굉장히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작은 반찬 그릇에 담지 말고, 아끼는 멋지고 큰 접시에 요리처럼 담아 플레이팅한다. 그리고 와인이나 막걸리와 함께 근사한 한식 다이닝 테이블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 맛도 맛이지만, 아직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식상한 말, 면역력 강화와 피로회복 등의 효능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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