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래│① 랩, 여자, 삶

2018.07.17
GEMINI II’는 윤미래가 11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이다. 그의 남편 타이거 JK에 따르면, 그사이 소속사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타이거 JK 역시 활동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두 사람의 상황은 달랐다. 타이거 JK, BIZZY와 결성한 MFBTY의 앨범 ‘Wonderland’를 낼 당시, 그가 2008년에 낳은 아들 서조단은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됐다. 윤미래는 “음악을 하다 보면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시계를 보면 새벽 5시가 넘는다. 두 시간도 못 자고 집에 가서 애기 깨워서 학교 보내야 하고 저녁엔 숙제도 봐줘야”한다고 했었다. 당시 타이거 JK는 “미래는 머릿속 거의 대부분이 조단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새벽까지 녹음하고 집에 가서 아침 차려서 애기 깨워 학교에 보낸다. 모성애가 정말 강해서 다른 활동에 신경 쓰기 힘들 정도다.”라고 했으니, 남편이 애를 깨우지는 않았던 듯하다. 경제적인 문제가 생겼고, 아이는 자라고, 그런데 남편은 잠 못 자고 애 돌보는 아내에게 모성애가 강하다고 칭찬한다. 윤미래가 ‘GEMINI II’에 수록된 ’개같애’에서 이렇게 랩을 해도 타이거 JK가 피처링에 다소곳하게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법 하다. ‘오빤 개 같애 돈도 많이 벌어준다 했지만 맨날 술만 먹고 지랄.’

윤미래는 한때 한국 여성 래퍼의 모든 것이었다. 랩 실력보다 노래를 더 잘한다고 해도 수긍할 보컬리스트이기도 했다. 둘 다 잘해서 ‘GEMINI’라 이름 붙인 앨범에서 랩과 노래를 혼자 다 했다. 하지만 한국 대중음악 산업은 열다섯에 데뷔한 윤미래를 제대로 보호 해주지 않았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피부색은 ‘까만 피부를 난 속으로 원망’하게 만들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행복을 느꼈지만 그것은 음악 작업과 육아와 가사노동을 병행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윤미래가 내는 앨범은 그의 재능을 있는 힘껏 막는 것 같은 세상과 싸운 결과물 같았다. 뮤지션으로서 더 날아오를 수 있는 순간에 소속사가, 피부색이,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그를 땅으로 끌어내렸다.

지금 윤미래에게 ‘GEMINI’는 랩과 보컬 모두를 잘한다는 축복인 동시에, 뛰어난 재능과 그것을 막아온 것들을 동시에 품은 인생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16년 전의 ‘GEMINI’는 랩과 보컬 모두 압도적인 위치에 있었던 뮤지션의 역량을 최대치까지 끌어냈다. 폭발적인 재능에 트렌디한 사운드의 결합은 윤미래에게나 한국 힙합과 R&B에나 미래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한국에 힙합과 R&B의 시대가 왔지만 윤미래는 그곳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다. 대신 이제야 나온 ‘GEMINI II’는 윤미래의 지난 10여 년의 삶을 보여준다. 첫 곡 ‘RAP QUEEN’은 ‘If I fall two times I come back on my third 절대로 포기 없지’로 시작한다. 한국에서 랩의 여왕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만, 여왕의 위엄 대신 몇 번이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이것을 ‘새로운 시작 워킹맘의 객기’라고도 한다.

재능도, 인지도도 흘러넘칠 정도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는 좀처럼 마련되지 않았고, 조금씩 시간을 내서 작업한 곡들은 점점 쌓여간다. ‘GEMINI II’에 수록된 ‘가위바위보’, ‘No Gravity’, ‘잠깐만 Baby’ 등은 이전에 싱글로 발표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그사이 그는 공연장에서 폭발적인 랩을 하는 ‘RAP QUEEN’이었고, ‘개같애’처럼 남편과의 다툼을 랩으로 풀어내는 기혼 여성이었으며, ‘Cookie’에서 ‘엄마 아빠를 닮은 곱슬머리’를 가진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된다. 한 여성이자 뮤지션이 결혼과 출산을 통해 인생이 또다시 바뀌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녹음을 했고, 남편과 아이와 랩과 사랑에 대한 한 장의 앨범을 완성시켰다. 거창한 투쟁이나 승리의 기록은 없다. 대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된 것들에 대해 가사를 쓰고, 그것을 통해 다시 무언가 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자신의 삶이 음악을 가로막았던 사람이, 이제 ‘붐뱁으로 슬픔을 치료해 슬픈 영혼을 위로’(‘가위바위보’)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세상에 ‘주먹 대신 악수’를 청한다. 여성이자 뮤지션의 성장이자 기록이다. 그가 앞으로도 앨범을 낼 수 있기를.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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