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② 백종원의 분노 5단계

2018.06.26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진행될수록 백종원은 좀처럼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이 프로그램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 어떤 음식을 접해도 사람 좋게 웃어 보이던 모습을 떠올렸을 때 이런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이 오히려 화를 내는 백종원에 더 공감하는 것은, 그가 마땅히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그러한 순간들을 모아봤다.

분노 1단계

주먹구구식으로 장사를 할 때

이대 백반집의 베스트 메뉴 세 가지를 맛본 백종원의 표정은 복잡해졌다. 사장들이 자신 있게 내놓은 제육볶음에서는 행주 냄새가 났으며 기름이 잔뜩 엉겨붙어 있었다. 뒤이어 맛본 순대국밥과 순두부 역시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순대국밥에는 무가 잔뜩 들어 있었고 순두부에는 ‘이대생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고추기름 대신 김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들에게는 식당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도 없었다. 사장들은 마장동까지 가서 직접 고기를 사 오지만, 동네 마트와의 차이점을 알지 못했을뿐더러 제육볶음에 들어가는 부위가 어디인지도 대답하지 못했다. 심지어 마장동에서 사 온 신선한 고기는 냉동실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백종원의 출연작을 비롯한 TV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요리를 배웠다는 어머니는 “장사를 어쩔 수 없어서 한 거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 무작정 장사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안타깝지만 이는 외식업에 뛰어드는 대다수 사람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백종원도 이들의 주방을 둘러본 후 ‘내가 처음 장사를 했을 때가 생각난다’며 막막했을 이들의 심정에 공감했다.

분노 2단계

손님들을 기다리게 했을 때

백종원은 유독 연예인 도전자들에게 엄격한 편이다. 그 이유는 ‘연예인들이 장난처럼 장사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모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그가 장사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덕동 골목식당의 연예인 도전자들은 백종원에게 절대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연예인들이 운영한다는 이유로 골목식당에는 오픈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지만, 서빙을 담당한 허경환과 이명훈이 손님을 무작정 가게 안으로 들여보내는 바람에 제대로 주문을 받지 못했던 것. 급기야 이명훈은 주문을 받은 순서를 잊어버려 앤디와 사유리가 있는 주방에까지 혼란을 초래했다. 자리에 앉은 채로 한 시간 동안이나 기다린 손님을 발견한 백종원은 즉시 장사를 중단시켰다. 연예인 도전자들을 불러모은 그는 ‘장사의 책임감’을 거론하며 팬서비스보다 중요한 것은 ‘손님들이 빠르고 맛있게 식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예인 도전자들은 그제야 주객이 전도되었음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분노 3단계

어설픈 음식을 내놓았을 때

해방촌 원 테이블 식당에 방문할 때마다 백종원은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음식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그 웃음기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손님 앞에서 직접 끓여준다는 밀푀유 나베에 육수를 붓는 순간 핏물이 쭉 올라온 것을 신호탄으로, 이들이 선보인 음식들은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음식’, ‘먹을수록 짜증나는 맛’이라는 신랄한 평가를 받았다. 메뉴판에 버젓이 이름을 올린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보여주듯이, 음식과 장사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던 이들의 문제는 솔루션을 진행할수록 드러났다. 회전율을 고려한 새 메뉴들을 만들었지만 맛보다는 여전히 사진이 잘 나오는 비주얼에 집중했고, 결국 백종원은 “나, 이 프로그램 안 해”라며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백종원이 첫 방문부터 폐업을 언급했던 이유는 원 테이블 식당이야말로 ‘셰프의 자존심을 걸고 하는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행착오 끝에 사장들은 ‘음식이 아닌, 공간에 집중하고 싶다’는 방향성을 찾았고, 그제야 백종원은 그들이 사들인 냉장고의 값을 대신 지불해주며 이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분노 4단계

음식에 대한 아집을 부릴 때

충무로 국숫집은 천하의 백종원도 백기를 들게 만들었다. 그 전쟁의 서막은 국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멸치 육수였다. 사장은 멸치 한 박스를 두 시간 동안 끓여 만드는 방식을 고집했지만, 백종원은 원가를 지적하며 멸치 반 박스를 네 시간 동안 끓이는 방식을 권했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이쪽이 맛 또한 더 낫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사장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갈등은 심해졌다. “사장님의 육수는 맛있지만 높은 원가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걸 깨뜨리고 싶다”는 백종원의 완곡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육수를 바꾸는 대신, 비빔국수나 덮밥을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솔루션은 거절한 채 새로운 레시피를 요구한 것이다. 백종원은 18년 동안 국수 장사를 했다는 사장의 애착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사실 멸치국수를 안 좋아한다”는 그의 고백에 폭발하고 말았다. ‘멸치국수를 좋아하지 않지만 국물에 대한 자부심은 있다’는 사장을 더 이상 설득시키기 위해 제작진까지 나섰지만, 결국 충무로 국숫집은 특별한 솔루션 없이 마무리됐다. 백종원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원가 계산을 이해시키려 애쓰던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이 묻어났다.

분노 5단계

음식으로 거짓말을 할 때

‘백종원의 푸드트럭’ 최초의 자발적 출연자인 뚝섬 도전자들의 식당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리고 백종원은 드물게도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가장 큰 문제는 도전자들의 위생 상태였다. 족발집은 족발 육수를 내는 데 양파망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불판에 끼운 족발을 검은 비닐봉지에 감싼 채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경양식당은 오래된 고기를, 샐러드집은 잘못 보관한 연어와 쉰 마늘을 지적당했다. 외식업에 도전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장의 장어집은 굵은 가시를 그대로 방치했으며 초벌구이한 생선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내놓았다. 해동한다며 실온에 둔 소라와 문어를 발견한 백종원은 “장사를 애들 장난하듯이 하려고 그래. 이러다 사고 나면 인생 망쳐!”라며 소리를 지르기에 이르렀다. 그가 이렇게까지 화가 난 이유는 도전자들의 대부분이 거짓말이나 교묘한 눈속임으로 식당을 운영하려 했기 때문이다. 결국 백종원은 솔루션을 중단한 채 도전자들을 소집해 “몰랐던 것은 창피하지 않지만 거짓말은 하면 안 돼”라고 말했다. 백종원의 말처럼 음식 장사는 쉬운 게 아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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