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래│② 윤미래의 노래와 인생

2018.07.17
지난 5일 윤미래는 16년 만의 랩앨범 ‘Gemini2’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인 ‘개같애’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솔직한 그의 생각을 담은 가사로 화제를 모았다. 1997년 데뷔한 윤미래는 한국의 독보적인 여성 솔로 가수로서 수많은 노래를 들려주었고, 그래서 이는 곧 그의 인생이기도 하다. 윤미래의 노래를 통해 그가 지나온 의미 있는 순간들을 짚어보았다.


2002 ‘Memories’

윤미래의 1.5집 ‘Gemini’의 타이틀곡. 타이거 JK와 함께 작사한 곡으로 윤미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기와 배신 그리고 검은 손길의 유혹’이라는 가사는 15살의 어린 나이에 낯선 한국에서 데뷔해 그가 감당해야만 했던 수많은 시련들을 짐작케 한다. 성인이 되어 비로소 노래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된 윤미래는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었던 괴롭고도 외로운 시간들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끊어진 전기 꽁꽁 얼은 내 방구석에 내 베개를 꼭 껴안고 눈물을 흘렸던’ 스무 살의 윤미래는 ‘신은 어딨냐고 왜냐고 책임지지 못할 날 왜 이 땅에 보냈냐고’ 원망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행복을 상상하거나 가족들을 떠올리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노래는 ‘끝까지 나의 삶을 찾아 갈래’라는 가사로 마무리 된다.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 더 단단하게 자신을 붙들어야 했던, 이제 막 스무 살을 넘긴 여성이 보여준 결기였다. 이 곡이 수록되어 있는 ‘Gemini’는 그가 여성 솔로 래퍼로서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앨범이었고, 이는 16년 후 ‘Gemini2’로 이어진다.

2007 ‘검은 행복’

윤미래가 4년 만의 공백을 깨고 발표한 3집 ‘Y O O N M I R A E’의 수록곡. 이 시기에 윤미래는 타이거 JK와 결혼을 했고, 이는 후에 그의 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윤미래는 이전에도 ‘삶의 향기’, ‘Memories’ 등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들을 불렀지만, ‘검은 행복’은 혼혈이라는 자신의 뿌리에 대해 보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특별하다. 이 곡에는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얼굴을 씻어내곤 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하얀 화장 가면을 쓰고’ 나이는 물론, 흑인 아버지마저 존재를 숨겨야 했던 윤미래의 성장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신을 부정해야만 했던 소녀는 어느새 자라나 가정을 꾸리고 여성 솔로 가수로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윤미래의 인생을 그려내듯 ‘검은 행복’ 뮤직비디오는 그의 어린 시절 모습으로부터 출발해 마침내 무대 위에서 찬란히 빛나는 디바, 윤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흑인 아버지의 존재를 숨겨야 했지만, 그에게서 자신을 ‘위로해 주고 일으켜주는 음악’을 선물 받은 한 여성이 도달한 길이다.

2011 ‘Get it in’

글로벌 기업과 여러 아티스트들이 협업한 ‘The Creators Project’의 결과물. 이 프로젝트에서 윤미래는 타이거 JK와 함께 한국 뮤지션 대표로 발탁되어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당시 한국의 독보적 여성 래퍼로서 윤미래의 존재감은 대단했고, 같은 해 MTV Iggy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해외 여자 래퍼 12’에 선정되며 미국진출이 가시화되는 듯 했다. 타이거 JK가 ‘윤미래 월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정도. 그러나 힙합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Get it in’은 그동안 윤미래가 선보였던 노래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일마인드(!llmind), 스모키 로빅(Smokey Robotic)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는 사실만이 화제가 될 뿐이었다. 영화 ‘킬 빌’에서 모티브를 얻은 ‘Get it in’ 뮤직비디오에서 윤미래는 와이어를 달고 공중을 날아다니지만 자유로워 보이기보다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해 보인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최후의 적으로 타이거 JK가 등장하고 그를 쓰러뜨린 윤미래가 새로운 힘을 얻는다는 설정이다.

2014 ‘Angel’

2013년 결성된 MFBTY의 두 번째 싱글. 이 시기 윤미래는 자신의 노래보다는 드라마 OST를 부르는 일이 많았고, ‘Angel’은 실로 오랜만에 그를 만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였다. 이 노래를 여는 것은 ‘넌 나의 A N G E L 슬픈 나를 항상 미소 짓게 해’라는 윤미래의 목소리이며 앨범의 재킷마저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윤미래의 강렬한 클로즈업 샷이다. ‘Angel’의 뮤직비디오는 다소 독특한 스타일로 치장한 윤미래와 타이거 JK가 나란히 서있는 장면에서 시작되는데 이어지는 서사에서 직접 권투 시합의 주인공이 되는 타이거 JK나 비지와는 달리, 윤미래는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중간 중간 등장한다. 마치 타이거 JK의 랩 속 ‘미소 짓게 하고 집도 짓게 하는’ 존재처럼.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존재 ‘Angel’은 예술가에게는 영감을 주는 뮤즈일 것이고, 타이거 JK에게 윤미래는 꾸준히 그런 존재였다. 그리고 이 곡을 홍보하며 윤미래는 자신의 SNS에 ‘당신의 ‘Angel’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시 활동보다는 육아에 매진하고 있던 윤미래의 ‘Angel’은 누구였을까.

2018 ‘개같애’

16년만의 랩 앨범 ‘Gemini2’ 타이틀곡. ‘오빤 개 같애 돈도 많이 벌어준다 했지만 맨날 술만 먹고 지랄’이라는 가사로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이 가사가 윤미래와 타이거 JK의 이야기인지 궁금했고, 이에 대해 윤미래는 ‘오빠 이야기도 있고 제 주위의 커플들 이야기도 있다’라고 대답했다(‘윤미래 음감회’). 윤미래가 노래를 통해 결혼 이후의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미래 음감회’ 사회를 맡았던 박경림이 “이건 결혼 5년차 이상 된 사람이 불러야 하는 노래”라고 말한 것처럼, 결혼 11년 만에 그의 삶에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여유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타이거 JK는 윤미래의 정규 앨범 발매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윤미래가) 엄마가 되면서 아이를 돌봐야 했고, 우리 모두 새로운 프로듀싱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윤미래는 기혼 여성 래퍼고,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여성 솔로 가수 중 하나다. 그리고 이제 윤미래가 말하는 여성의 이야기에 다른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고 있다. 데뷔 21년 만에 윤미래가 보여주는 것은, 살아남은 여성의 역사다.




목록

SPECIAL

image 최종범 사건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