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 8’의 패션

2018.06.22
* ‘오션스 8’의 내용이 있습니다.


게리 로스 감독의 영화 ‘오션스 8’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오션스 11’의 여성판 버전이다. 즉, 전혀 심각할 게 없는 흥겹고 즐거운 범죄 프랜차이즈 영화다. 흥겹고 즐거운 범죄라니 뭔가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원래 이 시리즈는 그런 걸 재밌게 보는 영화다. 그리고 이 흥겨움을 더하기 위해 패션 역시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요 출연진이 여성 배우 8명이고, 극 중에 패션쇼가 열리고,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멧 갈라(Met Gala) 파티 현장에서 벌어진다. 아무튼 별의별 멋진 옷이 다 나오겠구나 하고 예상할 수 있고, 그런 기대만큼 옷에 꽤나 공이 많이 들어가 있다. 코스튬 디자이너인 사라 에드워즈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영화를 찍기에 세상의 옷이 모자랐다”고 농담을 하는데, 어쩐지 실감이 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헐리우드의 공식에 충실하고 의상도 마찬가지다. 의상을 통해 반전이나 음모, 복선 같은 걸 숨겨놓았다가 슬쩍 드러내는 타입이 아니다. 각자의 캐릭터에 부합하는 전형적인 스타일링을 설정하고 있으므로 보이는 모습 그대로다. 그럼에도 이 영화만의 특이한 점을 찾자면, 각자 패션의 완성도가 높고 예외적인 착장이 거의 없는 편인데 이건 주요 등장 인물이 많으므로 겹치는 느낌을 제거했기 때문일 거다.

예컨대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은 오션스 11의 조지 클루니 역에 해당한다. 주인공이고 극을 이끌어가고 폼나는 범죄자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남들 눈에 띄면 안 된다. 그러므로 가장 멋지고 드레시하게 차려입고 다니지만 기본적으로 어두운 톤이 많다. 이와 대비되는 게 루(케이트 블란쳇)다. 데비 오션과 가장 가까이에 있고 역시 범죄자고 뉴욕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멋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비 오션의 드레시 룩과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다고 할 수 있는 팬츠 슈트를 기본 착장으로 하고 있다. 저쪽이 원피스니까 이쪽은 팬츠, 저쪽이 블랙이니까 이쪽은 호피와 그린 벨벳, 이런 식이다.

다른 캐릭터들도 비슷한 식으로 전형성을 중시한다. 교외로 나가 아이를 키우며 살던 태미(사라 폴슨)는 니트류로 표현되는 전업 주부 룩과 화려한 장식이 없는 심플한 착장의 멧 갈라 직원 옷차림을 넘나든다. 영화 스타인 다프네 클루거(앤 해서웨이)는 클래식한 옷에 튀는 컬러로 어떤 자리에서도 주인공 같다. 데비와 루의 스타일과 정반대라 할 밀리터리와 자메이칸 룩 기반의 나인볼(리한나)이나 스카잔에 비니를 뒤집어 쓴 콘스탄스(오콰피나)도 있다.

오션스 8 속 패션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이벤트의 중심 멧 갈라 현장이다. 실제 파티라면 우연히 겹치는 콘셉트의 옷을 입기도 할 텐데, 영화 속 파티는 철저하게 주조된 파티이므로 수많은 게스트와 카메오까지 컬러와 실루엣, 콘셉트가 잘 분배되어 있다. 또한 주요 배역의 경우 각자 캐릭터에 맞게 세심하게 오트쿠튀르 드레스를 선택하고 있다.

데비 오션은 블랙 기반에 금색 자수가 새겨진 알베르타 페레티의 드레스를 입었다. 영화를 볼 때는 사실 몰랐는데 드레스 위의 자수가 굴 껍질, 불가사리 등 해양 생물 모양이라고 한다. 오션이니까 그런 걸 입혔나 보다. 루는 역시 이와 대비되는 지방시의 에메랄드 그린 점프 슈트를 입고 있다. 둘 다 원래 입고 다니던 스타일의 화려한 버전이다. 나인 볼의 멧 갈라 룩 또한 재미있다. 나인 볼의 경우 빅 사이즈 티셔츠에 아미 팬츠 같은 옷 속에 숨겨져 있던 몸의 라인을 극대화시키는 드레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잭 포즌의 허리가 잘록하고 바디 라인을 한껏 살리는 레드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데, 영화를 보면 이 실루엣이 나름 좁은 공간을 통과해야 하는 극 중 상황에 살짝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존 공식을 잘 따라가는 이 영화는 의상 부분에 있어서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이전의 영화와 다른 게 있다면 주요 배역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지만, 그런 건 역시 아무 문제도 아니었고 대신 보다 다양한 여성 의상의 영역을 잘 활용하고 있다. 계획은 완벽하고,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한껏 차려입고, 자기가 잘하는 일을 훌륭히 해내고, 수익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분배된다. 세상 일이란 게 바로 그러면 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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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박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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