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획사 대표들의 말

2018.06.04
지난 5월 25일, 26일 양일에 걸쳐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두 편의 글을 썼다. 4년 만에 YG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그가 올린 글의 내용은 팬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위너와 아이콘, 블랙핑크의 활동 주기에 불만을 가진 팬들의 비난과 더불어 SBS ‘K팝 스타 4’의 우승자 케이티김의 데뷔가 불발된 것에 대한 비판, JTBC ‘믹스나인’ 데뷔 무산으로 악화된 회사와 자신에 대한 여론에 답하는 해명의 자리였다. “극심한 목 디스크 증상으로” 입원했던 그는 “겨우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복귀했다면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늘 죄송하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앞선 7일에는 큐브 엔터테인먼트 설립자인 홍승성 회장이 6년째 투병 생활을 하면서 자사 아티스트들을 보며 느낀 점을 직접 편지로 써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그는 “어느새 큐브의 맏언니, 형들이 된” 팀들부터 가장 최근에 데뷔한 (여자)아이들을 “큐브의 제작 노하우가 응축된 뛰어난 보석들”이라고 홍보했다. 반면 먼저 데뷔한 걸그룹 CLC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그는 자신이 바라보는 자사 아티스트에 대해 “데뷔 이래 가장 큰 반응을 얻으며”라면서, 지금 큐브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의 팬들이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반응했다.

SNS 시대와 함께, 기획사 대표들이 각종 SNS를 통해 쏟아지는 팬들의 질문과 불만사항에 답을 하는 모습이 종종 벌어진다. 대표가 직접 회사의 프로젝트와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는 글이나 영상도 이미 영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돼 전 세계의 팬들이 보는 K-POP 콘텐츠의 일부가 됐다. 그들의 글은 사실상 회사의 공식 입장이고,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된다. 실제로 주식 투자자들 가운데에는 SNS에 올라오는 팬들의 반응을 보며 주식 매매를 고민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투자한 금융업계 종사자 A씨는 “당연히 업계 정보가 우선이지만, 요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를 살핀다”고 말했다. 그만큼 SNS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획사 대표들이 SNS나 블로그를 통해 회사의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오해를 해명하는 일은 일종의 쇼맨십이자, 회사가 가장 실질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자신의 구원파 연루설을 보도한 디스패치에 대해 SNS에서 직접 반박한 것은 요즘 기획사 대표들의 SNS 사용법을 보여준다. 그는 회사의 보도자료 대신 SNS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회사의 입장을 밝혔고, 동시에 “저와 우리 회사에게 입힌 피해를 어떻게 책임지시려고”라며 격양된 감정을 드러냈다. 대형 기획사의 대표가 감정을 폭발하면서 자신과 회사의 연관성까지 거론하자, 수많은 언론에서 그의 발언을 전달했다. 그만큼 그의 입장은 빠르게 전달된 동시에, 디스패치가 제기한 구원파 연루설은 더 크게 퍼졌다. 직접적이고 자세하게 입장을 밝히면서 얻는 효과가 있는 만큼, 양현석과 박진영이라는 이름이 갖는 화제성이 부정적인 소식이나 소문까지 퍼뜨린다. 기획사 대표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그만큼 양날의 검이다.

대표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가져오는 파급력이 그만큼 회사의 리스크가 되는 것도 감당해야 할 일이다. 양현석 대표는 SNS의 글을 통해 팬들 사이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승리의 첫 솔로앨범,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의 새 앨범에 대해 말을 꺼냈다. 하지만 정작 JTBC ‘믹스나인’에서 뽑힌 최종 팀의 데뷔가 무산되었을 때는 오직 YG 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이 작성한 보도자료뿐이었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는 행동은 대중의 신뢰를 상실하게 만든다. 박진영과 JYP 엔터테인먼트는 구원파 논란과 달리 소속 아티스트 수지가 원색적인 비난을 받을 때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해당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축소하려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수지에 대한 논란은 이미 청와대 청원을 거쳐 많은 매체에서 기사화된 상황이었다. 한 회사의 대표임에도, 그 무게와 영향력을 본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쓴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 B씨는 “대표들마다 성격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저런 글을 쓰지는 않지만, 여러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비슷한 경향은 있다”고 말한다. “소속 연예인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그게 설사 인신공격이더라도 비즈니스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대표나 직원들이 많다. 마치 일반 기업에서 제품에 대한 비난을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다.” 하지만 반대로, 이것이 대표나 스태프 개인에 대한 비난이 되면 그들은 다르게 느낀다. “연예인 본인에게는 기분이 나빠도 ‘전략적으로’ 넘어가자고 말하는데, 정작 대표들과 스태프들은 자신들을 욕하는 악플을 보면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이 받는 비난이나 악플에 대한 방어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둘러싼 전략적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다. 소위 ‘리스크 관리’다. 그러나 그 연예인들보다 더 유명할 수도 있는 대표의 리스크에 대해서는 우선 해명부터 하고 보는 것은 과연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일까. 대표가 회사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연예인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잘 관리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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