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8’과 ‘허스토리’, 누가 여자의 적을 여자라고 하나

2018.07.27
여러 명의 여자 배우가 출연한 영화 ‘오션스8’ 개봉 전 출연 배우 중 한 사람이었던 앤 해서웨이는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서 이런 일화를 밝힌 바 있다. “여자들끼린 친하게 지내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서로 진짜로 아껴준다”출산 후 처음 출연하는 영화여서 달라진 신체 사이즈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는 앤 해서웨이에게, 함께 출연한 산드라 블록과 케이트 블란쳇, 리한나는 그의 모습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CGV측이 직접 멤버들을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진행자가 오늘 본인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악세사리나 의상을 묻자, 앤 해서웨이가 대답하는 사이 케이트 블란쳇이 끼어들어 “앤은 빨간 립스틱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한다. 산드라 블록과 아콰피나도 연이어 그의 입술이 정말 예쁘다고 칭찬한다. 이런 멤버들 사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레이엄 노튼 쇼’에서 정점을 찍었다. 노튼이 이들의 출연과 아이디어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산드라 블록은 최근 겪은 일화를 꺼낸다. 영화 홍보 담당자가 “지금 신문사에서 메일을 받았고 산드라 블록이 촬영장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다른 배우들하고도 문제가 있었으며 산드라 블록이 트러블 메이커라고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라 폴슨도 같은 이메일을 받았다는 걸 알았고, 이 경험에 대해 “사람들은 우리 사이가 안 좋길 바라고, 우리가 서로 머리를 쥐어뜯기 바라나 보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상하다고 말하는 노튼에게 헬레나 본햄 카터는 “진부한 클리셰다. 이래서 여자들이 살기 힘들다. 진부한 루머”라며 “근데 우리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여성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해, 미디어는 흔히 배우들간의 ‘기싸움’을 거론하곤 한다. 더 좋은 대우를 받겠다는 서로간의 경쟁과 질투를, 여배우들이라면 흔히 일어난, 또는 일어나야 한다고 믿는 것 같은 특성으로 묘사하곤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인 관부재판을 다룬 영화 ‘허스토리’의 경우 “여배우들의 촬영 현장에서 흔하게 가질 수 있는 경쟁심조차도 모두 내려놓고 똘똘 뭉쳐서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후문”(‘투데이코리아’) 같은 식의 기사가 나올 정도다. ‘허스토리’가 제목부터 여성들의 시선과 연대를 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조화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작품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하다. 실제로 국내 배우들의 예는 이런 시각이 편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박신혜는 김혜수나 전도연과 같은 ‘여자 선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히고(‘노컷뉴스’) 송혜교는 “20대 때 여자 배우들과 많이 친해지고 싶었지만 의도하지 않아도 여자끼리 경쟁 구도에 놓이거나 비교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를 하며 “한국에서도 여성판 ‘오션스 일레븐’(‘오션스8’ 개봉 전)이 나오면 얼마나 멋질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래 여자 배우와 함께 연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스포츠조선’) 물론 배우들간의 경쟁, 또는 기싸움은 어디서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여배우들의 촬영 현장에서 흔하게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질 일은 아니다. ‘오션스8’, ‘허스토리’의 등장과 배우 및 관객의 반응은 이런 편견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현상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우나 관객이나 여성이니까 오히려 힘을 뭉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 관객 역시 그것을 즐겁게 소비한다. 여성 배우에 대한 여성혐오적인 시선들은 여전히 많지만, 배우와 관객들은 이미 그 편견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다. 진짜 ‘여자의 적’은 따로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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