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다시 영어 공부하기

2018.05.21
ⓒShutterstock
토익과 토익 스피킹 시험을 친 지 근 10년. 취업 후 다시는 하지 않을 줄 알았던 영어 공부를 다시 잡았다. 퇴사 이후 새로운 직장을 찾으며 시작된 일이다. 그렇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구글 번역기, 파파고 등 많은 번역기가 나왔지만 아직 인간을 대체하기에 번역 기술은 턱없이 부족하고, 이직 혹은 이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당장 영어 구사 능력이 필요하다. 경력이 있다면 그렇게 영어가 중요하지 않다고? 조금 더 큰 기업, 혹은 외국계 회사라는 더 넓은 선택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여전히 영어가 중요하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모 외국계 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친구는 말했다. “2년이 넘어도 절대 정규직이 될 수 없더라. 회사의 절반이 유학파고, 기본적으로 원어민 정도로 유창해야 해. 여기엔 제5의 벽, 영어란 벽이 있어.”

서른이 넘어서 영어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래도 종종 필요할 때면 해외 감독들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 읽고, 기사도 썼으니 어느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지만 어학원에서 받아본 테스트 점수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해외에서 기본적인 생존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토익 공부를 하던 식으로 해봤자 영어는 늘지 않는다. 단어만 외운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트랜스포머’에서 나온 대사인 “There is more than meets the eye”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란 뜻이다. 그런데 왜 ‘눈과 만나다’를 보이는 것이라고 표현하는가. EBS ‘다큐프라임’의 ‘한국인과 영어’는 영어 네이티브와 한국인의 생각 차이를 비교하며, 정지 표지판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물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정지 신호판이 있다”라고 말했지만 영어 네이티브는 “The sign says STOP”이라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는 이를 주어 중심, 배경보다는 어떤 대상에 집중하는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책을 보고 있을 때 누군가 거기 뭐라고 적혀 있어? 하고 묻는다면 한국 사람들은 “책에 ~라고 적혀 있어”라고 말하지만 영어에서는 “This book says~”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말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you and me’는 어떤가. 대부분 ‘너와 나’라는 표현을 쓸 때 그 누구도 ‘you and I’라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me는 목적격 아닌가. 심지어 Because는 부사절로 주어와 동사가 같이 나와야 한다고 수능에서도, 토익에서 문제를 풀었지만, 그마저도 최근엔 명사절로 쓰인다. 물론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국인은 강세가 있으면 오히려 이해력이 떨어지지만, 영어는 강세를 통해서 의미를 전달한다. 상대적으로 영어로 더 빨리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강세 때문에 부가적인 뜻을 지닌 말들은 빨리 지나가고 연음 처리가 되기 때문이다. What the heck!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방법으로 영어식 사고방식을 익히는 것은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통째로 그런 문장을 받아들이고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부모들이 영어 유치원에 목을 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최근에는 성인 영어 공부도 이런 식으로 바뀌는 추세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실생활에서 쓰는 문장을 반복해서 익히는 학습법으로 공부하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보인다. 모 영어 업체에서는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영하는 ‘어린이도 볼 수 있지만 성인들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수업 자료로 구성해 비교적 즐겁게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기도 했다. 사실 이런 방식은 혼자서도 가능하다. https://www.springfieldspringfield.co.ukhttps://www.scripts.com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면 TV 쇼, 영화의 스크립트를 찾을 수 있다. 혹은 구글에서 내가 찾고 싶은 콘테츠 이름과 함께 ‘script’라고 검색해도 좋다. 넷플릭스 ‘그레이스 앤 프랭키’를 자막을 켜놓고 보기도 하고, 스크립트를 뽑아서 문장을 연습하고 말하며 다시 볼 수도 있다.

슬픈 것은 실생활에서 쓰이는 언어를 배우다 보니 의도치 않게 미국의 온갖 욕과 혐오 문화도 같이 알고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영어권에는 한국에는 없는 온갖 성소수자 관련 욕설이 넘쳐난다. 듣다 보면 여자 욕만큼 게이 욕도 만만치 않게 많다. pancy, butt pirates, faggot… 게다가 그냥 “gay”란 말을 재미없다, 별로다 등의 뜻으로 쓰기도 한다. 더해서 온갖 인종에 대한 차별적 욕 nigger, kike(유대인을 비하하는 말) 등을 비롯해 동양인을 비하하는 slant, ching chong, gook, rice eat 등은 사실 쓰면 안 되고, 들으면 기분 나빠 해야 할 말들이기 때문에 알아두긴 하지만 기분은 점점 불쾌해진다. 슬픈 일이 아직 더 남았다. 미국이나 영국 혹은 그 외의 영어권 엔터테인먼트가 좋아서, 혹은 어떤 배우를 좋아해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서 본다는 사실이다. 오솔로 대학 한국학 교수 박노자는 영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피지배자들 사이에서도 영어를 잘해 대기업의 정규직이 되는 사람과 영어를 못해서 하도급 노동자가 된 사람으로 서열이 나뉩니다. 한국은 양극화가 심한데, 영어가 결정적인 양극화의 기폭제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에서 한 학부모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물려줄 건 없지만 교육을 통해 영어라는 유산을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주위를 둘러보면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나 등록금 걱정 없이 상당 기간을 영어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야 어찌 됐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이 욕망의 언어에 도전할 수 밖에 없다. 밥은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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