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이 돌파한 영화 홍보의 ‘제 4의 벽’

2018.05.16
“데드풀이 왜 거기서 나와?” 지난 13일 MBC ‘일밤’의 ‘복면가왕’에 출연한 '못된 유니콘 앞통수에 뿔난다 유니콘’ 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 뜬 자막이다. 그만큼 영화 ‘데드풀 2’(이하 ‘데드풀’)의 주인공, 데드풀을 연기하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복면가왕’에 출연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헐리웃 스타가 1박 2일의 내한 일정 중 ‘복면가왕’에 출연해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난 2개월여 동안 이어진 ‘데드풀’의 이상하고 소란스러우며 화려했던 홍보 방식에 무척 어울리는 마침표였다.

“…뭐해?”, “자니?”
지난 3월 28일, ‘데드풀’의 티징 캠페인은 마치 옛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듯한 카카오톡 메시지로 시작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마치 현실에서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은 이 영상은 공개 직후 조회 수 50만을 넘길 정도로 화제가 됐고, 이후 ‘데드풀’에 관련된 광고들은 영화를 소개하기 이전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데 집중했다. 영화 ‘친절한금자씨’를 패러디한 만우절 기념 ‘친절한 데드풀씨’포스터, 미래의 고객들에게 보내는 어린이날 스페셜 포스터등이 차례로 공개됐고, 그 사이 신촌에서는 데드풀래시몹 이벤트가 벌어졌다. 또한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개봉 뒤에는 ‘어벤져스 팬을 응원하는 데드풀 등신대 포스터’가 설치되면서 관객들에게 ‘데드풀’도 봐달라고 읍소했고, 영화 메인 예고편에서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악당 타노스를 언급하는 동시에 제작사 20세기 폭스를 ‘울버린 죽인 제작사’라고도 소개했다. 기존의 영화 홍보에 비해 패러디 비중을 훨씬 더 높이고, 오프라인 이벤트를 함께 하면서 데드풀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방식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데드풀'의 홍보 방식은 데드풀이 코믹스와 영화에서 모두 작품 속 캐릭터와 관객 사이에 있는 ‘제 4의 벽’을 무너뜨리는 캐릭터이기에 가능하다. 20세기 폭스코리아는 “안티히어로이자 악동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 데드풀의 특징을 살려 다른 캐릭터는 하지 못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제4의 벽을 넘나드는 캐릭터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국내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현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데드풀이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관객을 향해 말을 거는 것처럼, 홍보 역시 데드풀이 그대로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설정한 것이다. 데드풀이 1편에서 목소리가 볼품 없다고 놀린 데이비드 베컴을 찾아가 사과하는 영상은 그 대표적인 예다. 데드풀이 영화 안의 일에 대해 영화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사과를 하면서, ‘제 4의 벽’은 예고편에서도 자연스럽게 무너진다.

20세기폭스 코리아는 데드풀의 특징들을 현지화 하는데 주력했다. 20세기폭스 코리아가 기획한 카카오톡 티징 캠페인 광고 영상은 20세기 폭스 본사를 포함, 전 세계 마케팅 담당자들이 호응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광고 형식을 쓰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본 영화가 상영되기 전 틀어주는 극장 에티켓 광고는 본사가 가진 에티켓 광고의 여러 가지 버전 중 국내에맞는 영상을 골라 국내용으로 편집, CGV와 협업해 CGV 20주년 기념으로 제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데드풀은 ‘제 4의 벽'이라는 개념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인에게도 마치 현실에존재하는 괴짜 캐릭터 같은 몰입감을 줄 수 있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복면가왕’ 출연은 이런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마지막 단계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는 데드풀이 아닌 라이언 레이놀즈로 출연했지만,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현실에서도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그가 가면으로 선택한 유니콘은 1편과도 연관 돼 있다. “데드풀이 아닌 다른 캐릭터는 하지 못하는 걸 시도하겠다”던 20세기폭스코리아의 의도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까지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라이언 레이놀즈는 내한 당일에 맞춰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 데드풀이 기대고 있는 이미지를 SNS에 올리면서 레드카펫 장소인 월드타워를 알리는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는 등 데드풀다운 적극성을 보였다. 그 결과 2개월여 동안계속 현실을 두들기던 데드풀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며 ‘제 4의 벽’을 넘었다. 일반적인 예고편과 포스터를 넘어, SNS 문화와 오프라인, 그리고 다양한 대중문화 패러디가 결합한홍보가 홍보 자체를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었다. 데드풀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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