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크가 빌보드를 지배하다

2018.05.10
지금은 5월이고, 지난 2월이 시작된 이후로 빌보드 ‘핫 100’은 드레이크가 지배하고 있다. ‘지배’라는 표현은 비유가 아니다. 현재 상황을 최대한 담백하게 말한 것에 가깝다. 일단 1월 19일 공개된 ‘God’s Plan’은 ‘핫 100’ 1위로 데뷔한 다음 11주 동안 정상을 지켰다. ‘핫 100’의 59년 역사상 11주 이상 1위에 오른 노래를 24곡에 불과하다. 데뷔와 동시에 1위로 올라와 11주 이상 버틴 노래는 단 4곡이다. 나머지 3곡은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즈 투 멘의 ‘One Sweet Day’, 엘튼 존의 ‘Candle in the Wind 1997’, 퍼프 대디의 ‘I’ll Be Missing You’다.

그다음은 ‘Nice for What’이다. 이 노래도 역시 ‘핫 100’ 1위로 데뷔해서 3주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핫 100’ 1위의 자기 노래를 또 다른 자신의 노래가 1위로 데뷔하면서 바꿨다. 역사상 최초다. 그러면 ‘God’s Plan’은? 멀리 가지 않고 3주째 2위다. 만약 드레이크가 또 다른 노래로 3연속 1위를 기록한다면 1964년의 비틀즈 이후 처음이다. 솔직히 해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그 주에 ‘God’s Plan’이 3위에 있어도 그렇다. 수많은 피처링 참여곡이 차트 기록으로 인정되면서, 특히 힙합/R&B 아티스트 통산 기록에 인플레이션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2018년의 드레이크에게 그런 까다로운 말은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God’s Plan’과 ‘Nice for What’ 모두 메인 아티스트는 드레이크다.

차트 지배의 원동력은 압도적인 스트리밍 성적이다. ‘핫 100’은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기록, 앨범이나 음원 판매량, 라디오 중심의 방송 성적을 모두 감안한다. 현재 주간 스트리밍 역대 ‘탑 10’ 중 7칸은 ‘God’s Plan’이 차지하고 있다. 주간 성적 최고 1억 회부터 7천 5백만 회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핫 100’ 1위를 차지했던 주간에도 5천만 회를 쉽게 넘겼다. 음원과 방송 성적을 아예 빼고 스트리밍 성적만 가지고도 ‘핫 100’ 1위가 가능했던 주간도 여럿이다.

음악 산업에서 유튜브는 동영상 플랫폼이 아니라 20세 이하 세대의 가장 중요한 음악 감상 채널이다. 20~30대로 연령을 확대한다면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디지털 음원이 CD 등 음반 시장을 파괴했던 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 중이다. 물론 음반과 방송으로 대변되는 시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시장을 대표하는 계층의 소비력은 공연 시장의 매출로 증명된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힙합의 인기와 영향력은 단순히 연령이나 인종 구성비로 설명할 수 있는 비중을 넘어선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힙합의 비중도 당연히 그에 비례한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 모든 특징은 스트리밍 성적이 ‘실제 소비량’을 측정한다는 점과 결합하여 폭발한다. 한 번 구입한 음반이나 음원은 판매 시점에 한 번 차트 성적에 기록될 뿐이다. 그것을 10번 듣거나 100번 듣거나, 아예 한 번도 안 듣거나, 똑같다. 메탈리카나 본 조비 공연 티켓과 연계된 CD 판매가 앨범 차트 1~2위를 잠시 흔들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 그들의 음악을 더 많이 듣는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스트리밍은 매일, 매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듣는 음악을 알아낸다. 힙합 말고 이 시장에서 포식자의 지위에 오른 장르는 없다. 굳이 뽑는다면 테일러 스위프트뿐이다.

여기에 드레이크는 특유의 대중적 접근성으로 젊은 세대 안에서도 고른 지지를 받으며 신드롬에 가까운 가속력을 얻었다. 랩보다 노래에 가깝고, 개인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방법론은 언제나 논란 혹은 비아냥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는 시장 전체를 생각할 때 큰 의미가 없다. 2018년에 힙합과 그에 얽힌 삶의 태도에 관한 논쟁이 21세기에 태어난 음악 소비자에게 의미가 있을까? 그 소비자가 총으로 사람을 쏜 적이 있는지 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지금 미국에서 그런 질문이 가능할지나 모르겠다. 삶의 성취를 말하는 것과 돈, 여자, 섹스 이야기의 관계는? 설명은 가능하겠지만, 소비자가 힙합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 더 관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2018년의 드레이크는 한발 더 나아간다. ‘God’s Plan’의 뮤직 비디오는 마이애미 지역에 100만 불을 기부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부의 재분배 이슈를 건드린다. ‘Nice for What’의 비디오는 여성 인플루언서를 담아내면서 ‘미투’의 연장선을 끌어낸다. 그가 이슈에 편승한다는 비난은 여전히 가능하다. 호텔 청소부에게 백화점 명품 쇼핑을 시켜주는 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는 일인가 묻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드레이크의 질문이 실제로 매우 많은 음악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로 작동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늘 그렇지만,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면 누구든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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