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48│① ‘프듀’가 꿈, 우정, 성장이라고?

2018.07.03
지난 6월 15일 방영을 시작한 Mnet ‘프로듀스48’ 제작발표회에서 안준영 P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꿈, 우정,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그리고 싶었다.”(‘서울경제’) ‘프로듀스 101’ 첫 시즌을 연출했던 한동철 전 Mnet 국장의 발언을 생각하면 무슨 뜻인가 싶을 정도다. “남자들을 위한 건전한 ‘야동’을 만들고 싶었다.”

‘프로듀스48’은 분명히 꿈, 우정, 성장을 강조한다. ‘프로듀스48’을 통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미야와키 사쿠라의 스토리는 안준영 PD의 의도를 압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AKB48 총선거 3위를 할 정도로 인기 멤버지만 시청자 투표를 통해 한일 합작 12인조 걸그룹의 멤버가 되겠다는 새로운 꿈을 위해 ‘프로듀스48’ 출연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연습생 이가은과 센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정을 쌓고, 트레이닝을 통해 실력이 향상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프로듀스48’에서 미야와키 사쿠라를 비롯한 AKB48 멤버들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연습생에게는 ‘프로듀스48’이 아니더라도 데뷔의 꿈을 이루고 실력을 향상시킬 기회는 충분히 있다. 물론 일본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로듀스48’은 첫 회에 한국과 일본 아이돌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일본 아이돌, 특히 AKB48처럼 셀 수 없이 많은 멤버가 있는 팀은 실력을 쌓기 위한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받지 못한다. 또한 한국의 아이돌은 이제 해외 활동을 기본 사항처럼 여긴다. 미야와키 사쿠라는 “한국의 아이돌은 세계 어디서나 인정받는데, 일본 아이돌은 일본을 나가는 순간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려서 분했다”고 말한 뒤 “선생님 덕분에 고음이 나와서 정말 기뻤다”고 말한다. AKB48의 인기 멤버일지라도 더 넓은 세계에 나갈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또한 무대에 서는 가수로서 실력을 성장시키면서 자신을 입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출연자들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전 시즌들보다 우정도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여기에 제작진의 의도와 별개로 지금 일본의 여성들이 겪는 현실이 더해진다. 올해 1월 일본의 다이이치생명보험에서 발표한 일본 여자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순위에 따르면, 1위와 2위, 3위는 각각 식당 주인과 간호사, 어린이집‧유치원 선생님이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남자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1위가 학자라는 점을 언급하며, “(일본의) 노벨상 붐과 상관없이 (여자 어린이들은) 21년째 ‘식당 주인’을 1순위로”, “장래희망 2위와 3위는 남을 돌보는 직업인 간호사와 어린이집‧유치원 선생님”이라고 표현했다. ‘조선일보’가 함께 공개한 한국 여자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 순위에는 의사, 식당 주인, 가수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것이 단지 아이들 개인의 선택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의 여자 어린이들, 더 나아가서 일본의 여성들은 한국보다도 더 꿈을 제한받는 사회에서 산다. 한국의 AKB48 팬들 중 일부가 “내가 좋아하는 멤버를 AKB에서 탈출시키고 싶다”며 ‘프로듀스48’에 출연한 AKB48 멤버에 투표하는 이유다. AKB48은 1년 내내 ‘프로듀스48’ 같은 인기 투표 시스템하에서 경쟁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무대 위의 모습보다 팬들에게 사랑받기 위한 온갖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듀스48’은 AKB48의 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프로듀스48’은 애초에 AKB48의 시스템을 리얼리티 쇼 형식으로 압축한 것에서 시작한 것이나 다름 없다. 출연자들은 ‘국민 프로듀서’로 불리는 시청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 이는 남자가 출연한 시즌 2도 마찬가지였다. 출연자들은 ‘국민 프로듀서’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가학적인 경쟁에서도 시청자에게 밉보이지 않도록 좋은 인성까지 증명해야 한다. 지난 29일 방송에서 미션 곡으로 ‘붐바야’를 선택하게 된 출연자들은 같은 곡을 소화해야 할 상대로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출연자들을 골랐다. 이는 ‘너무너무너무’를 소화하게 된 조가 강한 상대를 고른 것과 대조되기까지 하면서 해당 출연자들을 일부러 약자를 골라 궁지에 몰아넣은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애초에 곡 선택권을 가진 출연자들에게 상대방을 고르는 상황을 만든 것은 제작진이다. 첫 시즌부터 그랬듯, ‘프로듀스’ 시리즈는 출연자들에게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아넣고, 그것을 온전히 그들의 선택인 것처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여성 출연자들은 “걸그룹이 피하는 ‘쩍벌’”이라며 신선하고 유쾌하다고 칭찬받다가 “수줍게” 춤을 추지 못한다고 혼이 나기도 한다. 여성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른바 ‘여성의 매력’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프로듀스48’은 시청자를 또 다른 의미에서 괴롭힌다. AKB48 멤버들은 귀여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비음에 익숙했지만, 한국에서 자신 있게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시 호흡하는 법부터 배운다. 메인 보컬을 맡고서도 부끄러워하던 일본 연습생 야부키 나코는 무대에서 자신 있게 노래하며 한일 양국에서 화제가 됐다. 또한 한국의 연습생 중 MNH엔터테인먼트 소속 이하은은 “청하 언니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다. 청하는 ‘프로듀스 101’ 첫 시즌과 I.O.I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얻었고, 곧이어 솔로 댄스가수로도 자리를 잡았다. 그가 ‘프로듀스 101’을 통해 자신의 꿈을 빠르게, 성공적으로 이룬 것만큼은 분명하다. 또한 ‘프로듀스48’에서 어떤 연습생들은 기존 걸그룹의 공식을 깬 셀럽파이브의 노래를 부르고, 외설적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의지대로 퍼포먼스를 보여준 현아의 춤과 노래를 따라 한다. 그들이 청하나 현아처럼, 또는 자신의 꿈을 이루려면 ‘프로듀스48’에서 대중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과정을, 자신을 비롯한 여성들에게 따라다니는 부당한 시선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출연자가 마음에 드는 순간, 또는 안준영 PD가 내세우는 출연자들의 꿈, 우정, 성장을 발견하는 순간, ‘프로듀스48’을 거부하기란 힘들다. 동시에 이 프로그램의 문제는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 없을 만큼 선명하다. 과연 시청자는 이 프로그램, 또는 자신이 지지하는 출연자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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