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가장 조용한 공포영화

2018.04.16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무서운 소리 없는 공포영화다. 공포영화만큼 침묵에 적대적인 장르가 또 있을까 싶은데,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그 도전에 성공한다. ‘그날’로부터 89일째. 이야기는 종말 이후를 그린 모든 영화에 등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대형 슈퍼마켓에서 시작된다. 성인 남녀와 어린이 셋이 이 안에 있는데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가장 어린 사내아이는 우주비행선 장난감을 가져가려다 아버지의 만류로 포기한다. ‘너무 시끄럽다’는 게 그 이유로, 아예 장난감에서 건전지를 빼놓고 가족이 출발한다. 그러나 막냇동생이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자 누나는 동생의 품에 장난감을 다시 안겨주고, 아이는 빼놓았던 건전지까지 챙겨 달려 나간다. 아이는 가족이 사는 숲 인근에 도착해 잠시 멈춰 서서 장난감을 꺼내든다. 온 가족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입을 틀어막고 경악한다. 소리 내지 마.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는 소리를 내면 죽는다.

‘그날’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도입부가 지나고 나면 472일째로 영화는 점프한다. 가족은 다섯에서 넷으로 준 것처럼 보이는데, 가만 보니 이 가족은 다섯 식구다. 아내 이블린(에밀리 블런트)의 배가 꽤 불러 있는 게 눈에 보인다. 남편인 리(존 크라신스키)는 귀가 들리지 않는 딸 리건(밀리센트 시먼스)을 위해 보청기를 만들고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들을 향해 구조 신호를 보내고, 이제 마커스(노아 주프)가 막내가 되었다. 이블린의 부른 배는 곧 출산이라는 재앙이 이들 가족을 덮칠 것임을 시한폭탄처럼 암시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이블린의 출산 이전과 이후. 이전은 가족이 그래도 안전하게 살아가는 상황을 보여주며, 이들 삶의 공간을 구석구석 안내하고, 가족 관계를 알려주며, 영화가 사운드를 어떻게 쓸지 관객에게 학습시킨다. 영화 초반 막내 보(케이드 우드워드)의 죽음은 이 모든 것을 압축해 보여주는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시점에서 사운드가 진행될 때는 ‘소리 죽인 소리’가 들린다. 입모양을 따라 살짝 흘러나오는 숨소리 같은 말소리라든가, 물건을 움직일 때 혹은 이동할 때 나는 약한 소리들이 분명하게 들린다. 하지만 듣지 못하는 리건의 시점 사운드로 가면 영화는 보청기의 약한 신호음 같은 소리에 더해 물속에 있는 듯한 무겁고 둔한 침묵만을 듣게 된다. 막내가 장난감에 건전지를 넣고 소리를 낼 때, 리건은 무슨 일이 있는지를 듣는 대신 가족의 모습을 ‘보고’ 알게 된다. 리건이 듣지 못한다는 설정은 이 영화에서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이 가족 모두가 침묵 속에서 수화로 말한다는 설정에 무리가 없다. 둘째, 리건의 시점 사운드에서 완전한 침묵이 존재함은 괴수의 공격 순간에 시점 사운드가 다른 이의 것으로 전환될 때, 우리는 깜짝 놀랄 정도의 사운드 갭을 경험하고 이것은 많은 순간 조용하기만 한 영화가(마르코 벨트라미의 음악이 침묵을 메우기는 한다) 우리를 흠칫 놀래키는 때다. 셋째, 오로지 청각으로만 사물을 파악하는 괴수와 청각을 이용할 수 없는 리건이라는 설정은 영화의 중요한 복선이 된다.

최근 가장 조용한 공포영화와 가장 시끄러운 공포영화가 연이어 극장에 걸렸다. 먼저 개봉한 쪽은 ‘시끄러운’ 영화다. 정범식 감독의 ‘곤지암’은 개봉 3주차 주말을 지나는 4월 15일 오전까지 250만 관객을 동원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유튜브 시대의 공포영화와 그 관객 문화가 무엇인지 보여준 ‘곤지암’의 ‘사운드’는 화면 안에서만큼이나 밖에서 발생하고, 그것은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할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금요일 저녁에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을 때 맨 뒷자리는 마치 수학여행 가는 버스 뒷자리처럼 10대 관객들로 만석이었는데, 그들은 영화 관람 내내 소리를 참지 않고 낄낄거리고 박수 치고 코멘트를 더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그 반대다. 주인공들이 입을 틀어막고 두려움을 삭힐 때, 관객 역시 온몸을 긴장시키고 소리를 내지 않게 된다. 어둠 속의 괴물이 우리를 향해 오고 있다는 듯. 감독과 리 연기를 겸한 존 크라신스키는 리의 아내 이블린을 연기한 에밀리 블런트의 남편이며, 이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공포로 관객을 몰아세우기보다는 가족의 드라마에 공을 들인 인상이 있다. 음향 편집은 시끄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질라’와 세상 어느 영화보다도 시끄러운 ‘트랜스포머’의 음향 편집을 맡았던 이선 반 데어 린과 에릭 아달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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