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법을 다루는 드라마들

2018.06.01
ⓒJTBC
최근 법을 다루는 드라마들이 연이어 시작했다. KBS2 ‘슈츠’를 시작으로 tvN ‘무법변호사’, MBC ‘검법남녀’가 연이어 시작했고, 지난 주에는 JTBC ‘미스 함무라비’가 여기에 가세, 방송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제목부터 여주인공을 내세운 ‘미스 함무라비’를 비롯, 이 드라마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운다.

‘무법변호사’의 하재이(서예지)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에 대해 징역 20년을 부과하며 막말까지 한 판사를 때릴 만큼 다혈질이다. 반면 기성지법 판사 차문숙(이혜영)은 기성지법 판사로 기성시 이너 서클(inner cricle, 소수의 핵심 권력 집단)의 리더다. 젊은 다혈질 주인공과 그 반대편에 있는 카리마스적인 악역의 구도는 많은 드라마에서 남성들이 보여준 구도였다. 하지만 ‘무법 변호사’는 그것을 여성과 여성의 대립으로 풀어낸다. 어느 쪽이든 감정 때문에 중요한 판단을 흐리거나 하지 않는 것도 보기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검법남녀’에서 본 것을 사진처럼 기억하는 능력(포토메모리)을 가진 초임검사 은솔(정유미)은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쥐었다. 그는 넘치는 정의감으로 인해 감정적인 대응을 하기도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 해결하는 역할은 그에게 있다. 침착하게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실수가 있더라도 어떻게든 일을 해결하는 여주인공이다. 한편으로는 국내 최고의 실력을 가진 약독물과 연구원 스텔라 황(스테파니 리)이 일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남자 배우의 보조적인 역할이나 사건을 일으키는, 스토리 전개를 위한 도구로 쓰이지 않는다.

또한 ‘슈츠’는 주인공인 국내 최고의 변호사 최강석(장동건)과 신입 변호사 고연우(박형식)가 모두 남자지만, 여성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최강석이 소속 돼 있는 법무법인 강&함의 대표 강하연(진희경)은 최강석과 갈등과 협력을 계속하는 직장 상사이자 업무 파트너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13년차 비서홍다함(채정안) 역시 일에서의 전문성을 보여주며 로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여성 캐릭터 김지나(고성희)는 강&함 법률보조 사무주임(패러리걸)이지만 변호사만큼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업무능력으로 고연우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준다. ‘슈츠’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남자 주인공의 직장 동료로서 동등한 위치에 서고, 자신의 직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런 여성 캐릭터의 면모는 지금 왜 법을 다루는 드라마들이 연이어 나오는가에 대한 실마리이기도 하다. ‘미스 함무라비’는 일상생활 속에 일어나는 민사 사건을 주로 다루면서, 여성이 현실 속에서 겪는 여러 사건들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초임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은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보다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그 문제를 이른바 ‘사이다’처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여성이 다른 여성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그것을 전문적인 지식과 역할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지난 몇 해동안 점점 더 커지는 여성의 목소리와 맞 닿는다. 능력을 통해 자신을 입증하고, 여성의 문제에 귀기울이는 여성. 이런 캐릭터들이 여러 드라마에서 나오고, ‘미스 함무라비’가 방영 직후부터 화제를 모으는 것은 주시청자층인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준다.

물론 아직 한계도 있다. 은솔은 뛰어난 포토메모리 능력을 가졌음에도 현장보존의 법칙조차 모르는 듯 범죄 현장에 하이힐을 신고 난입하거나, 감정적 판단으로 현장을 훼손시키기도 한다. 남자 캐릭터라면 초임이라 할지라도 좀처럼 묘사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상대방을 연애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대등한 동료로 대하고, 여성들을 대립시키는 대신 직장 동료로서의 협력을 보여준다. 한 명의 성인으로서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모습을 여러 작품에서 동시에 보는 경험은 매우 새롭다. 그만큼 세상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 속의 여성도 계속 변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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