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강주은의 한국 적응기

2018.05.23
ⓒ강주은 인스타그램
강주은의 인스타그램에는 남편인 배우 최민수와 찍은 사진이 가득하다. 함께 식사하는 사진, 바이크를 타는 사진, 두 사람 모두 젊었던 시절의 사진 등 평범하게 다정한 부부의 모습이지만, 강주은은 늘 최민수를 놀리듯 캡션을 달아놓는다. 새 드라마를 시작하고 한 시계 브랜드로부터 케이크를 받았다는 최민수에게는 “일을 한다고 케이크를 받는 사람은 처음 보네. (중략) 일하면 일하는 거지… 케이크까지 받을 거는 아닌 것 같은데?”라고, 최민수의 생일 사진 아래에는 “매년 근로자의 날 나의 남편을 위해 생일상 차려주고 케이크도 사고 축하해주는 게 늘 불편했네 ㅋ 내 마음엔 제일 일을 시켜야 되는 사람이 근로자의 날에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쓴다. 그리고, 지난 17일 출연한 KBS ‘해피투게더 3’에서 강주은은 말했다. “강한 남편 뒤에 더 강한 아내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캐나다에서 태어나 결혼 전까지 평생을 살았다. 치과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본격적인 준비를 하기 전, 어머니의 권유로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했다가 최민수를 만나 대화를 나눈 지 3시간 만에 프러포즈를 받았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온,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이십 대 초반 여성. 이 모든 조건은 꽤 오랫동안 강주은을 ‘터프가이’ 최민수의 조신하고 착실한 아내 이상으로 비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강주은의 인터뷰집 ‘내가 말해줄게요’에는 그가 전혀 익숙하지 않았던 한국의 문화와 결혼 생활을 얼마나 힘들게 버텨냈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가부장적인 데다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남편, 오로지 전부 혼자 떠안아야 했던 집안일, 최민수의 유명세 때문에 원치 않게 주목받고 손가락질당해야 했던 순간들, ‘어떻게 하면 집을 예쁘게 꾸밀 수 있죠? 아기를 위해 어떤 간식을 만들어주나요?’ 등등 “단아하고 착실한 주부라는 고정 관념”에 그를 가두는 듯한 인터뷰 질문들까지, 강주은은 “한국은 여성의 지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거기에 자신을 어떻게든 맞추기 위해 노력하며 혼란을 겪어야 했다. “내가 살아왔던 나만의 인생을 인정해주기는커녕 들어갈 공간조차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트라우마였어요. 나는 누구지? 내 인생을 누구랑 나눌 수 있지?”

한국에서 살아온 지 20년이 훌쩍 지나, 비로소 강주은은 TV조선 ‘엄마가 뭐길래’를 통해 다른 모습이 있음을 알리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민수의 아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자리이지만, 강주은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최민수의 기에 눌리지 않는 태도를 드러내며 ‘깡주은’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최민수의 아내가 아니라 직업을 가진 한 명의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었다. 그가 13년 동안 대외 협력 이사로 일했던 서울 외국인 학교의 여성 동료 중 한 명은 강주은에 대해 “(내가) 출산과 육아를 겪고도 직장 생활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끌어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누구를 위해 산다는 말이 너무 징그러웠다”던 강주은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고, 홈쇼핑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또 계속해서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나간다. 그럼에도 강주은의 삶에 대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성공했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정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적어도 지금 그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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