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이그룹들의 리얼리티

2018.05.23
“완전 요즘 것들인 것 같다.” Mnet ‘SVT클럽’ 첫 회 녹화를 마친 세븐틴 멤버 버논이 한 말이다. ‘SVT 클럽’은 건강하고 쾌활한 아이돌 그룹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여행을 가거나 야외로 나가야 한다는 공식을 깨고, 원탁에 둘러앉아 수다를 떠는 열세 멤버들을 보여준다. 그들의 말을 다듬어주는 ‘정원사’ 아나운서 김환은 세븐틴 멤버들에게 키워드를 던져주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며 대화의 중심을 잡는다. 대부분의 20대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키워드지만, 아이돌이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는 것들. 하지만 멤버별 밀착 카메라와 스케줄 중에 짬을 내어 하는 취미 찾기 활동 등은 그들의 삶의 모습이 ‘소확행’, ‘잡학피디아’, ‘싫존주의’ 등 20대의 가치관을 설명하는 신종 은어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SVT클럽’은 음악 작업이나 바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아이돌 그룹만의 특수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노래방이나 맛집 투어를 다니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며 “요즘 것들”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세븐틴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SVT클럽’과 최근 종영한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레드 전용 다큐멘터리 ‘BURN THE STAGE’는 보이그룹 리얼리티의 새로운 흐름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SBS MTV ‘다이어리’, MBC Every1 ‘쇼타임’ 시리즈에서 그랬듯, 숙소 안이나 야외에서 노는 보이그룹 멤버들끼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이돌 리얼리티의 기본 요소다. 그러나 세븐틴의 멤버 승관은 “(‘STV클럽’) 작가님하고 얘기했는데, 요즘 아이돌 팬들은 ‘아, 저 친구가 되게 인간적이구나. 나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구나’ 하면서도 좋아하는 감정을 느낀다더라”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많은 팬들이 보이그룹 멤버들에게 그들이 자신의 일과 일상의 비율을 어떻게 맞추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에 관해 질문한다. 방탄소년단이 네이버 V앱을 통해 야외 활동 위주의 리얼리티 ‘달려라 방탄(RUN BTS)’을 하면서도 유튜브 레드를 통해 다큐멘터리 ‘BURN THE STAGE’를 내놓은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팬들은 “나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세븐틴 멤버들에게 더욱 빠져들 수 있고, 월드 투어를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치열하게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방탄소년단의 직업인으로서의 자세를 보며 놀라워할 수도 있다. 나아가 팬이 아닌 대중이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거나 유튜브 레드에서 클릭해서 보더라도 한국 아이돌과 20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이런 보이그룹의 리얼리티 쇼 또는 다큐멘터리의 변화는 역설적으로 또 다른 리얼리티 쇼인 워너원의 Mnet ‘워너원고:X-CON’과 비교하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SVT클럽’과 ‘BURN THE STAGE’가 보이그룹 멤버들을 연예계 바깥의 20대 청년들로 확장시키며 대중성을 획득했다면, ‘워너원고:X-CON’의 방영분 일부는 팬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커플 매칭 프로그램 SBS ‘짝’을 패러디해 유닛 매칭을 시도한 1회 방송에서는 멤버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로 설정돼 있고, 그들은 어색함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패러디와 유닛 선정의 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멤버도 있을 정도다. 상대방에게 다가가 스킨십을 하며 세레나데를 부르고, 하트 모양 목걸이에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사진을 넣고 다녀야 하는 설정은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팬들이 만들어내는 팬픽션이나 팬아트 만화의 한 장면에 가까울 정도다. 앨범 준비를 위한 리얼리티임에도 불구하고 워너원 멤버들은 2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음악적 장점을 드러낼 수 있었다. 또한 멤버들의 성격과 가치관을 관찰할 수 있었던 ‘워너원고:제로 베이스’에서는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제주 숍에 가서 셀프 광고를 제작하는 ‘워너원고 인 제주’로 변했다.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보다는, 광고와 앨범 홍보가 뒤섞이며 멤버들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 대중은커녕 팬들조차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당연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모든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워너원고: X-CON’이 짜인 각본과 멤버별로 정해진 이미지대로 움직인다고 해서 잘못됐다고도 할 수 없다. 다만 세븐틴은 데뷔 전 아프리카TV에서 아마추어 토크쇼를 거쳐 MBC MUSIC ‘어느 멋진 날’로 여행을 떠났다가, 회담 형식의 ‘SVT클럽’을 찍는다. 언뜻 보면 점점 제작진이 더 많은 틀을 만들어놓는 것 같지만, 멤버들은 ‘SVT클럽’에서 “오히려 이렇게 하는 게 더 현실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하게 됐다. 방탄소년단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의 무대에 관해 설명하기 부족하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에서 그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각자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찾으면서 시청자들에게 그들이 어떤 팀인지 설득한다. 아이돌 그룹 리얼리티에서 완벽한 진짜를 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팀이 어떤 태도로, 어디로 향해 가는지는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팬들은 그 부분을 발견하며 열광한다. 제작진이 흔히 생각하는 ‘이러면 팬들이 좋아하겠지’ 싶은 것과는 꽤 다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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