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수지의 발언

2018.05.30
한 여성이 몇 년 전 겪었던 성폭력에 대해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를 좀처럼 믿어주지 않는 사회에서 이름과 얼굴이 전부 드러나는 것까지 감수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다 알고 한 일 아니냐고, 돈을 많이 받았으면 된 거 아니냐고, 진실은 가려봐야 아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한 여성이 이 사건 관련 청원에 동의했다는 인증 사진을 올리자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다른 여성의 고통을 듣고, 믿고, 함께 분노하고, 어떤 식으로든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나아가기. 수지가 한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수지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지랖을 부린다고 비난했다. 성폭력이 벌어진 곳으로 오인받은 스튜디오 측은 수지의 행동으로 큰 손해를 봤다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수지는 스튜디오 측에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도 “그래도 이 일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분들의 마음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썼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은 불찰일 수 있지만, 자신의 불찰로 이 사건까지 묻혀서는 안 된다는 바람이다.

딱히 누구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연예인. 수지의 이미지는 이렇게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비타민 음료 광고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노래를 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피자 광고에서 귀여운 멘트와 함께 직접 피자 만드는 연기를 보여주는 그를 비호감으로 분류할 사람은 별로 없다. 과한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거슬릴 정도로 섹시한 콘셉트를 내세우지도 않으며, 이십 대 여성 그대로의 명랑함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스타일과 태도는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지 역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는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온갖 일을 당해야 했다. 저열한 방식으로 연애 사실이 보도되었고, 다른 이로부터 죽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광고에 쓰인 입간판으로 모욕당했으며, 광주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적인 상황에 자주 처해왔던 사람으로서, 수지는 다른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보탰다.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사람으로서 의견을 내놓는 일은 익명으로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무게감을 갖는다. 젊은 여성 연예인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수지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자 그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당연히 분노하고 수사를 촉구해야 할 사건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유로 몇몇 언론들은 ‘페미니즘 논란’이라는 제목을 달아 기사를 내보냈다.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라 휴머니즘의 문제라는 수지의 말만 떼어다가 마치 이 일이 여성이 겪는 성차별과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표현하는 매체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수지가 말한 휴머니즘이란, 잘못된 일을 보고 당연히 함께 아파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의 태도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태도가 섣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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