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업 코미디│① 유병재, ‘B의 변명’

2018.05.15
지난 4월 27일 유병재의 두 번째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이 공개된 뒤, SNS에서는 그가 했던 발언들이 논란이 됐다. 앞서 유병재는 tvN ‘나의 아저씨’와 관련해 호의적인 평가를 올렸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요구로 사과를 했다. 그리고 이날 공연에서 “저는 제가 도박, 음주, 약물문제도 아니고 드라마 리뷰 때문에 사과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라면서 자신의 사과를 코미디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 일과 관련해 자신에게 달린 ‘느그 개저씨나 빠는 한남충’이라는 악플 등을 거론하며 당시 항의했던 이들을 희화화한 것에 대해 관객 중 일부가 공연 뒤 SNS 등에서 문제제기를 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가 ‘나의 아저씨’ 리뷰와 관련된 논란에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사과를 하고 마음이 바뀌어 번복하거나 이런 과정을 농담의 소재로도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병재는 ‘B의 농담’에서 ‘나의 아저씨’ 리뷰로 인해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자신이 마음껏 코미디를 할 수 없는 이유로 확장한다. 이를테면 유병재가 실수로 욕을 하면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등장 해 “그것은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욕설인데, 이게 왜 여혐인지 모르면 공부하세요”라고 말한다. 유병재는 무슨 말을 하든 인공지능의 방해로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이렇게 계속해서 말을 못 하다보면)제 이빨은 계속해서 노래질 거예요’같은 농담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그가 코미디를 못할리 없다. 그는 자신이 욕설을 쓰지 않는 대신 인공지능의 기계음으로 문제의 단어들을 썼다. 그리고 그는 악플을 내세워 ‘YG는 못 깐다는 지적’, ‘외국 스탠드업 코미디쇼와의 비교’, ‘낯가리는 성격이 콘셉트라는 루머’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털어놓았다. ‘나의 아저씨’ 리뷰에 관한 논란으로 시작한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결국 자신에 대한 비난 또는 비판을 방어하는 것으로 흘렀다.

유병재가 이날 했던 농담, 또는 변명, 또는 속풀이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지금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넷플릭스의 해외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코미디언이 입담만으로 사람을 웃겨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능력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마이크를 잡은 코미디언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해외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사회 전반의 민감한 이슈를 소재로 직설적인 발언을 하며 인기를 얻는 이유다. 유병재 역시 JTBC ‘말하는대로’에서 ‘시국 버스킹’을 선보이며 ‘오늘만 사는 유병재’라는 별명을 얻으며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더욱 인기를 얻은 뒤 풍자 대상을 젠더 감수성이나 정치적 공정성을 요구하는 이들로 바꾼다.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마이크를 쥔 사람은 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인기를 얻은 코미디언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유병재는 마치 자신이 약자인 것처럼 ‘무서워서 코미디 못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 ‘나의 아저씨’리뷰와 관련된 논란은 애초에 무대 바깥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B의 농담’은 스탠드업 코미디가 마이크를 쥔 사람에게 권력이 있고, 그것을 자신이 웃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그에게 문제를 제기한 이들에게 그들이 싫어할 단어들을 사용하며 조롱할 수도 있다. 마이크를 쥔 자가 발언권을 갖고, 발언권을 가진 자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 유병재와 다른 입장의 코미디가, 더 나아가 보다 다양한 스탠드업 코미디가 존재해야할 이유다.

유병재는 지난해 ‘블랙코미디’ 무대를 통해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던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자리’는 그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인지 1년여만에 주어졌다. 그는 한국의 다른 많은 예능인들에 비해 빨리 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오늘만 사는 유병재’라던 그는 쉽게 얻기 어려운 그 자리를 자신의 코미디가 재미 없는, 또는 재미 없을 때의 이유를 길게 변명하는데 쓴다. 그가 꿈꾸던 스탠드업 코미디가 이런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관객들은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욕설”을 듣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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